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낭 2018] 시동 건 제주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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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귀포시 성산읍 동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고 있는 수산초 학생들. ⓒ 제주의소리

‘우리 마을엔 놀 곳이 없어요’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개가 많아요’
‘분식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요일 오후, 책상에 둘러앉아 의견을 나누던 아이들이 써내려간 문장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초등학교 학생들은 ‘마을에 정말 필요하지만 없는 것’ 혹은 ‘제거해야 할 위험요소’를 탐색 중이다. 올해 말이면 직접 마주했던 지역사회 속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 방안을 내놓게 된다.

청소년 스스로 주변의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아이디어를 제시한 뒤 행동으로 옮기는 이 프로젝트는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교육’이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올해 ‘2018 모두가 체인지메이커, 제주 클낭 유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본격화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이다.

현재 동남초, 수산초, 애월중, 중앙고에서 총 3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 중이다.

최근 융복합 교육의 대표적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제해결 능력’이 핵심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의 이슈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정말 해결하고픈 문제를 발굴한 뒤 지속가능한 현실 모델 만들기에 나선다. 서로 끊임없이 발표하고, 경청하고, 토론하며 협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보통 교실의 풍경과는 다르다. 직접 신문기사를 뒤지며 실태파악을 한 뒤 설문조사에 나서고 펜과 공책 대신 포스트잇을 칠판에 붙인다. 발표를 하고 경청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한 가운데 모두가 뛰어들게 된다.

수산초에서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부형석(30)씨는 “아이들에게는 줄세우기로 평가할 수 없는 능력들도 많다”며 “‘그거 해서 뭐해요’라는 반응이 점차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바뀔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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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귀포시 성산읍 동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고 있는 수산초 학생들. ⓒ 제주의소리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나온다. 수산초 4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김정희(44)씨는 “서로의 생각을 듣고 조화롭게 어떤 게 더 좋을지 최선의 방법을 이끌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윤주(37)씨는 “스스로 문제를 이끌어내고 대안까지 만들어가는 일은 앞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이가 너무 재밌어한다. 이 시간을 기다리는 걸 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미소를 뗬다.

지속가능성을 밝게 볼 수 있는 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반응 그 자체다.

“마시멜로우 게임(협동과 창의성 관련 팀빌딩) 때문에 이 시간이 너무 기다려져요!”(4학년 박채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어요. 그 친구들 생각도 들어보고 싶거든요”(5학년 김아연)
“필기를 안하고 놀이를 하다보니 더 집중이 잘 되요. 주변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6학년 조민혜)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협력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교육혁신 논의에서 미래인재에게 중요한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도성, 문제해결력, 협력, 호기심이 이 리더십의 밑바탕이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손을 잡고 성산지역에 체인지메이커 다리를 놓은 동부종합사회복지관의 김민석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의견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충분히 반영되고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마음 속에 ‘안전지대’가 마련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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