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1년 전과' 지옥과 천당을 갔다 온 이영길 전 정무부지사

11일 오후3시쯤 열린우리당 제주시장 경선후보를 심사하는 공직후보자심사장에서 때아닌 '폭력전과' 소동이 벌어졌다.

교사출신으로 도의원과 제주도정무부지사를 역임했던 이영길 예비후보가 중앙당에 제출한 '전과기록서'에 이 후보가 1976년 폭력으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을 것으로 기록됐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도덕성 하나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던 이영길 예비후보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폭력전과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열린우리당 공직후보자격심사에서 이영길 예비후보는 당연히 탈락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자신은 "이 같은 재판을 받아 본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력히 소명하자 심사위원들은 전과기록의 사실여부를 확인한 후 잘못된 기록으로 드러날 경우 경선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징역1년·집행유예 2년' 폭력전과로 제주시장 경선심사서 탈락 위기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너무나 황당했던 사람은 본인인 이영길 예비후보였다.

이영길 후보가 자신의 전과기록에 '폭력전과'가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열린우리당에 제출하기 위해 제주경찰서에서 전과기록을 뗀 직후였다.

'1976년 폭력혐의-징역1년 집행유예2년'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후보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른 사이에 자신이 전과자가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영길 후보는 "왜 내 전과기록에 있지도 않은 폭력전과가 기록돼 있느냐"며 경찰과 검찰에 항의하고 그 이유를 따졌으나 이 곳에서는 "20년이 지난 문서는 문서보관 시효가 지나 폐기됐기 때문에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

경찰·검찰, "20년 지난 서류 폐기돼 모르겠다"는 황당한 답변

서류제출 시간에 쫓긴 이 후보는 소명서와 함께 전과기록서를 보냈다가 결국 심사위에서 '경선자격 탈락'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었다.

경선에 참여도 하지 못한 채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될 위기에 처한 이영길 후보는 즉시 대전에 있는 정부기록보존소로 연락을 해 자신에 대한 전과기록 조회를 요구했다.

정부기록보존소에는 제주출신으로 제주도기획관리실장과 행정자치부 4.3처리지원단장을 맡았던 김한욱씨가 소장으로 있었다. 김 소장은 이 후보의 연락을 받은 즉시 28년 전의 관련 서류를 찾아내 경찰이 발급한 전과기록이 잘못돼 있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 문서는 열린우리당 중앙당에 제출돼 이 후보는 경선자격을 회복할 수 있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던 이날 오후 제주출신 김한욱 소장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 후보는 경선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은 물론 꼼짝없이 폭력전과자로 낙인 찍힐뻔한 순간이었다.  

제주경찰에서 발급한 전과기록은 상식적으로도 애당초 잘못된 기록이었다.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의 전과기록이 사실이었다면 이영길 후보는 '공무담임권'이 없어 애당초 교육공무원(교사)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열린우리당 경선 아니었다면 자신도 모른 채 평생 전과자로 살아갈 판

열린우리당 경선이 아니었으면 전과기록을 조회할 이유가 없는 이경길 후보는 자신도 모른 채 한평생 '전과자'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낙인을 안고 살아갈 뻔했다.

이영길 후보는 "내가 지금까지 법정에 서 본 것은 1989년 전교조 사태로 학교에서 해임을 당해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했을 때 뿐으로 그 이외에는 단 한차례도 재판정에 서 본 일이 없다"면서 "그런 내가 어떻게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의 전과자라니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영길 후보는 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과자가 됐을까.

전과기록은 경찰청 본청과 검찰청에서만 입력할 수 있다. 본인이 아니고는 외부에 전혀 노출이 안된다. 제주경찰서인 경우도 수사과를 제외하고는 수사과장의 사인 없이는 그 어느 누구도 확인할 수가 없는 게 바로 전과 기록이다.

전과기록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청 과학수사과 전과기록반 관계자는 "예전에는 재판처분결과가 검찰청에서 자료를 보내 경찰청에서 입력을 했으나 지금은 검찰에서 직접 입력을 하고 있다"면서 "입력과정에서 잘못 입력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정부기록보존소에 관련서류 조회를 요구한 상태로 잘못 기록된 사실이 밝혀지면 관련 사실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후3시40분 '제주의 소리'에 "정부기록보존서 문서를 확인한 결과 전과기록이 잘못 입력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15일까지 잘못된 전과기록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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