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첫 도민 토론회..."취업자들 어떡하나" vs "공공용 활용하자는 것"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될지도 모르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허가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기존 병원(비영리병원)과 영리병원이 경쟁하면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찬성 입장과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고 개설돼도 제주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반대 의견이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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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2시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관련 지역별 도민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도 공론조사위원회가 주최·주관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관련 지역별 도민 토론회(제주시)가 30일 오후 2시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녹지병원 찬성(허가)과 반대(불허) 측이 각각 녹지병원과 영리병원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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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균 대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영리병원이 생겨도 의료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 대표는 “미국에는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이 있다.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 진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9% 높다. 또 영리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한 환자가 비영리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보다 1.2배 높다”고 말했다. 

이어 “영리병원은 결국 의료로 돈을 벌겠다는 얘기다. 진료 인력을 줄이고, 1인당 근무시간을 늘리기 때문에 되레 의료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 고용을 창출한다고 하는데,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 100병상에 평균적으로 직원 352명이 근무하지만, 비영리병원 100병상에는 평균 522명이 근무한다”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영리병원이 정말 좋은지도 의문이다. 태국에 영리병원이 생겼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태국 영리병원으로 모여들었다. 자연스레 다른 지역 병원이 줄었고, 도농 의료격차가 심화됐다. 또 맹장과 담낭 수술비가 영리병원 도입 3년만에 무려 50%나 올랐다. 물가가 50% 올랐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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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규 교수.
반면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녹지병원이 들어서도 우리나라 의료체계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녹지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진료비가 비싸다. 부유층만 이용할 수 있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제주도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또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위험한 치료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지병원은 직원 134명을 채용했다. 80%를 제주도민으로 채웠다. 또 수천억원을 들여 헬스케어타운을 건설했다. 개발한 대가를 가져간다는 것”이라며 “만약 불허되면 그에 따른 소송비나 손해배상은 제주도민의 몫”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왜 하필 제주에 생기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는) 부산에 살고 있다. 부산시민 입장에서는 왜 제주만 무사증 제도 혜택을 보고 있느냐. 녹지그룹도 무사증 제도 등을 통해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많아 제주에 녹지병원을 짓는 것 아니냐. 다른 지역민 입장에서는 제주도민만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의견은 더욱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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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반대측 오상원 위원, 홍영철 대표, 우석균 대표, 좌장인 이병덕 (사)한국퍼실리테이터연합회 회장, 찬성측 신은규 교수, 장성인 교수, 고태민 전 의원.
반대측에는 우 대표와 함께 오상원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원,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자리했다. 

찬성측에는 신 교수와 장성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고태민 전 제주도의원이 자리했다. 

고태민 전 의원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고 전 의원은 “사업 허가 등은 지속행위다. 특별법상 절차와 요건을 갖추면 허가를 해줘야 한다. 법에서 정한 절차 등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허가권자가 불허나 사업 보완을 요구할 수 있지만, 녹지병원은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상원 위원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반박했다. 

오 위원은 “보건정책의료 심의를 할 때 사업계획서를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심의위원들은 단 한번도 전체 계획서를 본 적이 없다. 무엇을 판단하라는 얘기인가”라며 “녹지병원이 도민 80%를 채용했다고 하는데, 의사 등 채용 인력 명단조차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의료법인 우회 진출 논란도 있다. 심의 때 김수정씨가 나타나 녹지병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국내 미래의료재단 이사"라며 "김씨는 '녹지병원 컨설팅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강남구청에 문의했다. 미래의료재단은 병원 컨설팅을 할 수 없다. 만약 했다면 행정처분 대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장성인 교수는 영리병원 설립으로 국내 의료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1977년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국민 소득 수준이 꾸준히 올라가면서 단일보험 체계로는 국민들의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영리병원이 악(惡)은 아니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국민들은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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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2시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관련 지역별 도민 토론회가 열렸다.

홍영철 대표도 녹지병원 승인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녹지병원을 불허할 경우 국제적 신인도가 떨어진다고 얘기한다. 손해배상 등을 얘기하면서 돈으로 겁박하는 느낌”이라며 “녹지병원은 의료 관련 경험이 없다. 또 국내 자본 우회 투자 논란도 있다. 조례에 따라 공론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라고 했다. 

방청석에서도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이라고 밝힌 김도현씨는 “녹지병원에 취업한 청년들이 있다. 녹지병원 개설이 무산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제주시민이라고 밝힌 임석환씨도 “녹지병원 등이 많이 생겨야 청년 일자리도 생기는 것이 아니냐”고 가세했다. 

이에 홍영철 대표는 “이미 지어진 병원 건물을 땅에 파묻어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녹지병원 건물을 공공병원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당연히 고용된 사람은 승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15년째 종사한다는 박경득씨는 “병원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영리병원은 제주도에 도움될 것이 하나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병원들은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양심적인 의사들도 있고, 건강보험 제도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안된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제도 감시를 벗어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31일 오후2시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도 열린다. 

한편 이번 공론조사에는 당사자인 녹지병원 측은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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