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함식과 강정의 눈물] (下) 정부와 군의 미숙한 추진...대통령 주목하는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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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27일 이후 제주 서귀포시의 작은 마을 '강정 공동체'는 완전히 파괴됐다.

제주 해군기지로 인해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은 서로 원수를 대하듯 하고, 수백년 이어온 마을공동체는 아직까지도 찬반으로 나뉘어 친인척 사이에도 심지어 경조사까지 돌아보지 않고 있다. 물론 해군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특히 마을 주민 대다수가 지난 10여년간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수백명이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등으로 범법자가 되기도 했다.

결국 2016년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됐지만 해군과 지역주민은 여전히 교류가 없고, 주민들은 해군을 적대시하고 있다. 

해군 역시 그동안 반대 주민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해군은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를 완공했지만 반대 주민을 초청하지 않았다.

절차적 정당성 결여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온 반대 주민들에 대해 해군은 기지가 완성되고 정권도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부터 해군은 다시 한번 강정마을 속을 긁었다. 국제관함식 개최가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강정주민들 간 '민민 갈등'을 부추긴 셈이 됐다. 

올해 2월 해군은 강정마을회에 국제관함식 설명회 개최를 요구했고, 3월16일에는관함식기획단장과 제주기지전대장이 강정마을을 찾아 관함식 취지를 설명했다.

해군은 당시 "마을에서 관함식을 반대하면 개최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강정마을회는 3월30일 임시총회를 열어 국제관함식 개최를 반대하는 것으로 공식 결정했다.

하지만 해군은 또 강정주민들과의 약속을 구렁이 담 넘듯 외면했다. 해군은 6월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2018 대한민국해군 국제관함식 대행 용역' 공고를 냈다. 10월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제주해군기지에서 국제관함식을 개최하는 것으로 못박은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면 해군기지를 추진하지 않겠다던 10년 전 해군의 거짓말을 되풀이 한 셈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의 관함식 일방 개최를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제주도의회 마저 여야 의원 37명의 서명을 받아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제관함식 개최와 관련해 제주도의 여론에서 이상기류가 나타나자 이번엔 청와대에서 나섰다.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7월18일 제주를 찾아 원희룡 제주지사와 김태석 도의회 의장을 차례로 만났다.

이어 강정마을까지 방문해 4시간 동안 비공개로 국제관함식 개최 여부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했다.
 
결국 강정마을회는 7월28일 다시 임시총회를 열고 국제관함식 찬반 재투표를 실시해 관함식 개최를 수용키로 번복했다.

강정마을회는 국제관함식을 수용하는 대신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공동체 회복사업 추진'을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해군기지 추진과정은 물론 개항 이후에도 여전히 마을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해군은 '국제관함식 개최' 마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또다시 생채기를 남겼다.

물론 해군 뿐만 아니라 정부와 청와대 마저 미숙한 일처리로 다시 한번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든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정마을과 주민들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안겨줬다. 제주도 전체가 갈등에 휩싸인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처음 구상했던 것은 ‘민군복합형 기항지’다. 민항 중심으로, 제주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건설이 돼야 한다.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를 해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도민들이 또 다른 대안을 합의를 통해 이뤄낸다면 그 대안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당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은 당시 후보 신분으로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 후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공약은 이미 이행했다. 

이제 남은 건 11년간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며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강정마을 주민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치유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다. 

구상권 철회는 문 대통령이 약속한 강정 공동체 회복 지원의 시작일 뿐이다. 뼛속과 영혼까지 상처 입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제주해군기지 갈등 진상규명이 최우선이다. ‘국책사업으로 밀어붙이기’한 국가의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

잘못된 절차에 의한 제주해군기지 유치 결정 과정을 국가가 먼저 철저히 진상 규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국제관함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강정주민들은 이제 다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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