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선거법 위반 벌금 80만원 지사직 유지...1995년 이후 민선 도지사 4명 모두 법정 ‘불명예’

정치 입문 2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가까스로 지사직 박탈 위기를 면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지사에게 14일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는 공직선거법상 제3자 기부행위 혐의로 기소된 전 제주도청 국장 오모(62)씨와 전 서귀포시장 김모(67)씨, 전 서귀포의료원장 오모(68.여)씨 등 4명도 함께했다

원 지사는 법원에 출석해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눈 후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오후 1시30분 선고 공판 개시와 함께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자 원 지사는 피고인석에서 눈을 감고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경청했다.

양형 이유에 이어 최종 벌금 80만원의 형이 선고되자 방청객에서는 “와”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 14일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은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는 원희룡 지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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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면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원 지사는 선고 직후 “그동안 선거법 고발로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법원의 판결로 도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도정 업무에 집중하면서 여러분들의 성원에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기자들의 추가질문에 응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 나갔다.

원 지사는 2018년 5월23일 서귀포 모 웨딩홀에서 공직자 출신 등 여성 100여명이 모인 모임에 참석해 약 13분간 마이크로 공약을 발표하는 등 사전선거 운동을 한 혐의를 받아 왔다

이튿날에는 제주관광대학교 축제에 참석해 대학생 약 300~500명을 상대로 ‘월 50만원 청년수당 지급’, ‘일자리 1만개 창출’ 등의 공약을 발표한 혐의도 받아 왔다.

원 지사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발언은 기존 공약을 발표하는 수준에 불과했고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지지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원 지사의 발언이 대부분 지방선거 공약과 관련돼 있고 내용도 청중의 이해와 밀접하게 관련된 점 등에 비춰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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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월14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벌금 80만원형을 선고 받았다.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면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선거인의 올바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들을 엄격히 규제하고자 하는 선거법의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는 것으로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발언 내용이 기존 공약 설명에 불과하고 다른 후보자 비방 내용도 없었다”며 “청중의 수도 매우 소수여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현직 제주도지사가 임기 중 재판에 넘겨진 것은 2006년 이후 12년 만이다. 1995년 민선 도정 출범과 함께 신구범, 김태환, 우근민 등 역대 도지사 3명도 전원 법정에 섰다.

민선1기 도정을 이끌었던 신 전 지사는 1995년 이장단에게 여행경비를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아 지사직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우 전 지사는 신 전 지사가 축협 중앙회장 시절 51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해 벌금 300만원으로 지사직을 잃었다.

김 전 지사의 경우 2006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공무원을 선거에 개입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유죄로 봤지만 대법원의 위법수집 증거 배제 적용으로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 선고 직후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는 원희룡 지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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