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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2일 오후 7시30분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해군이 추진하는 '2018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와 관련한 현안 토론회가 열리는 모습.
[국제관함식과 강정의 눈물]  갈등 봉합에 찬물...11만에 사과 약속 해군 ‘진정성 우선’

2018년 7월22일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이 위치한 커뮤니티센터 1층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다시 찬반으로 갈린 주민들이 장장 3시간30분 동안 치열하게 언쟁을 이어갔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이미 개최 반대를 결정한 2018 제주국제관함식이었다.

대화 도중 고성이 오가고 실랑이도 있었다. 회의장 밖에서는 울분을 참지 못한 주민간 몸싸움도 있었다. 일부 마을 어르신들이 이를 말리다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현장에는 김금옥 청와대 시민사회 비서관과 육성철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 조경자 국방개혁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장호 국방개혁비서관실 행정관이 참석해 이를 지켜봤다.

국제관함식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해상에서 전투태세를 검열하는 해상 사열 의식이다. 해군은 1998년과 2008년 부산에서 2차례 국제관함식을 열었다.

2018년 세 번째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해군은 차기 개최지로 제주를 낙점했다. 2017년 11월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도 제주 개최를 이유로 예산 증액을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강정마을에 설명회 개최를 요구했다. 해군본부 관함식기획단장과 제주기지전대장은 3월16일 강정마을을 찾아 관함식 취지를 직접 설명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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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2일 오후 7시30분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해군이 추진하는 '2018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와 관련한 현안 토론회가 열리는 모습.
이 자리에서 “마을에서 반대하면 개최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발언했다. 마을회는 3월30일 임시총회를 열어 개최 반대를 결정했다. 참석자 86명 중 4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석 달 뒤인 6월 해군은 보란 듯이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2018 대한민국해군 국제관함식 대행 용역’ 공고를 냈다. 개최일은 10월10~14일, 장소는 제주해군기지로 못 박았다.

국제관함식 공식 슬로건도 '제주의 바다, 세계평화를 품다'로 정했다. 마을 행사 프로그램으로 강정마을 어린이와 해군합창단 합동공연 등도 포함시켰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제주도의회까지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7월18일 제주를 찾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김태석 도의회 의장을 차례로 만났다.

강정마을도 찾아 4시간 가량 비공개로 국제관함식 개최 여부에 대한 주민의견을 들었다. 현장에는 마을 내 찬반측 집행부 대부분이 참석했다. 여기서도 주민들 의견은 갈렸다.

결국 강정마을회는 7월26일 임시총회를 열어 국제관함식 찬반 재투표를 위한 주민투표를 열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다시 찬‧반으로 나눠졌고 반대측은 격렬히 항의했다.

이틀 뒤 열린 임시총회에서 주민들은 국제관함식을 수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투표에 참여한 주민 449명 중 찬성 385표, 반대는 62표였다. 무효는 2표였다.

강정마을회는 7월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 사업의 추진을 전제로 한 결정이었다며 주민투표 배경을 설명했다.

▲ 7월30일 오후 강정마을 주민투표 무효확인의 소장을 제출하고 있는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의 모습.
반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강정마을회를 상대로 관함식 개최를 결정한 7월26일자 주민투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주민간 갈등 문제가 불거지자 8월14일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제주를 찾아 진화에 나섰다. 8월29일에는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이 강정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했다.

찬성측은 문 대통령의 관함식 참석과 사과를 계기로 갈등 해소의 물꼬를 트고 이후 상생과 마을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반면 반대측은 서서히 풀리는 갈등이 국제관함식 재결정으로 다시 불거졌다며 맹비난했다. 앞에서 관함식 반대 수용을 이야기하며 뒤에서는 행사를 강행하는 이중적 태도에 혀를 찼다.

해군참모총장은 강정주민과 지역 여론을 고려해 해군 차원의 공식사과를 약속했다. 해군의 사과는 2007년 6월8일 국방부가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한지 11년만이다.

관함식은 국제적인 행사다. 해군은 이미 외국과 민간업체에 제주를 개최지로 소개했다. 반면 지역사회에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강정주민들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불신을 자초했다.

지난 11년 해군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찬성측에 서서 여론전에 나서면서 갈등과 공동체 파괴는 오롯이 주민들 몫이었다. 

해군의 공식 사과 약속은 과거 정권과 비교해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강정의 아픔을 어루만질 생각이라면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 진정성이 없다면 변화는 어렵다. 

▲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이 8월29일 취임후 처음으로 제주를 찾아 강정마을 방문하고 이후 제주해군기지를 방문해 2018 국제관함식 준비 현황을 보고받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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