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65) 부모들에게 추천하는 예방책

음식을 먹고나서 사람에 따라 신체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다. 로마시대에 시인이자 철학자였던 루크리티우스(Lucretius, 기원전99년~55년)는 “음식물은 어떤 사람에게는 득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늘날 ‘음식물 알레르기(allergy)’라고 하는 현상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음식물을 대부분의 사람은 먹어도, 흡입해도 또는 접촉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어떤 사람은 두드러기, 기침, 재채기, 복통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음식물 알레르기라고 한다. 이것은 어떤 특정한 음식물에 포함된 성분이 원인이 돼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의 체질을 알레르기 체질 또는 아토피 체질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달걀을 먹으면 입 주위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우유나 유제품을 먹으면 기침이 나고, 심하면 잠간 동안에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은 대단히 많은데, 동물성으로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고등어, 새우, 게 등이 있고 식물성으로는 메밀, 밀가루, 대두콩, 깨, 바나나, 버섯 등 그 수는 대단히 많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어린애 특히 젖먹이(유아, 乳兒)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어렸을 때 알레르기로 고생을 하는 어린애들도 나이가 들면서 차차 없어지는데 어린애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은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어린애들의 알레르기를 진단하는 방법으로 ‘음식물 부하 시험’이라는 것이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식품을 어린애에게 조금씩 먹이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경계점을 찾는 검사이다. 이 검사는 전문의의 감독 하에 행해야하며 가정에서 자기 맘대로 행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여기서 음식물 알레르기로 진단됐을 때,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있다. 바로 경구면역요법인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물을 먹여 가면서 치료하는 것이다. 즉,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량씩 매일 먹게 해 그 음식물에 익숙해지게 하는 방법이다. 가정에서 할 수 있지만, 매일 먹는 음식물량, 증가시키는 양등은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부모들에게 음식물 알레르기의 예방 대책에 대해 다음 세 가지를 권하고 싶다. 

첫째는 이유식의 시기를 늦추지 말고 제때에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유식을 해야 할 시기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음식물은 안 먹이는 게 좋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식으로 이유식을 늦추는 게 음식물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여러 가지 음식물을 조기에 먹이는 게 음식물 알레르기를 덜 일으킨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따라서 음식물 알레르기가 없는 젖먹이라면 정상적으로 이유식을 시작하는 게 좋다. 그러나 습진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등이 있던 어린애는 이유식을 하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귀이개 1개 크기의 스푼으로 소량씩 이유식을 시작한다.

둘째는 음식물을 너무 제거하지 말아야 한다. 음식물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윈인물질의 음식물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음식물을 먹는다는 것은 어린애의 발육에 불가피한 것이므로, 원인물질을 제거할 때에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 그런데 알레르기가 생길 것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먹어도 괜찮은 것마저 제거하면 좋지 않다.

셋째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음식물 알레르기와의 관계를 잘 알아야 한다. 음식물알레르기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합병돼서 일어날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음식물 알레르기의 원인이 아토피성 피부염이 원인이라는 학설이 존재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반대로 아토피성 피부염이 음식물 알레르기의 원인이 된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우리 주위에 있는 음식물의 극히 일부 성분이 피부를 통하여 체내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피부에 염증이 생겼을 때 피부에 있는 면역세포가 맹렬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되면 들어온 음식물 성분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준비를 하게 된다. 다음에 그 음식물을 섭취하면 알레르기증상을 일으킨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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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명예교수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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