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동 산16번지 일대…약300m구간 송이 드러나 ‘아슬아슬’
훼손시작 10년째, 해군 아직도 ‘예산타령’…“올해 하반기에나”

▲ 해군이 레이다기지를 개설하면서 낸 작전도로 공사후 복구를 제대로 하지않아 10가까이 미악산 사면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훼손구간이 전체길이 약 300미터에 달해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서귀포신문】해군이 군 작전도로 개설로 훼손된 산등성이를 10년 가까이 방치에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행정당국도 훼손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안일한 대처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훼손지역은 서귀포시 영천동 산16번지 일대의 약 300m 구간.
지난 96년 해군은 제301전대(부대장 김동문 대령, 제주해군기지추진기획단장) 예하부대인 레이다 기지를 미악산 정상부근에 설치하면서 폭4m의 작전도로를 냈고, 이 도로공사로 인해 도로와 붙어있는 미악산 산등성이가 심하게 깎여 내려 경사면에 자연송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등 훼손이 심각한데도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듯 아슬아슬한 송이와 토사 층 사이로 바윗돌들이 힘겹게 매달려 있다
 
특히 집중호우 등에 사면일대의 송이와 토사가 유실되고, 이 때문에 배수로가 막혀 도로의 범람 등 피해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도로부지는 당초 건설교통부의 소유였으나 96년 레이다 기지 설치 당시 해군이 350m 가량의 도로 토지를 건교부로부터 매입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해군 제301전대의 관계자는 “산 경사면 훼손은 지난 96년 레이다 기지 설치 당시 도로개설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인정하고 “처음 도로개설 당시엔 훼손이 심각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10년 가까이 흐르고 특히 지난해 여름 장마 이후로 훼손이 급속하게 진전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선 모래주머니와 버팀목 등을 이용해 수시로 훼손이 확대되지 않도록 임시조치를 취하고 있고,  현재 군에 예산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올해 하반기쯤 본격적인 복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시 “훼손된 미악산 지역에 대한 복구는 현재 우리 부대 최대 현안”이라고 설명하고 “올해 전반기에 진행됐으면 좋았지만 다른 사업에 밀려 후반기로 예산지원이 예정되어 있어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 산 정상의 레이다기지 
 
그러나 해군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훼손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복구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이 진정한 복구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서귀포시 산림보호 당국도 이와 관련해 “군 작전도로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보이고 있고, 해군은 “작전도로 4m 구간외의 지역은 지자체 관할이지만 작전수행에 장애가 될 수 있어 해군이 나서는 것”이라는 책임전가의 태도를 보여 양측의 무관심속에 미악산의 훼손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편, 해당지역 관할 동사무소를 비롯, 서귀포시 행정당국에서도 훼손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취재가 시작돼서야 현장방문을 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제주도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 가운데, 아직도 군과 행정당국의 안일한 환경의식이 드러나 안타깝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서귀포시 영천동 산16번지 일대의 훼손된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해군 제301전대의 예하부대인 레이다기지(사진 오른쪽 산정상 부근)가 보인다.

▲ 해군이 임시로 조치해놓은 모랫주머니와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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