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63)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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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늘은 성탄절이다. 2000여 년 전 유대나라 베들레헴의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성탄절은 인류를 죄악에서 건져내는 구원의 복음을 전해준 기쁘고 좋은 날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건 온통 우울한 소식 뿐이다.

정치는 여야가, 같은 정당에서는 계파로 나뉘어 싸울 줄 밖에 모른다. 조선조의 사색당쟁과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희망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절망을 파는 장사꾼’이다. 

경제를 보자.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경제실험으로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그런데도 잘못된 정책을 고칠 생각은 않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면서 막무가내로 우기기만 한다.

사회는 이념·계층·세대·성별로 나뉘어 서로 헐뜯고 주먹질한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일상화돼 ‘인간이 인간에게 이리’가 된 세상이다. 한 마디로 정치는 싸움판, 경제는 개판, 사회는 난장판이다. 이걸 뭉뚱그리면 날라리판이 된다. 대형사고가 자주 터지는 원인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 정치와 경제, 안보와 외교 어느 것 하나 성한 데라곤 없고 제대로 굴러가는게 없는데도 오만과 독선에 빠진 권력자들은 권력놀음에 여념이 없고, 나라가 사분오열돼 있는 이 백척간두의 현실을 준열히 꾸짖어야 할 사회 원로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이는 원로들이 자신의 조언과 충언이 우이독경이라는 걸 깨닫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결과가 아닐까?

12월 25일은 성탄절이다. 인류의 구세주로 오신 예수는 짧은 생애(33년)를 살면서 가난하고 병들고 핍박받는 자들을 위해 고난을 당하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친 그의 행적과 어록을 압축하고 또 압축하면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가 남는다. 

오늘 소개하는 ‘도마뱀 이야기’는 인간보다 더 숭고한 도마뱀의 러브 스토리다.

1963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때의 이야기다.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인근 주택을 철거하게 됐다. 한 주택 지붕의 기왓장을 걷어내자, 주택 신축 당시 (10년 전) 인부가 도마뱀을 잡아서 대못을 박아 지붕에 버린 일이 있는데, 거기에 그 도마뱀이 그 자리에 못 박힌 채 살아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일본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 도마뱀 생존의 비밀이 밝혀졌다. 못 박힌 도마뱀은 수컷이고 그의 짝인 암컷 도마뱀이 10년 동안 수컷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어 생명을 보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사실에서 얻게 되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사랑의 위대함이다. 한낱 미물인 도마뱀까지도 이처럼 가슴 저미는 사랑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임에랴! 사랑하는 영혼은 행복하다. (괴테)

둘째, 협동의 놀라움이다. 한민족은 5000년 역사상 1000번이나 외침을 당했지만 협동해 이겨냈고 IMF도 극복했다. 합력해 선을 이룬다. (성서)

셋째, 생명의 존귀함이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우주 만물은 다 존귀하다. 대자연은 생명공동체요, 생명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의 자연이며, 자연은 신의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불교 용어(범어)인 ‘인드라’는 모든 생명이 그물코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다. 인드라와 비슷한 말이 윤회와 연기, 화엄과 동체대비다. 다음 생에 내가 개로도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개·돼지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 도덕의 으뜸이다.

각심소원(各心所願 : 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같지 아니함)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불교의 화쟁(和諍) 사상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화합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2019년은 사랑과 화쟁으로 우리 사회가 통합되고 평화로워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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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약천사에서 성탄절을 맞아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 속 인물은 당시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법구경에 나오는 말이다. “나무는 잎을 버려야 열매를 얻고, 강은 강을 버려야 바다로 간다.” 우리 모두 자신의 멍에와 굴레를 벗어던져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찬란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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