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영리병원)인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설립 여부를 두고 제주도민사회의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에 의해 최종 공론화 작업이 진행중에 있지만 여전히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추석 명절을 맞아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도민들의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영리병원'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특정 계층에 편중되지 않도록 도내 인구 밀집 지역에서 무작위로 이뤄졌다. 공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도민사회의 수용 자세까지 세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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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영리병원 물었더니 제주도민 찬성 의견은?
② 영리병원 물었더니 제주도민 반대 의견은?
③ 영리병원 공론 조사결과 승복, 도민 뜻 받들라 

[특집-영리병원, 제주도민 물어보니] "정부와 제주도, 도의회까지 적극 나서야"

특별자치를 시행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제1호 숙의형 공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상은 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이다.

개설 여부를 두고 찬성과 반대 측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지만, 직접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도민들의 직접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서는 공론조사 최종 결과를 수용하고, 뒤따를 수 있는 우려에 대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녹지병원은 국내 1호 영리병원이라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의료법인의 경우 병원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직원 임금이나 병원 관련 부대사업(장례식장, 주차장 시설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병원은 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의 자본으로 설립된 병원이다. 투자 지분에 따라 병원 수익금을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어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된다. 

영리병원 찬·반 논란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10년 넘게 끊이질 않고 있다. 

영리병원이 생김으로써 의료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되레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져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녹지그룹이 추진하는 녹지병원은 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부에서 사업계획서를 승인 받아 제주도지사의 최종 허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제주특별법 제307조에 따라 영리병원 최종 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리병원인 녹지병원 설립으로 의료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말은 곧 정부가 영리병원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만약 영리병원 개설로 의료 공공성이 훼손된다면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다. 제주특별자치도라 하더라도 공공 의료체계는 전국 공통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제주도에 보낸 공문을 보면 녹지병원을 제주만의 문제로 보는 듯하다.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이므로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2017년 9월11일 정부가 제주도에 보낸 공문 발췌]
정부가 의료공공성 훼손을 우려한다면 적극적으로 영리병원 허가 이후 대책, 영리병원 불허 이후 대책까지 강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민의를 대변하는 제주도의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6·13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의소리>가 실시한 제주도의원(교육의원·비례대표 제외) 후보 현안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72.9%가 녹지병원 개설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의견을 피력한 사람 중 제11대 제주도의회에 입성한 당선자는 총 20명. 비례대표와 교육의원을 제외한 지역구 의원 총 31명의 2/3이다. 

바른미래당 강충룡 의원은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김황국(자유한국당), 강연호·이경용(무소속) 의원은 입장을 유보했다. 

반면, 김용범·김희현·강철남·정민구·홍명환·이상봉·양영식·박호형·고태순·강성의·김경학·고용호·강성균·박원철·임상필(민주당), 허창옥(무소속) 의원 등 16명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당론을 감안하면 제주도의원 절반 이상이 영리병원 개설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의회 차원에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하다. 그나마 고현수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뿐이다.  

제주 1호 공론조사는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제주도민참여단 200명의 마지막 토론회(10월3일)만 남겨뒀다. 

마지막 토론회가 끝나면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도민 3000명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도민참여단 200명의 숙의 공론 결과 등을 종합해 오는 10월 제주도지사에게 최종 의견을 제출하게 된다. 

공론조사는 당초 없던 절차였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우려와 함께 도민 사회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제주도가 공론조사 실시를 결정했다.  

녹지병원 개설 찬성과 반대 중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민 3000명 여론조사 결과나 도민참여단 비율 등은 비밀에 부쳐졌다. 미리 공개되면 숙의 공론조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도민들은 공론조사 중간 과정 비공개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직접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서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공론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것은 직접 민주주의가 되레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와 참여단 등 공론조사에 참여한 도민 모두 ‘더 나은 제주’를 위한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다. 

녹지병원이 개설된다면 반대 측의 우려인 의료 공공성 훼손을 막는 방안을, 녹지병원이 불허된다면 찬성 측의 우려인 지어진 건물 활용방법과 행정소송 등 대응 방안에 대해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어떤 결과라도 도민들의 의견을 받드는 것이 제주에서 처음 진행된 숙의 공론조사 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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