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11. 비자란 <Sarcochilus japonicus (Reichb.f.) Miq> -난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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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난초목 난초과의 비자란 소식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이 비자란은 비자나무에 착생하여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보통 소나무나 서어나무 등 상록수림에 붙어서 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주의 일부 지역에서만 자란다고 하여 일명 '제주난초'라고도 하는데, 아주 오래된 노거수에만 착생하여 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자란은 고운 담황색의 꽃을 피우는데, 피기 전의 모습은 이렇게 작은 노란 구형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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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 바위에 뿌리를 펼치고 사는 난초들을 흔히 착생난초라고 부르는데, 이 비자란을 비롯하여 비슷한 시기에 피는 금자란, 석곡, 나도풍란, 콩짜개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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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자란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이 된 식물입니다. 그럼 여기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해 알아볼까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은 지난 2017년 12월 29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기존 246종에서 1급 60종, 2급 206종 등 모두 267종으로 확대됐습니다. 그 가운데 동물을 뺀 식물은 1급 11종, 2급 77종으로 이 가운데 비자란은 개체수가 매우 적고, 남획되는 경우가 많아 1급으로 지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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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과의 식물들이 참 많지만 이 비자란은 작고 앙증맞은 모습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멸종위기식물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보존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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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과 ‘란’은 어떻게 구분되어 사용할까요? 국립국어원표준에 따르면, 

① 난/란이 읽히는 글자가 한자이기 때문에 앞에 오는 글자가 한자(한자어)일 경우에는 ‘란’으로(하나의 단어로 인식) 표기합니다.
② 고유어나 외래어가 오면 ‘난’으로 표기를 합니다. 
③ 다만 이미 굳어진 표기에 대해서는 그 표기를 따른다고 합니다.
여기서 비자란(榧子蘭)은 한자어이기 때문에 ‘란’을 붙여 비자란으로 표기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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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인으로 잘 알려진 유유님은 비자란에 대해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비자란이 사는 곳

유유

오래 살았으면
지식도 많고 경험도 많을 터이니
끊임없이 배울 수 있고

오랫동안 살면서
눈과 비바람 그리고 추위와 더위
한없이 참을 수 있었기에
인내심도 전승

오래 묵은 나무가 좋아서
고목에 붙어 산다네

늙은 껍질 조금은 거칠지라도
이끼 얻어다 붙이면서
세월을 노래하며 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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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에 옹기종기 모여 피어 있는 비자란을 보면서,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소담스런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전해 주는 따뜻한 시간이 많은 5월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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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 겸 자연환경해설사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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