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제주도지사와 교육감, 지방의원 등 45명의 풀뿌리 자치일꾼이 도민들 손에 의해 선출됐다. 승리요인과 패인 등 각종 분석이 쏟아진다. <제주의소리>는 숨을 한 번 더 고르고, 긴 호흡으로 6.13지방선거를 뒤돌아봤다. 더 차분하고, 냉정해지기 위해서였다. 3회에 걸쳐 6.13민심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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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표심, 의미와 과제] ② 말잔치 아닌 정당·진영 아우르는 '탕평책', 도민통합 등 과제 

<글 싣는 순서>
① ‘견제와 균형’ 도민의 선택은 옳았다!
② ‘소통과 협력’ 협치를 재가동하라!
③ 한 눈 팔지 말라! ‘제주도민당’ 약속 지켜야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17곳 중 제주와 대구·경북을 제외한 14곳을 휩쓸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이상 고공행진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율도 50%대 중반을 기록할 만큼 대한민국은 현재 '파란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그나마 자신들의 아성인 대구·경북에서 가까스로 체면을 유지했고, 주요선거 때마다 전국적 정치 풍향계로 일컬어지는 제주에선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됐다.

원희룡 지사의 재선 요인을 단적으로 꼽을 순 없다. 폭풍 같은 민주당 바람 속에서도 민주당 도당 경선과정의 갈등 등 복잡한 정치적 역학구조, 상대후보의 각종 도덕성 논란까지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의 한 수'는 바로 무소속 카드였다는게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로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거의 궤멸했고,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계열간 공천 다툼으로 지지율이 5% 미만이었다.

결과적으로 원 지사 선택한 '무소속' 카드는 그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누구의 지원 없이 '인물론'을 통해 극적으로 살아남으면서 향후 보수발 정계개편에서 그가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재선에 성공은 했지만 4년 전 당선 때와는 주변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4년 전에는 60%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이 됐고, 당시 몸담았던 집권여당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제주도의회도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다. 

하지만 민선 7기 원희룡 도정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에 가깝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한 무소속이고, 기댈 당도 없다. 제주지역 국회의원 3명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회까지 민주당이 전체 43석 중 29석을 장악했다. 마음만 먹으면 도정운영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4년전 도지사 첫 당선 당시 원 지사는 야심차게 '협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제주시장과 감사위원장 등 잇따른 인사 실패, 도의회와의 예산전쟁 등을 거치면서 협치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4년이 지난 이번 선거 내내 원 지사는 도민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제주도와 도민들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여러 차례 사과했다.

고립무원의 무소속 한계를 극복하고, 도민사회 통합을 위해서라도 지금이야말로 '소통과 협력'이라는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도민과의 소통은 물론 대의회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원 지사는 민선7기 시작과 동시에 의회와의 소통강화를 통한 협력관계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원 지사가 내세운 10대 정책과 200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도의회의 심의와 동의가 필수다. 의회와의 협력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특히 제주도의회 절대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협치 복원에 원 후보가 적극 나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민선7기 제주도정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탕평인사를 펼쳐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선거 후 갈등 봉합 수준이 아니라 정당과 진영을 뛰어 넘어 도민사회를 아우를 수 있는 실질적인 탕평인사여야 한다. 

이미 원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당과 진영의 울타리를 넘어 제주의 인재를 포용해 드림팀을 구성하고 도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말잔치가 아니어야 한다.  

원 지사는 또 “여러 집단들 내지는 도내 세력들과 협력을 하는데 있어서도 제 스스로 한계를 가두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제주도 인재를 중심으로 도내 모든 세력과 도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낮은 자세로,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도록 실천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민선 6기처럼 자신도 제주를 잘 모르면서 의회와 언론을 담당하는 정무부지사에 지역실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외부 인사를 임명하고, 정무라인 보좌진들 역시 제주와 대부분 연고가 없는 육지부 출신들로 줄줄이 임명하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

원 지사 스스로 밝혔듯이, 정당과 진영을 넘어 필요한 인재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영입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정당과 진영을 초월한 '포용 정책'도 나와야 한다.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상대 후보의 좋은 정책과 공약은 받아들여 도정에 반영하는 것이 도백으로서의 자세다. 

경쟁 후보들이 제시한 4.3의 완전한 해결과 해운물류공사 설립, 뱃삯·물류비 반값 정책, 환경자원공사 설립 등 눈에 띄는 공약들이 많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공약들로 모두 검토해 볼만한 것들이다.

여기에 제2공항과 관련해서도 성산읍 주민들과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한 진지한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 정부는 물론 도민사회와도 폭넓은 토론과 합의까지 산 넘어 산이다.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끝으로 치열했던 선거과정에서 일어났던 고소·고발 등 네거티브 전으로 빚어진 각종 갈등도 풀어내야 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선거사범은 37건에 총 48명이다. 특히 도지사 선거 관련은 네거티브 공방 탓인지 24건에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방치할 경우 자칫 무더기 선거사범 양산으로 도민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당선자가 먼저 선거과정의 앙금을 녹여내는 화합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무소속 원희룡 지사. 선거과정에서 '제주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럼에도 무소속이라는 한계는 현실의 문제다. 현안 해결과 국비 확보 절충, 당리당략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무소속 원희룡 지사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협치를 어떻게 복원할지 원 지사의 정치력 시험대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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