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25) 아트플랫폼 대구예술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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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예술창조공간 대구예술발전소는 방치된 연초제초장 창고를 리모델링해 탄생했다. 이 5층 건물은 전시실, 강의실, 작업실, 수장고, 북라운지, 공연장,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 이 예술가들의 창작 거점이다.

레지던시에는 총 25팀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1월까지 머물게 된다. 한 층 높이가 4미터에 이르고 공간구성도 넓고 쾌적하다. 물리적 환경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949년 공장 창고로 지어진 이 건물은 한국담배인삼공사 대구 연초 제조창으로 활용되다가 1999년에 폐쇄됐다. 2007년 대구시로 기부채납됐고,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한 예술창작벨트 조성 계획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리노베이션을 하되 원형을 최대한 살리는 리노베이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때 대구지역에서는 이 재생공간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결론은 입주작가 레지던시와 문화향유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예술가와 시민의 스킨쉽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2013년 문을 열고 대구시에서 직접 운영하다가 2016년 7월 대구문화재단이 운영을 맡게 됐다.

▲ 대구예술발전소 전경. ⓒ 제주의소리

대구예술발전소의 입지적 특수성은 ‘대구 대표 아트플랫폼’으로 가는 길에 더 힘을 싣는다. 건물이 있는 수창공원은 과거 연초 생산공장들이 있던 터이고, 바로 옆 맨션은 임직원 사택이었다. 산업지구에서 문화지구로 변신한 셈이다.

‘무엇으로 안을 채울 것인가’는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 권오준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실험성”이라며 “보편적인 것보다 청년예술가의 실험적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청년예술가들이 입주해 작업실에서 맘껏 작업을 하고 한 건물 안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도 연다. 설치미술부터 스트릿 댄스가 융합된 퍼포먼스까지 청년예술가들의 결은 다양하다.

예술과 시민이 교류할 수 있는 ‘만권당’에는 입주 청년작가들이 기획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자연스레 인근에 사는 가족단위 참가자들과 청년들이 만나게 된다. 아트숍을 통해 시장에서의 상품성을 미리 확인해볼 수도 있다.  

▲ 대구예술발전소로 리노베이션되기 전 폐쇄된 대구 연초 제조창의 모습. ⓒ 대구시

대구예술발전소는 특수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대구시로 기부채납한 곳으로 일반 수익형 민간개발 사례도 아닌데다, 재개발의 위협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담배공장단지라는 독특하고 거대한 하드웨어 기반이 있었다. 그럼에도 공간에 초점을 맞췄을 때 제주에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

작가가 입주하는 레지던시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예술창작활동과 문화향유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특수점이 있다. 비교적 접근성 높은 거점을 만들고 방문객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면서 시민들과 접점을 찾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당초 특이한 창고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리노베이션 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정작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건물의 원형이 지닌 개성과 역사성이 많이 퇴색됐고 지금까지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 팀장은 “폐산업시설에 대한 활용계획이 있다면 전문가의 자문도 좋지만, 행정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지 진정성 있는 접근이 중요하다”며 “행정은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적 접근이 주가 되면 원형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과도한 예산이 해가 되기도 한다”면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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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인 권오준 대구문화예술발전소 운영팀장.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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