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낭 2018] 학교와 만난 체인지메이커, 교육혁신 기틀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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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열린 '2017 강원도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성과 공유회'. 프로그램 참가 32개교 1500여명 중 17팀 100여명이 직접 고민의 과정과 결과물을 알리는 세션을 준비해 일반에 공개했다. ⓒ 제주의소리

지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두 제주도교육감 후보는 공통적으로 ‘교육혁신’을 내걸었다. ‘혁신적 제주형 교육과정’과 ‘교육특별자치도 실현을 통한 가시적 혁신’이 맞붙었다. 당선자는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평가혁신과 행정혁신을 강조했다.

사실 교육혁신은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이슈다. 최근 혁신가들 사이에서는 교육혁신과 관련해 청소년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체인지메이커는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행동을 취하고 변화를 이끄는 사람을 말한다.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지속가능한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강원도교육청은 인구 유출로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와 사회적경제를 만나게 했다. 당장 폐교 위기에 놓인 수백개의 학교들을 살리기 위한 한 수였다. 2015년 학교와 사회적경제를 연계한 학교협동조합 추진단이 꾸려졌고, 기존 ‘입시에서 성공해 서울지역 학교보내기’ 정도였던 교육의 지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현장에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청소년 주체 양성 프로그램’이 확산됐다. ‘우리 모두가 체인지메이커’라는 가치 아래 일상생활 속 복잡한 도전들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익혀갔다.

2016년 10개교에서 시작해 2017년에는 32개교 1500여명이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이들은 동네 축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도 하고, 학교 화장실이나 화단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공교육 혁신이 절실했던 지역이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통해 숨통을 트인 사례다.

경기 양평군 역시 학교교육 과정에 체인지메이커 육성을 포함시켰고, 작년 2000여명이 여기에 참가했다. 이들은 인근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부터 도서관 활성화 방안, 길고양이 문제, 놀이공간 부족, 골목길 안전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를 거쳐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도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진행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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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핵심은 '문제발견'에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곳에 존재하는 작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혁신적 인재를 발굴하는 가장 기본단계다.

제주지역도 발을 뗐다. 올해 제주시 애월중은 자유학년 프로그램으로 학생이 직접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복 입은 시민’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강종우)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오경수)는 ‘2018 모두가 체인지메이커, 제주 클낭 유쓰’라는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동아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제주중앙고, 동남초, 수산초에서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오종철 지평경영컨설팅그룹 대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관심사에 따라 작은 문제를 찾아 도전하고, 행동하고, 결정에 책임지는 과정을 경험해보는 게 시민으로서 사회참여의 기본 마인드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처음엔 새로운 방식에 의아해하던 학생들도 점점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 경청해주고,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삶의 주체는 자신이라는 점을 조금씩 인식하게 됐다”며 “청소년들이 자신 스스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알게 돼 강사로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확산을 위해서는 공교육 진입 문턱을 낮추는 일이 전제다. 최근 본격적으로 교육혁신을 시작한 지자체들은 교육당국의 강한 의지와 함께 협의체가 꾸려졌고 교원 연수부터 시작했다.

▲ 최근 제주지역에서도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이 닻을 올렸다. 애월중, 중앙고, 신산초 등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혁신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 제주의소리

'문제발견하기-솔루션찾기-행동하기-퍼뜨리기'의 과정을 거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들은 기존 공교육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자발적인 문제해결 능력, 주도성, 의사소통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웠다.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한 고민도 스스로 하게됐다. 지난 수십년간 제자리걸음에 그쳤던 공교육혁신이 작은 변화의 증거를 만난 셈이다.

지난 40여년 간 전 세계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며 비영리·소셜섹터 영역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한 아쇼카의 설립자 빌 드레이튼은 작년 발간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육성을 꿈꾸는 안내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에서 ‘체인지메이커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교육 혁신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믿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이미 놓쳐버린 목표에 집착해왔고 지식과 규칙의 습득만을 목적으로 했기에 혁신에 대한 논의는 주로 학생들이 학교에 잘 출석하도록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이런 방향은 정체되어 있는 세상에서는 쓸모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 세상에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세대의 청소년들이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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