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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제주의소리
해군기지반대주민회, "관함식 제주개최 취소" 촉구..."마을총회 참석 않을것"

해군의 국제관함식 개최와 관련, 내홍에 휩싸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국제관함식 유치를 강요하는 청와대의 행태가 마을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울분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26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관함식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기조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역행하는 행사"라며 "이런 행사를 빌미로 강정주민들에게 또 다시 갈등을 유발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국제관함식의 제주개최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주민들은 '새빨간 거짓말', '협잡꾼' 등 직설적인 단어를 써가며 청와대에 대해 신랄히 비판했다. 

강동균 해군기지반대주민회장은 "청와대가 어제 대변인을 통해 '강정마을에서 개최되는 국제관함식에 대해 청와대는 관여한 바가 없고, 강정마을 주민들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고 했다. 강정 주민들은 이미 지난 3월 마을총회에서 관함식 개최를 거부하겠다고 했는데, 대변인의 발언은 뭔가. 이미 결정된 사안을 무시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강 회장은 "청와대가 강정마을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정의로운 나라를 주창한 문재인 정부가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결정은 뒤로한 채 수석을 내려보내 주민들을 회유하기 바빴고, 결국 주민들을 쪼개놓으며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해군기지 유치 과정에서의 행태도 똑같았다. 공무원 동원해 해군기지 획책하고 해녀들에게 보상금 주겠다고 속여 주민들을 반으로 나눠놓았다"며 "국민의 아픔을 얘기하고 소통을 얘기하는 이 나라의 두 수반의 행태란 말인가. 이 정부가 과연 민주주의 위에 일어선 정부인가"라고 반문했다.

조경철 전 강정마을회장은 "강정마을의 갈등이 11년째다. 조용한 마을에 갈등이 생긴 것은 해군이었고 정부였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도록 가만히 놔뒀으면 됐을 일을 또 다시 11년간 겪어온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 관함식 문제로 인해 앞으로의 11년도 마을 주민들끼리 싸우고 언성 높이고 갈등이 늘어나게 됐다"고 토로했다.

조 전 회장은 "해군의 행태는 앞으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 해군기지의 영역을 넓힐 때 강정마을 주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찢어져라' 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과연 관함식이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겠나. 마을 주민들에게 사기를 치면서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작태를 부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전 회장은 "정부의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주민들의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갈등을 조장하는 협잡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민들은 해군기지 초창기 때처럼 서로 원수를 지고 살게 생겼다"며 "청와대는 협잡꾼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해군기지반대주민회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촛불대통령, 정의로운 국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입지선정 과정과 추진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했던 해군의 책임을 묻기는 커녕 관함식을 통해 상생과 화합을 하겠다는 행보는 해군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강정주민들이 관함식에 참여해 박수라도 쳐야 명예회복과 공동체회복사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이렇게도 잔인한 요구가 있을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해군기지반대주민회는 "평생을 걸려 겨우 치유될까 말까한 공동체 파괴 상처가 이번에 발생하는 갈등으로 완전히 깨지고 말 것이다. 이 원망을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또한 적폐청산이 국정과제인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해군과 타협을 강요하는가. 불의와 타협하는 행위 자체가 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해군기지반대주민회는 "문재인 대통령은 애초에 공약한대로 강정마을의 명예회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을 국제관함식과 무관하게 시행해야 한다. 강정마을 방문이 필요하다면 이 역시 국제관함식과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마을회는 이날 오후 7시30분 마을 커뮤니티센터 의례회관에서 국제관함식 개최와 관련한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다. 안건은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국제관함식 동의 여부 주민투표의 건’이다.

해군기지반대주민회는 "(임시총회 참석 여부는)자유 의사에 맡기겠지만,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조직적으로 주민들끼리 싸우는 것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총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이들은 "이미 지난 3월 의사결정이 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같은 사안을 두고 결과를 번복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오늘 이뤄지는 총회 결정과 무관하게 관함식이 강정마을에서 개최된다면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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