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신나락·한라산·청춘·뚜럼 '평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다

▲ 놀이패 한라산의 '세경놀이'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화순항 해군기지 못 막아내면
더 이상 평화라고 말하지 말자.
더 이상 희망이라고 말하지 말자.
평화의 섬이라고도 말하지 말자...
제주에 평화 외에는 아무 것도 못 들어오게
제주를 평화기지라고 부르자...'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도 그랬다.

더 넓은 땅으로 '팍스아메리카' 미군의 군사기지가 옮겨갈 그 곳.

'미군기지확장반대범국민대책위'가 '역사의 역적'(?)으로 내몰리며 주민이 삶의 터전을 하나 하나 빼앗길 때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은 대추리로 향했다.

▲ 5월 5일 이후 평택 대추리. 주민들은 철조망 안에 있는 자신의 논에 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태풍의 눈' 해군기지의 가시권에 들어온 안덕면 화순항의 늦여름 저녁.

마치 '폭풍전야' 같은 제주특별자치도 안덕면 화순리에서 제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은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첫 걸음을 뗐다.

▲ 평택 대추리 주민들이 강제로 쫒겨난 빈집에 그려진 그림들.ⓒ오마이뉴스
30일 오후 7시부터 3시간여 동안 안덕면 생활체육관에서 열린 문화연대 공연.

정부와 제주도의 계획에 따라 평화의 섬과 모순되는 군사기지, 전쟁기지 건설을 반대해 무한자원인 섬 땅이자 바다와 함께 생활속에서 만들어낸 독창적인 제주의 역사문화를 한순간에 뿌리뽑힐 것을 우려한 '문화연대'이자 본격적인 '문화투쟁'의 장이다.

▲ 뚜럼 박순동 선생
당초 화순해수욕장에서 비날씨로 인해 실내로 자리를 옮긴 공연은 제주민예총을 비롯해 풍물패 신나락, 노래패 청춘, 놀이패 한라산, 뚜럼브라더스, 민중가수 최상돈 씨 등의 무대가 차례로 이어졌다.

그 외 풍물패 하나아트, 노래세상 원, 제주작가회의, 탐라미술인협의회, 민요패 소리왓, 탐라사진가협회들도 마음을 보탰다.

'화순항 군사기지 반대·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예술인 첫걸음'이라 주제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놀이패 한라산의 '세경놀이'에서 주민들과 한데 어우러지면서 절정에 달했다.

올해 4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를 찾아 "제주에 다시 대추리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본다"며 '일본을 이긴 우리는 미국도 이길 것이다'는 시를 읊었던 김경훈 시인은 이날 '화순항에서 2'를 노래했다.

그리고 해군기지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을 선언했다.

▲ '함부로 농작물들을 밟고 다니지 말라'. 경기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예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들판에 주둔 중인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 이자신 화순항 해군기지반대 안덕면대책위원장
이자신 재3기 화순항 해군기지반대 안덕면대책위원장은 "천혜의 관광지인 안덕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한전이 들어올 때도 그랬고, 더 이상 사탕발림에 지역주민들이 혹할 수는 없다"고 의연한 결의를 다졌다.

그는 이어 "군사항구란 말이 없어질 때까지 제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첫 발걸음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며 아울러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고향을 그대로 물려줄 수 있는 선배들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석윤 제주민예총 정책팀장은 "제주 예술인들은 그동안 4·3의 문화예술적 형상화 작업을 통해 이땅에 더 이상 죽임과 학살이 아니라 살림과 평화, 그리고 공생의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해왔다"며 "이날의 공연이 사회적 소통을 위한 예술인들의 작은 몸짓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해군기지 반대 안덕대책위와 군사기지반대 도민대책위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시발점으로 작용되기를 바란다"고 이날 공연의 의의를 ㄷ달았다.

▲ 김경훈 시인
화순항에서 2

-화순항 해군기지반대 대책위 석윤에게

석윤아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화순항 해군기지 못 막아내면
더 이상 평화라고 말하지 말자
더 이상 평화라고 말하지 말자
평화의 섬이라고 말하지 말자
아예 사전에서 지워버리자
석윤아 더 이상 예술도 부질없고 문화도 양키 개좆이다
그러니 석윤아
평화는 힘이담보된 안전지대라고 말하는 자들만의 갇힌 자유다
희망은 미래가 보장된 새끼들 앞에만 펼쳐진 도색 환상이다
그러니 석윤아
제주에 평화 외에는 아무 것도 못 들어오게
제주를 평화기지라고 부르자
거기서 우리의 희망을 만들자
그때까지는 석윤아 우리
평화라는 말 대신
희망이라는 말 대신
대한민국 해군본부에게 미국 국방부에게
다만 지금은 싸움이라고 말하자
석윤아 하나된 투쟁이라고 말하자
우리가 당당히 이길 거라고 그렇게 힘주어 말하자

▲ 공연장을 찾은 화순리 주민들
   
 
 
▲ 판소리의 맥을 잇고 있는 현희순씨
   
 
 
   
 
 
▲ 마당극을 보며 웃는 배우들
▲ 노래패 청춘의 열창
▲ 공연장을 나서는 주민들
▲ 주민들과 함께 한 마지막 대동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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