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순례단 18일 옛 주정공장터서 4.3 행방불명인 천도재

지난달 4월24일 제주관덕정을 출발해 제주도 전역 탁발순례에 들어간 생명·평화 순례가 한달 가까이 진행된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도법 수경 스님 등 탁발순례단은 18일 낮 12시30분에 다시 제주관덕정에 도착해 24일간의 순례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3년여의 일정으로 지난 3월1일 지리산을 출발한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은 4월22일 제주에 도착한 후 24일부터 순례를 시작해 애월과 한경, 대정 안덕, 서귀포시 등 서쪽 일주도로를 통해 제주전역을 순례했다.

 

탁발순례단은 마라도와 우도도 이 기간 중에 찾았으며, 모슬포 섯알오름 학살터(백조일손지묘)와 북촌리, 안덕면 동광리(무등이왓), 남원읍 현의합장묘, 구좌읍 다랑쉬굴 등 4.3유적지에서 천도재를 올려 4.3영령들의 혼을 위로하고 가는 곳곳마다 생명과 평화를 기원했다.

 

▲ 천도재를 시작하면서 탁별순례단과 4.3유족회원들이 4.3희생자들에게 분향을 하고 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은 제주순례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10시30분 제주시 건입동 옛 주정공장터에서 4.3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에 대한 천도재를 올려 그들의 넋을 다시 한번 위로 했다.

 

생명평화탁발순례단과 4.3유족회원 등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천도재는 행방불명인들에 대한 분향과 헌주, 묵념, 유족회장 인사말, 독경, 추모사, 그리고 옛 주정공장터를 순례했다.

 

이성찬 4.3유족회장과 이병철 지리산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이지훈 생명·평화 탁발순례 제주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의 헌주로 시작된 천도재는 이성찬 4.3유족회장이 옛 주정공장터에 대한 역사를  설명했다.

 

이성찬 회장은 “이 일대 산지포구는 옛부터 제주의 관문이자 일제치하 1934년에 일제수탈의 첨병역할을 하던 동양척식회사의 제주 주정공장이 들어섰던 터로, 4.3이 일어난 다음해인 1949년 봄 토벌대를 피해 겨울을 산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주민들이 군경의 선무공작에 의해 이곳에 수용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곳에 수용된 남녀노소, 부상자, 임산부 가리지 않고 혹독한 고문을 당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어갔으며, 젊은이들은 육지 형무소로 수감됐다가 6.25 직후 집단학살을 당하기도 했고, 또는 바다에 수장돼 죽은 이도 많다”며 4.3행방불명인들을 위해 천도재를 올린 탁발순례단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 도법 수경 두 스님이 '반야심경'을 독경하고 있다.
이어 도법 스님과 수경 스님이 ‘반야심경’을 독경하며 행불인들의 혼을 위로하고, 제주4.3으로 희생된 모든 이들의 영혼을 달랬다.

 

생명·평화탁발순례단장인 도법 수님은 추모사를 통해 “인간의 역사에 투쟁과 고난이 많았다”면서 “하나의 강토, 역사, 문화전통 아래 반목과 원망이 끊이지 않았고, 같은 민족과 같은 눈빛을 가진 사람들끼리 시기와 질투를 벌여왔다”며 “도대체 우리 인간에게 있어 좌는 뭐고, 또 우는 뭐냐”고 되물으며 우리 인간들이 탐욕과 시기, 질투에 얽매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도법 스님은 이어 “무지와 탐욕의 불길이 곳곳에서 치솟고 있다”면서 “생명과 평화, 우리의 행복을 위해 우리 가슴에서부터 불신과 대립의 벽을 허물어 나가자”고 말했다.

 

▲ 이날 천도재에는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원과 4.3유족회원 등 50여명이 참가했다.
도법 스님과 탁발순례단, 그리고 4.3유족회원들은 천도재 마지막 행사로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옛 주정공장터를 한바퀴 돌아 이날 천도재를 마무리 했다.

 

천도재가 끝난 후 도법 스님은 4.3유족회원들에게 인사말을 통해 “제주전역을 돌아 본 결과 4.3의 상처가 너무 크고 깊었다”면서 “그 동안 4.3유적지를 찾아 천도재를 올렸으나 과연 그들에게 무슨 위로가 되겠느냐”며 “다만 최소한의 위로와 예의라도 갖추는 게 도리라는 차원에서 천도재를 올려 드렸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이런 비극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잘 다지는 일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지혜를 바쳐야 한다”고 말하고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을 위로하는 것을 넘어 아픔과 상처가 승화되도록 마음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 수경 도법 스님 등 천도재 참가자 모두가 옛 주정공장터를 한 바퀴 돌면서 4.3영혼들의 한을 달래고 있다.
한편 생명·평화탁발순례 제주조직위원회는 18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주탁발순례 행사를 마무리 짓는 환송행사를 갖는다.

 

탁발순례단은 이어 19일 11시에 어승생악에서 제주의 모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영원한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한라산천도재를 지낸 후 20일 제주를 떠난다.(참여를 원하는 도민들은 오전 10시까지 어리목 광장으로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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