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문정인 “쉽지 않은 ‘비핵화’ 북미 협상, 평화 기회 놓쳐선 안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와 <제주의소리>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아카데미' 2018학년도 2학기 여섯 번째 강의가 10월 23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진행했다. 문 특보는 2000년 김대중 정부, 2007년 노무현 정부, 그리고 2018년 9월 문재인 정부까지,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을 방문한 독보적인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5월 21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됐다. 중요한 외교 순간마다 여론에 메시지를 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문 특보는 이날 강의에서 “비핵화라는 목표는 같지만 과정은 다르다. 간극을 좁히는 게 쉽지 않아 보이지만 한반도 평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참여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제주의소리

문 특보는 평창올림픽부터 곧 열릴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까지 주요 과정마다 의미를 짚어냈다.

그는 “평창올림픽 직전까지만 해도 미국 백악관, 언론에서 예방전쟁, 선제타격 등이 거론될 만큼 갈등이 높았다. 사드로 중국과의 갈등도 높아졌고, 국가 안에서도 여론이 양분돼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다”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 압박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략을 크게 세 가지로 정했다. ▲한국은 핵무기를 가지지 않는다 ▲한국의 사전 동의 없는 미국 군사행동은 결연히 반대한다 ▲흡수통일 같이 북한 체제를 바꾸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올림픽 전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 카드였다. 실제 뒤따른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대화 메시지가 담겼다. 정부는 곧바로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고 남북 고위급 회담과 평창올림픽 참가로 이어졌다”면서 “올림픽 폐막식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서울에 와서 문재인 대통령과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특사를 보내면서 남북미 대화는 급물살을 탔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미국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나온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문 특보에 따르면 특사단은 “딸 이방카를 올림픽 특사로 보내줘서 고맙다. 한국에 이방카 팬클럽까지 생겼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 딸은 분명 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매우 좋아했다. 이어 “클린턴, 부시, 오바마가 대북 정책을 실패한 이유는 백악관 참모들이 지나치게 개입해서 그렇다. 난 내 결정으로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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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참여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제주의소리

문 특보는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고위 인사와 나눈 이야기도 들려줬다.

문 특보는 “북한은 자신들이 보유한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탄도미사일의 수량, 위치 정보를 미국에 먼저 넘겨주는 것을 반대한다. 이유는 북미 간에 아직 신뢰가 없어서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폭탄을 60~65개 보유한 것으로 파악한다. 국제사회는 20~30개로 보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폭탄 수가 30개라는 리스트를 미국에 넘기면, 미국은 믿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60개가 나올 때까지 고집하면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판은 깨진다는 것이 북한 측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현재는 북한의 입장(선 종전선언 후 사찰), 미국의 입장(선 신고 후 사찰)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9월 19일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평양선언'에 대해서는 "5.16선언은 총론, 10.14선언은 각론이라면 9.19 평양선언은 실천적인 합의가 담긴 가장 앞선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서해 상 무력 충돌에 대해 합의한 점이 주목할 만 하다. NLL 서해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군사적 충돌은 확전되기 쉬워, 자칫 통제가 벗어날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며 "서해 충돌을 합의로 없앤다면 그만큼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적어지는 것이기에 평화에 더 가까워지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평양선언은 적어도 한반도 평화의 절반을 얻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문 특보는 “한국과 미국 모두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같다. 다만 과정이 다를 뿐이다. 미국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 ‘핵무기 검증원리주의자’ 세력이 있다. 일본의 견제 역시 만만치 않다”면서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우리에게 중재자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공개 검증하고 폐기까지 한다면 미국 정부는 최소한 남북한 교류는 전향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문 특보는 “칭찬에 인색하고 잘못했을 때 더욱 세게 야단치는 건 좋은 교육 방법이 아니다. 잘한 일에 더 칭찬하고 처벌보다는 격려가 바람직하지 않냐. 요즘 미국이 북한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칭찬 보다는 못하는 것만 찾아서 꼬집는 것 같아 보인다. 이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오랜 인식, 처벌하는 데만 익숙한 미국 역할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빗대 설명했다.

문 특보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트럼프 두 정상이 ‘빅딜(big deal)’에 성공해야 한다. 어렵게 만든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계속 이어가도록 국민들도 성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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