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꿈을 먹고 자란다. 영화는 보는 사람에겐 새로운 세계이자,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겐 꿈을 실현하는 도구다.

여기, 다양한 꿈의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오는 9월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5회 제주영화제’다.

제주지역 비영리 민간영상단체 (사)제주씨네아일랜드가 주최하고 제5회 제주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제 5회 제주영화제’에 상영될 본선작 30편을 미리 안내한다. 당장 보지 못하면 미칠 정도로 맛깔나는 매력이 넘실거리는 상상력의 공장으로….

# 막판 인생 앞에서 ‘와인드 업’
- 와인드 업(Wind Up) 허준영 감독 / 상영시간 10분45초 / 2005년 / 극영화
 : 상영섹션 ‘찬란한 가족-episode2' 21일 11시, 23일 16시 상영

한적한 터널 앞. 깊이를 알 수 없는 터널.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 참을 수 없는 매력
터널은 영화 속에서 ‘미궁’의 존재나 영혼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등 어떤 ‘결정적 통로’역할을 담당했다.

일례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의 끝 부분에 등장하는 ‘터널’은 해결점을 잃어버린 연쇄살인 사건의 암울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와인드 업>에서도 터널이 등장한다. 그 앞에 한 남자가 있다. 터널과 마주한 남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터널인데 들어가길 망설인다. 애써 무시하는 모습도 보인다.

정체불명의 한 남자.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그 남자는 터널 앞에 있는 걸까. 어찌보면 이 남자는 ‘터널’이 약속한 어둠과 외로움의 싸움을 기피하고 있다. 과연 ‘그’는 누구이고, ‘터널’은 무엇일까.

영화는 중반 이후 해답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인생 막바지 위기에 처한 남자, 그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극은 활력을 얻는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힘을 잔뜩 모으는 자세인 ‘와인드 업’을 해보이는 남자는 그대로 온갖 힘을 토해내 삶의 막바지로 인도하던 줄을 끊어버린다.

그것도 터널과 반대편 방향으로…

대체 터널안엔 무엇이 있었을까. 터널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건너선 안될, 운명적인 선택의 순간이었을까.

그럼 나에게 묻는다.

터널이 앞에 서 있다면 건너지 않고 돌아설 자신 있는가.

# 추천, 이 장면
* TV드라마, 영화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 한 ‘인기배우’가 주연이다!
* 그의 ‘와인드 업’, 그리고...그 후
* 터널과 한 남자를 통과하는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

# 부부싸움을 전기톱으로 한다면...
- 신당동 전기톱 부부싸움(Kill My Husband) 류근환 감독 / 상영시간 10분40초 / 2006년 / 극영화
 : 상영섹션 ‘찬란한 가족-episode1' 22일 16시, 24일 13시30분 상영

"부부싸움이 왜 칼로 물베기 인줄 알아? 바로 칼로 베서 그래 전기톱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 참을 수 없는 매력
떡볶이가 유명한 동네에서 부부가 전기톱으로 싸운다.

전기톱이라..

도발적이나 어찌보면 명쾌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전기톱은 누구나 쉽게 들 수 없을뿐더러 작동하면 진동이 매우 세기 때문에 제대로 잡고 있을수가 없다.

게다가 돌아가는 전기톱을 살짝 무언가에 대기만 해도 그것은 이미 반쯤은 날아간 상태로 변한다.

그래서 단순 톱이 아닌 전기톱이다. 쓸 능력이 안되면 플러그를 꼽아선 안된다.

<신당동 전기톱 부부싸움> 속 부부도 명쾌한 해결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문제는 둘 모두 서로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했던 게 문제다.

결국 이 영화에서 승자는 전기톱을 먼저 쥔 사람이다. 가정 내 처절한 권력싸움. 근래 보기드문 터프하고 끔찍한 부부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끔찍한 장면을 표면적으로 노출하지 않지만 가정 내에서 울리는 전기톱소리는 이미 끔찍함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기발한 발상 속에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단순히 웃고 넘어가기만은 힘든 작품이다.

# 추천, 이 장면
* 막판 반전이 기다린다
* 전기톱 소리, 화면과 어울린다
* 그녀는 왜 전기톱을 들었나

※ 더 자세한 내용은 제주영화제 홈페이지(http://www.jff.or.kr)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