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22) 덩굴용담 (Tripterospermum japonicum [S. et Z] Maxim.) -용담과-

오늘은 빨간 열매가 인상적인 제주 야생화 ‘덩굴용담’을 소개해 드립니다. 용담과의 아이들은 그 종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용담을 비롯해 흰그늘용담, 구슬붕이 종류에 더해 일부 학자는 어리연꽃도 용담과로 분류합니다. 쓴풀 종류와 닻꽃도 용담과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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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식물 이름은 생김새, 냄새, 전설 등 그 식물만이 가지는 특징과 이유로 붙여집니다. 용담(龍膽)이라는 이름은 한약명인데 '용의 쓸개'라는 뜻입니다. 뿌리의 쓴맛이 웅담 보다 더 강해 용담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덩굴용담이라는 이름은 덩굴성 식물이기 때문에, 용담 앞에 덩굴이라는 글자가 붙어 그 이름을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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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이 덩굴용담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덩굴용담의 화색(꽃의 색깔)은 이렇게 옅은 보라색을 가졌지만, 흰색의 덩굴용담도 있습니다. 연보라색과 흰색의 덩굴용담이 주종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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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덩굴용담도 다른 용담류의 꽃들처럼 꽃잎이 하나로 이뤄진 통꽃입니다. 윗부분은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아래로 내려오면서 급하게 좁아지는 나팔 모양입니다. 피어있는 자태는 마치 나팔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꽃이 피는 시간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2~3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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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다음은 흰색꽃이 피어 있는 덩굴용담을 만나 보겠습니다. 제주에서는 깊은 숲 속을 가야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자생지가 적어 산림청이 희귀식물,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해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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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부러진 나무를 감고 올라가 꽃피운 덩굴용담의 자태는 고고하고 우아한 멋이 있습니다. 이 덩굴용담이 피었다는 것은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덩굴용담꽃을 담을 시기가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 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10~11월이 접어들면서 덩굴용담에 열매가 맺기 시작하는데 열매도 참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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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덩굴용담을 노래한 시 한 편 올려 드립니다.

붉은 구슬 토하는 덩굴용담
유유

오죽하면 붉은 사리 만들어 입에 물고 있을까

그리우면 그립다 말만 하면 될 것을
애틋한 한만 속으로 갈무리
피조차 토하지 못해 구슬로 뭉쳐 버린 그리움

영롱한 구슬 땅에 떨어질라
아니 차라리 흙이 될 지어라
이생에 못 이룬 꿈 땅에서 새로 시작하고파라

그래서 그 다음 생애에서는
기필코 사랑을 이루고야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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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덩굴용담의 꽃말은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라고 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꽃을 피우고 나서 그 자리에 고개를 내민 빨간 열매가 어쩌면 11월의 지나간 우리의 슬픈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연재한 지도 1년이 지나갑니다. 마지막 남은 두 장의 달력을 보면서 그동안 응원해 주신 제주의소리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식물 이야기로 보답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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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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