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제주영화제 본선 진출작…'2분' '불법주차'

영화는 꿈을 먹고 자란다. 영화는 보는 사람에겐 새로운 세계이자,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겐 꿈을 실현하는 도구다.

여기, 다양한 꿈의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오는 9월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5회 제주영화제’다.

제주지역 비영리 민간영상단체 (사)제주씨네아일랜드가 주최하고 제5회 제주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제 5회 제주영화제’에 상영될 본선작 30편을 미리 안내한다. 당장 보지 못하면 미칠 정도로 맛깔나는 매력이 넘실거리는 상상력의 공장으로….

# 당신앞에 펼쳐진 지옥같은 ‘2분’
- 2분(2 minutes) 감독 정태경 / 2005년 제작 / 상영시간 10분 / 극영화
 : 상영섹션 ‘나에게 묻다’, 22일 11시, 23일 21시 상영

흐리멍텅한 정신 상태에서 깨어보니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고 심장소리와 같은 소리에 호흡은 가빠진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 참을 수 없는 매력
영화는 단 ‘2분’ 동안 일어난 일을 보여준다.(물론 상영시간은 10분이 넘지만)

하지만 누군가에게 지옥같은 ‘2분’이 펼쳐진다. 영화 속 ‘2분’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절대 말하지 말아야 할 처절한 ‘2분’의 기록이다. ‘2분’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닌 고통이 흐르는 정신적인 시간이다.

▲ '2분'의 한장면.
이 영화는 ‘교통사고’에 관한 이야기다. 누군가를 치고, 한 남자가 어떻게 할 지를 갈등하는 과정이다.

가발을 쓴 남자는 사고를 낸 후 가발이 벗겨진 것도 모른다. 가발은 사회에서 수치심의 상징인 ‘대머리’를 가리는 ‘자존심’이다.

‘양심’의 선택 앞에 ‘자존심’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기본 덕목으로 일컬어지는 승용차를 타고, 사회가 요구하는 ‘자존심’을 머리에 얹으면서 사회속에서는 안정적인 ‘인간’ 행세를 해왔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난 후에는 모든 상징과 수단이 쓸데 없어진다. ‘양심’의 심판앞에 처량하게 헐벗은 한 인간적인 모습이 불쌍하게 그려진다.

▲ '2분'의 한장면.
영화는 ‘양심’의 선택에 머뭇거리는 2분 동안에 펼쳐지는 한 인간의 심리상태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흔들거리는 눈빛, 우스꽝스럽게 놓여진 가발과 어둠에 비친 차 내부 등 영화 속 미장센은 한 인간의 불안심리를 드러내는데 역할을 다한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 놓였을때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억지로 묻지 않는다. 설명없이 그냥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판단을 맡긴다.

‘2분’이 지나 영화가 끝나지만 사실은 끝난게 아니다. 여전히 인생은 ‘2분’동안에 벌어지는 다양한 선택의 순간이 기다린다.

그게 하찮게 생각했던 ‘2분’ 이든 평생 무거운 짐으로 따라다닐 ‘2분’이든. 영화 ‘2분’은 매듭을 짓는 영화가 아닌 새로 시작하는 영화다.

# 추천, 이 장면
* 좁은 차 안에서 어떻게 다양한 각도의 장면이 나올까?. 신기해라.
* 영화 시작에 뜨는 ‘차 내부 시계’와 영화 마지막부에 뜨는 ‘차 내부 시계’. ‘2분’의 처절함을 표현하기에 끝장!
* 영화 결말에 이르면 차를 클로즈업하던 카메라는 점점 거리를 두더니 와이드 샷으로 마무리한다. 멍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 편치 않은 그들의, 이 시대의 ‘해프닝’
- 불법주차(Illegal Parking) 감독 정충환 / 2006년 제작 / 27분 / 극영화
 : 상영섹션 ‘그와 그녀의 사정(事情)', 22일 13시, 23일 18시30분 상영

복잡한 서울역.

인기는 그의 유일한 재산인 차 안에서 구슬목걸이를 꿰어 용돈을 벌며 노숙생활을 한다.

주차단속원 선희는 장기 불법주차를 하고 있는 인기 때문에 주임상사에게 매일 문책을 받는다. 어느 날 인기가 잠시 차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선희는 자기의 구역 밖으로 인기를 몰아내려 하는데.

# 참을 수 없는 매력
영화의 첫 장면, 광활한 ‘서울역’을 비춘다.

그런 뒤 한 남자를 클로즈업 한다. 존재가 수상하다.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광활한 서울역 장면 뒤에 이어진 화면에 꽉찬 남자의 존재. 마치 서울역을 대변하는 듯한 인물로 보인다.

‘서울역’을 구역삼아 은밀한 거래를 일삼는 ‘밤의 황제’일 것으로 추측되나 알고본즉 이 남자는 노숙자다.

▲ '불법주차'의 한장면.
이어 앙칼진 목소리와 강력한 카리스마로 운전자들을 압도하는 한 여자가 있다. 서울역 주변을 전담하는 주차단속전문 공무원으로 보인다. “와! 공무원이 힘이 세긴 센가부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허나 이 여자도 알고보니 계약직 말단 주차관리요원이다.

이어 나름대로 ‘서울역’을 접수한(?) 한 남녀의 ‘구역다툼’이 벌어진다. 밀어내려는 사람은‘말단’에 언제 신분이 바뀔지 모를 불안한 ‘계약직’에 사회에서는 불평등과 편견에 피해받는 그리 외모가 곱상치 못한‘여성’이다.

버티는 사람은 사회 낙오자로 취급받는‘실직자’에 ‘노숙자’에 책임질게 많아 반드시 재기해야 하나 쉬울 것 같지 않은‘가정이 있는 중년 남성’이다.

서울역 한 켠 불법주차 구역에 자리잡은 ‘노숙자’는 그를 밀어내려는 ‘주차관리요원’과 티격태격한다.

▲ '불법주차'의 한장면.
지나가는 사람은 해프닝으로 웃겠으나 그들에겐 처절한 삶과 투쟁이다. ‘주차관리요원’은 재계약을 위해 목숨걸로 위로 밀로 밖으로 밀어야 할 상황이다. ‘노숙자’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가족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목숨걸로 버텨야 한다.

과연 그들은 소통할 수 있을까. 굳이 밀어내지 않아도, 버티지 않아도 서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이 같은 두 인물의 갈등과 소통을 편안하게 감상하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허나 편하게 볼 수만 있을 것인가. 그것은 장담할 수 없다.

# 추천, 이 장면
* 영화 시작부분, 경쾌한 음악과 함께 ‘노숙자’와 ‘주차관리요원’이 교차편집 돼 등장하는 장면.
* 노숙자의 고물차와 주차관리요원의 오토바이가 서울시내에서 추격전을 벌인다.
* 갈등에서 소통이 시작되는 지점, 놓치지 말길.

※ 더 자세한 내용은 제주영화제 홈페이지(http://www.jff.or.kr)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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