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17) 한라천마 (Gastrodia pubilabiata Sawa)
-난초과-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 가을 문턱 9월 초입에서 이번 주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잎잎과 엽록소가 없는 부생란 ‘한라천마’를 소개해 드립니다. 한라천마는 제주 숲에서 자라는 희귀란으로 8월말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9월초까지 볼 수 있습니다. 낙엽수림의 썩은 식물체에 기생해 살아가는 난초로,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데 그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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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일반 천마(天麻)는 잎이 없는 무엽란으로 큰 것은 성인 허리춤까지 올라옵니다. 한라천마는 제주에서만 자생한다는 의미로 ‘한라’가 붙었습니다. 이 밖에 천마보다 작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애기천마는 따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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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 (Gastrodia elata Blume).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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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기천마 (Hetaeria sikokiana [Makino & F.Maek.] Tuyama). ⓒ제주의소리

제주에 자생한다는 뜻에서 한라 명칭이 들어간 식물은 많이 있습니다. 한라솜다리, 한라장구채, 한라부추, 한라구절초 등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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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천마의 속명인 ‘Gastrodia’는 소화기관인 ‘위’를 지칭하는 그리스어입니다. 화피 전체가 위처럼 부풀어 오른 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화피는 화관과 꽃받침을 통틀어 이르는 단어로, 난초나 백합과 식물에 주로 사용합니다. 아주 작은 한라천마를 사진으로 담아 보면 가운데 작은 돌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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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라천마를 자세히 보면 실 같은 기다란 모양의 뿌리가 있는데, 이 뿌리 안에는 균사가 들어 있습니다. 이 한라천마의 꽃은 아주 작은데 반해 씨방은 아주 크고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한라천마의 씨방은 10월경에 아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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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한라천마는 크기가 작고 전체적으로 숲의 색감과 비슷한 녹갈색이어서 발견하기도 어려운 난초입니다. 이처럼 한라산 자락의 숲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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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아직도 여름의 열기가 조금은 남아 있는 듯 한낮의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의 초입에서, 한라산에는 벌써 가을을 맞이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이미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가을 야생화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다음 한라산 식물 이야기에서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야생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 가정마다 가을의 풍성함으로 가득하시길 응원합니다.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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