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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일본 딸기 농장주 이와사(오른쪽) 대표가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샛별감귤농장을 찾아 김종우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본 스마트팜 히로키 이와사 대표, 제주 농업인 김종우 대표와 만남 "성공비결은 브랜드화"

딸기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일본의 젊은 농사꾼이 제주를 찾아 브랜드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일 오후 4시30분쯤 일본 농업법인 GRA(General Reconstruction Association) 히로키 이와사(41, Hiroki Iwasa) 대표이사가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샛별감귤농장을 찾았다. 

샛별농장 김종우(60) 대표는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 농업을 선도하는 스마트팜 농장주다. 

서귀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뒤 인하공과대학교를 나와 대기업 현대전자에 입사한 김 대표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IT 관련 업무를 전담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퇴사 이후 평소 자신 있던 분야인 IT를 농업에 접목했다.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인터넷에서 영농일지를 작성했다. 또 생산이력을 추가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국내 최초 감귤마이스터로 선정된 그는 국무총리 표창, 비용절감 공모 장관상, 이달의 새농민상 수상 등으로 여기저기서 주목받는 농업인이 됐다. 

히로키 대표가 찾은 김 대표의 한라봉·천혜향 농장도 일종의 스마트팜이다. 김 대표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가서도 자신의 농장 온도와 습도 등을 휴대전화로 파악해 물을 주고, 일사량을 조절한다. 최적의 기후를 유지해야 최상의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장을 찾은 히로키 대표는 김 대표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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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우 대표(왼쪽)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스마트팜을 히로키 이와사 대표에게 소개하고 있다.

IT업계에서 일하던 히로키 대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 도호쿠에서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도호쿠는 일본 내 딸기 주산지로 꼽혔지만, 동일본대지진으로 농장의 95%가 사라진 지역이다. 

히로키 대표가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딸기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명 ‘보석딸기’는 낱알 1개 가격이 1000엔에 달한다. 1박스가 아니라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딸기 1개 가격이 한화로 따지면 약 1만원인 셈이다. 

그의 딸기 농장이 있는 아마모토쵸 지역의 인구는 1만2000여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5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보석딸기 농장을 구경하기 위해 아마모토쵸 지역을 찾고 있다. 

보석딸기는 화장품 원료 뿐만 아니라 와인 등으로 재가공되고 있으며, 현재는 홍콩과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등에 수출되고 있다. 태국과 홍콩, 대만, 인도에는 현지 법인도 있다. 6차산업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히로키 대표도 김 대표처럼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 최적의 기후를 유지해 최상급 품질의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 수분 등이 유지되면서 히로키 대표의 딸기 생산량은 다른 농장의 2배에 달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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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당 가격이 약 1만원에 달하는 히로키 대표의 보석 딸기.
그런 그도 제주 농업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듯 했다. 

히로키 대표는 제주 감귤 산업의 규모와 비닐하우스 규모, 농민 규모, 가격 등을 김 대표에게 꼼꼼히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공 비결을 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팜 관리와 함께 베테랑 농민들의 '감'(感)이라고 귀띔했다. 

히로키 대표는 “일본 딸기 재배 농민 대부분이 고령이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농사를 짓는다. 그들에게 딸기 농사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약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묻고 또 물어가면서 적절한 온도와 습도 등 그들의 농사 경험을 데이터화했다. 그 결과 365일 딸기가 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었다”며 “그러자 당도가 높아졌고, 수확량도 다른 농장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데이터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40년 넘게 딸기를 키운 농민을 회사 이사로 모셨다. 데이터에 따라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40년 경험자는 자신의 감으로 온도가 적절치 않다고 조언해준 적이 있다. 경험자 말을 들으니 딸기의 질이 더 좋아졌다. 데이터 뿐만 아니라 오랜 경험자의 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히로키 대표의 말에 김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김 대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지만, '감'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히로키 대표는 또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브랜드”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키운 딸기는 말그대로 보석딸기다. 단순히 품질 좋은 딸기가 아니라 보석처럼 귀하고, 품질 높은 딸기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브랜드화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히로키 대표와 김 대표의 만남은 제주연구원 제주농업·농촌6차산업화지원센터가 중재했다.  

히로키 대표는 앞으로 제주농업·농촌6차산업화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정보·기술 교류와 함께 공동 상품 개발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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