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22) 삼양2동 감을개 용출수군

옛 지도인 ‘제주삼현도’에 삼양2동은 흑서(黑嶼)라 표기되어 있다. ‘흑서’는 ‘검다’란 뜻으로 검은 모래를 지칭하며, ‘검은 모래에 있는 달콤한 물이 있는 마을’이란 의미로 감수동(甘水洞)이라 표기되어 있다. 삼양2동은 단물(甘水)이 많이 흘러나와 감을개(가물개, 감흘개)라 불렸고, 사빈해안(沙濱海岸)에 양질의 용출수가 군락을 이루며 여기저기서 용출되고 있다. 이 용출수들은 감을개용출수군으로 해수욕장의 암반 틈과 검은 모래사장 이곳저곳에서 ‘가물가물’ 거리며 솟아나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산물은 골각물, 가물개물, 가물개돈물(단물)이다.

골각물은 삼양해수욕장에 있는 물로써 물이 솟는 모양이 숨이 끊어질 것 같이 ‘골각골각’ 소리를 내면서 물이 솟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는 하루에 3만5000톤 이상을 집수할 수 있는 삼양수원지와 바다 쪽 삼양해수욕장을 정비하면서 많이 메워져 축소되었지만 썰물시 수원지 경계에 설치된 계단식 방파제 일대 앞 암반과 모래 틈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IMG_2956 수.JPG
▲ 골각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삼양해수욕장이 검은 모래사장에서 작은 맴돌이를 형성하며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솟아나는데, 물이 솟는 맴돌이 현상은 그다지 크지 않아 가물거리며 솟고 있다 하여 ‘가물개물’이라 한다.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은 한 폭의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듯 모래위로 솟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발을 집어넣고 산도록(차가운 느낌을 표현한 제주어)한 느낌과 집어넣은 발이 저절로 빠지는 현상을 체험을 하기도 한다.

가물개물은 지하수공학적으로 ‘염·담수 밀도차’에 의해 가벼운 담수가 무거운 해수 위에 떠 있는 섬이나 해안가에서 지하수 생성이라는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산물이다. 그래서 삼양해수욕장은 제주도 지하수의 부존원리를 실제 눈으로 보며 학습할 수 있는 체험 장소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산물은 경우에 따라서 모래지표면에 용출된 담수가 물웅덩이를 만들어 내는데, 이 물웅덩이는 해안가 땅속 염·담수 밀도 차에 의해 ‘지하수가 이렇게 형성되어 부존할 것’이라 추정되는 일종의 담수렌즈장이다.

IMG_2960수.JPG
▲ 가물개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DSCN0847.jpg
▲ 가물개물 맴돌이현상.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삼양담수1y.jpg
▲ 염․담수 밀도차에 의한 담수렌즈장.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삼양2동이 ‘물이 달다’는 뜻에서 ‘감물개’란 마을 호칭을 부여 받을 수 있었던 설촌의 근원이 된 용출수인 ‘가물개돈물(가물개단물)’은 삼양 1·2수원지의 물이 되었다. 이 물은 1980년 이후 제주시의 도심을 확장하고 도시로써 면모를 갖출 수 있는 발전의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 수원지도 삼양1동의 제3수원지처럼 해수 침입에 의해 염분화 현상으로 지금은 공급을 중단하고 예비용상수원으로 전환되었다. 이 상수원 서측 경계에 삼양감수탕이라 써  있는 건물에서 해수욕장이 개장되는 여름철이면 가물개돈물을 이용하여 샤워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삼양은 예부터 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해 탐라시대 초기부터 해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촌락이 형성됐다. 이를 입증하듯 청동기시대 선사집단주거지인 선사유적지(사적 제416호)가 발굴되어 탐라국(耽羅國) 형성기의 제주 선주민문화(先住民文化)와 고대인의 생활 양상을 추정해 볼 수 있는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 것도 가까이에 감을개산물군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해수욕장의 검은 모래가 신경통과 피부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여름철에 많은 사람들이 모래찜질을 하려 찾아오는 이유도 검은모래 위로 군락을 이루며 솟는 용출수들 덕분이다.

IMG_3305-crop.JPG
▲ 삼양1, 2수원지(가물개돈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cats.jpg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