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동원호 강동현씨 부친 강대송씨
"아들 만나면 평생 처음으로 꼭 안아줄터"

 

   
 
▲ 부친 강대송씨가 아들의 석방소식을 이야기하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보였다.
 
동원호에 승선해 억류됐다 풀려난 제주출신 선원 강동현씨(27.서귀포시 강정동)의 부친 강대송씨(57·서귀포시 강정동)와 모친 이영자씨(51)의 얼굴에 117일 만에 환한 미소가 되돌아왔다.

지난 4월4일 피랍이후 하루하루 가슴만 졸이며 피 말리는 나날을 보내오던 동현씨의 부모는 모처럼 편안한 일상도 되찾았다.

31일 낮, 동현씨가 나고 자란 서귀포시 강정동의 자택으로 부친 강대송씨와 모친 이영자씨를 만나러 갔다. 초로(初老)의 두 부부는 마을 용천수에서 몇 채의 이불 빨래를 막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지 옷이 흠뻑 젖은 채로 대문 앞에서 기자를 맞았다.

“그동안 서럽고 억울하고 불안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어제 석방소식에 봄눈 녹듯 한순간 다 사라졌수다”
부친 강대송씨가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부인 이영자씨는 마음 고생이 컸는지 “그동안 잘 연락도 안허다가 무사들 영 호들갑이우꽝?”이라며 언론을 향해 서운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강대송씨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사람 말은 저추룩 해도 오늘에사 얼굴이 펴졌수다. 그동안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하루하루가 고통이어십주. 석방 소식 듣고 이제야 몇 달 밀린 빨래 오늘 몬딱 햄수게”

강두현 씨의 집 현관 앞 평상에서 그의 부친 강대송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4월4일 동원호가 피랍된 지 117일만의 석방소식입니다. 우선 소감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우다. 죽었던 아들이 살아오는 것 같아 어떻게 말을 해사 좋을지…. 그동안 주변에서 참 많이들 걱정해주셔십주. 제 대신 그 분들한테 모두 고맙다고 꼭 써 주십써. 어젯밤도 늦도록 축하와 안부전화를 하영 받았수다. 다들 고맙수다. 정말 고맙수다”

   
 
▲ 급박했던 협상과정을 보도를 통해 지켜보던 이야기를 전하는 강대송씨.
 
-그동안 4개월 가까이 정부 또는 동원수산 회사측으로부터 협상과정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받았습니까?
“정부에선 피랍직후에 피랍사실을 알리는 공문 한 장 온 것이 전부였수다. 오히려 언론보도를 보고 우리가 관계기관에 어떻게 되가는지 물어야 했으니까….
그나마 회사에선 그동안 매일매일 전화가 와서 협상상황도 알려주고 가족들을 안심시키느라 애써십주. 우리도 회사를 믿고 여기까지 온거우다.”

-정부에 대해 서운하셨겠네요.
“이제 와서 말허민 무슨 소용이 있수가. 이젠 석방되부난 다 잊어버렸수다. 그분들도 다들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애썼수다게.”

-강동현 씨와는 언제 통화가 마지막이었는지?
“딱 한번 전화가 왔수다. 피랍 한 달이 좀 지나서 5월 중순쯤이었을 거우다. 아들이 전화 와서 ‘건강하게 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헙디다. 워낙 말수가 없는 아들놈이라서 그 한마디에 잘 있는 줄 믿어십주.
현재 동원호에 있는 전화기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고 회사로부터 설명을 들었수다.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지만 며칠만 더 기다리면 곧 연락올텝주.”

-최근 동원호를 보도한 MBC PD수첩 방영을 보신 후의 소감은?
“방송 봤수다. 보고난 다음 참담하고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 연락도 해보고 취재한 김영미PD와도 몇 번 통화했수다. 다행히 김PD말로는 ‘두현씨는 비교적 건강히 잘 있는 것 같아보였다’며 ‘방송에 나오지 못한 취재내용 중에서 두현씨 모습을 담은 부분을 편집해서 보내주겠다’고 김PD가 약속까지 헙디다.

또 방송직후 도청에서도 담당 공무원이 집에 다녀갔는데 방송내용은 ‘사실과 다르니까, 너무 걱정마시고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 있을겁니다’라고 하고, 선장 가족들한테도 여러번 전화했는데 ‘잘있으니 걱정말라’고 연락왔었다며 안심하시라고 그럽디다.”

-선원들이 주말에 귀국할 예정인데, 제일 먼저 두현씨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은?
“허허. 그냥 ‘고생많았다. 또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해얍주”

-평소에 아들을 안아줘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우다. 못해봤수다. (쑥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번에 돌아오면 꼭 한번 안아주고 업어주고 해보쿠다. 죽은 아들 살아오는디 그것사 못허쿠가게!”

   
 
▲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심정이었다며 피랍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 하던 강대송씨의 눈은 젖어가고 있었다.
 
-동현씨는 어떤 아들입니까?
“아들 두 녀석 중 둘째우다. 말수도 적고 착헌 아들이우다. 제주대학 전기학과를 올해 2월에 졸업하고 4월에 동원수산 실습생으로 동원호를 탔는데…. 18개월 정도 걸릴거라고 하더니만 나가자 마자 피랍당해가지고…. 그 녀석도 많이 놀래실거우다.”
 
-정부와 회사 측에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얘기행 뭐 허쿠가. 다 잘되시난 이젠 헐말도 없고 다 잊어버렸수다”

-협상이 늦어진 이유를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우리야 뭐 압니까? 어제 텔레비에서 보도허는거 보난 젊은 해적들이 말을 잘 안듣고 협상채널도 자꾸 바꿔부난이랜 발표하던데…. 아쉽긴해도 이제 석방되시난…. 동현이 돌아오믄 모든 사실을 알아질텝주. 하여간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갖고 걱정해줭 너무너무 고맙다고 꼭 기사에 써줍써.”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쁠텐데 와줭 고맙수다”

중복의 여름햇볕은 금세 타오를 듯 살인적인 열기를 토해낸다. 동현씨 어머니 이영자씨가 방금 빨아온 이불빨래들이 며칠 뒤 돌아올 주인 동현씨를 기다리며 그의 집 앞마당에서 뜨거운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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