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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12월 5일 오후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허가' 결정을 내린 원희룡 지사에 대해 퇴진운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허남춘 칼럼] ‘영리병원 허가’ 국민과 도민에 대한 심각한 폭력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젠 본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도민을 대상으로 공공의료를 해치는 주먹질이나 다름없는 ‘영리병원 허용’을 선언했다. 그 파고는 커서 대한민국에 대한 주먹질로 번질 것이 빤하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이므로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권한을 도지사에게 위임한 바 있다.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 측면도 있지만,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으려는 면모도 충분히 간과해선 안 된다. 당연히 도민 공론조사 결과도 영리병원 반대쪽으로 결론이 났고 제주도의 민심을 읽은 바가 있어 크게 고민하지 않은 점도 있다. 그런데 도민의 정서와는 무관한 청천벽력 같은 발표가 나왔다. 이런 폭력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에 시민단체들이 도지사 퇴진 운동에 나서려는 움직임이다. 영리병원 문제가 단순한 것은 아니어서 사태의 정실을 모르고 무조건 두려워하는 면도 있다. 그리고 도지사가 말한 대로 큰 변화와 충격은 없을 것이고, 찻잔 속의 폭풍을 두고 제주도가 부화뇌동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큰 안목으로 보면 무서운 결과도 예상된다.   
 
우리 시대는 상상하지 못할 4차 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나노기술, 생체 복제, 로봇과 인공지능, 상상 실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과학기술이 등장한다. 우리 시대의 삶도 이런 변화와 함께 급격하게 바꾸어질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앞서가는데 인간적 가치의 문제는 좀 뒤처져 있다. 그런 문제도 돌아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심각한 문제를 예상해 본다. 
 
영리병원 문제에 삼성 등 대기업 재벌이 가담하려 했던 것은 미래의 의료 산업과 의약 산업에 주도권을 쥐려 하였던 면이 있다. 차후 의료기술이 유전자 조작이나 생체복제 등으로 불치병에 도전하고 아울러 인간 생명을 늘리려는 산업을 꿈꾸고 있다. 심장이 망가진 경우 남의 심장을 이식하여야 하는 상황이 지금의 의료 기술인데, 향후 복제된 심장으로 인간의 불치병을 고치게 될 것이고, 이런 기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의료 수가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영리병원을 꿈꾸는 재벌들에게는 이런 시장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제주의 영리병원은 호기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그 위험성이 당장 닥칠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30년 뒤에 실현될 수 있는 미래 산업임에 틀림없다. 우선 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의료 기술의 혜택을 입게 된다. 돈 없는 사람들은 기술의 위대함을 찬미하면서 죽어가야 한다. 이게 자본주의의 정의다. 의료 격차를 당장 경험해야 한다. 그러니 의료 영리화 문제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고,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도민들에게 피해가 없고, 만약 허가를 취소하면 녹지그룹에게 당장 물어줄 돈이 크니 허가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서귀포 주변의 경제 활성화나 주민 취업 등은 아주 미미한 성과에 그칠 것이 명확한데, 무작정 영리병원을 허가하는 일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핵문제가 피해가 없는데 반대한다고 하면서, 경제 이득을 논하는 대한민국의 핵 마피아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영리의료 문제도 마찬가지로 피해가 없고 오히려 경제 이득이 있다고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다. 핵은 피해가 여전하다. 폐기물 확산은 우리 후손들이 감당하여야 할 무서운 문제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의료기술도 큰 인간적인 문제를 담보하고 있다. 살아있는 장기를 배양하고, 그것의 독자적 생명 문제는 도외시한 채 환자에게 이식된다는 것이 고민할 문제로 등장한다. 복제기술로 만들어진 세포가 단순히 기계적이고 생물학적 부산물이라고 하면 문제를 외면하는 일이다. 생명 존중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 본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 변화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책한다. 그러나 인간적인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그런 인권 존중의 차원에서 고민하고자 한다. 삼성과 같은 부도덕한 기업이 우리나라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불행이다. 
 
어찌 되었든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중시해야 하는데 삼성은 노동조합조차 불허하는 부도덕한 기업 아니던가. 그런 부도덕한 기업들이 영리병원을 획책한다면 우리 사회의 정의는 허물어질 것이다. 자본주의의 정의가 아니라 인간의 정의를 위해 영리병원은 불가하다.
 
▲ 허남춘 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도지사가 도민을 무시하고 녹지병원을 두둔하면서 보여준 얼굴은 지극히 폭력적이었고 강변하는 말 속에 부패의 그늘도 보였다. 이제 싸움이 시작되었다. 시민단체들의 도지사 퇴진운동에 힘이 실릴 것이다. 
 
대중의 공공의료를 위해 도민이 함께 나설 것이다. 그 끝이 어딜까. 하늘처럼 높고 먼 일일까. 아니다. 하늘은 높아도 비는 내리는 법이다. 지도자가 하늘을 버리면 반드시 망한다는 교훈을 다시 새기길 기대한다. 마지막 기회다. / 허남춘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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