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세번째 시집 '울타리 안팎 풍경' 펴내

   
 
 
'창밖에 보이는/육중한 마을회관/이층 건물 옥상/사방으로 향한 스피커/별로 말하지 않는 입/남의 말 듣기만 하며/침묵하는 중/좋은 생각 모아/정말 마음에 와 닿을/의미심장한 말 하려고/고심에 고심 거듭하는 중'.('침묵' 전문)

사물에 대한 은유적 시선이 돋보이는 시인 김광수씨가 낸 세 번째 시집 '울타리 안팎 풍경'(월간문학.8천원)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묻어난다.

수필가이기도 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끼리끼리 공화국'(2000)과 '바닷가 동백나무'(2003)에 이은 세 번째 시선집.

   
 
 
삶에 대한 섬세한 인식에서 비롯된 그의 시어들은 삶의 경험과 맞딱드리면서 은유의 방식으로 때론 비약적으로, 때론 솔직하게 담백함을 풍긴다.

그리고 따스함이 묻어나는 간결함이 있다.

'방에 들어서니 큰 소리치며 떵떵거리고 있었다/형체나 입은 보이지 않았다/소한 추운 날씨에 그래도 방안은 살아 있어 다행이었다/출렁이며 다가오는 따스한 온기'.('온기' 전문)

몇해전 교직을 떠난 8월의 끝자락에서도 시인은 '무장적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종착점'에 다다라 '뒤로 하여 걸어가야 한다'고 슬쩍 아쉬움을 토로해 보지만 이내 마음은 저 만큼 질러간다.

그리고 '빌라 공사장 앞 지나/중학교 교문 앞 지나/큰길가 억새밭 지나/금산공원 옆길로 갈까 하다/걸어온 길 다시 걷고 싶어...'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깃털'이다.

문학평론가 김병택씨는 "시인은 우리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풀어놓지 않는다"며 "그 것을 간접적으로 아주 간결하게 말하곤 한다"고 평했다.

성산 신산 출신으로 2003년 초등교사를 정년 퇴임한 시인은 '문예사조' 수필 신인상 수상(1995)에 이어 '문학21' 시 시인상(1996)을 수상했으며 한국신문학인협회 제주지회장을 지냈다.

길가에 피어 있는 꽃
먼지 잔뜩 써
수심 깊은 얼굴이다
멀리서 바라볼 때 화려하구나
아름답구나 하던 느낌
앞에서 바라보니 처연하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만 잘 있으려니
어려움은 없겠지
막연히 마음놓던 생각으로 하여
다가가야 할 곳
다가가지 못했음을 알았다
먼발치서 바라보지만 말고
가까이 다가가야 함을 알았다.

('다가가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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