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통 옹기가 우리의 생활속으로 다시 스며들길..

우리 제주인이 세계에서 자랑할 것 중의 하나인 자연의 그릇 “옹기”가 있습니다. 저의 무지로 옹기의 예술성이 낮게 평가될지는 모르겠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주옹기는 전시작품으로서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댁 마당에 널려있던 항아리였고 할머니께서 늘상 쓰시던 독사발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주 흙으로 빚은 옹기를 생활그릇으로 쓰는 집은 거의 보기가 힘듭니다. 가볍고 깨지지 않고 알록달록 보기만 해도 입맛 도는 서양도자기가 우리 식탁에 올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요즘 그렇게 외면하던 제주옹기에 대해 갑자기 관심이 높아지는 것일까요? 아마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우리 식단에 오염된 물, 오염된 채소, 오염된 음식이 올려지면서 나쁜 성분을 정화하고 자연 발효기능이 뛰어난, 살아 숨쉬는 그릇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옛것들에 대한 정서적 회귀현상으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제주 흙은 찰기가 없고 규소, 철분, 염분, 탄소등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정화능력이 뛰어나서 탄산음료를 삼십분 이상 두면 탄산성분이 다 빠져버릴 정도라고 합니다. 환경오염이란 단어자체가 없었던 시절에는 늘상 써오던 그릇이 지금은 오히려 소위 ‘웰빙’이라고 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중의 하나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과학적으로도 훌륭하다고 알려진 이 제주옹기를 40여년 넘게 만들어온 우직한 옹기장이 있습니다. 제주옹기마을 김청길(66세) 선생님이신데, 그 분의 옹기에 대한 사랑은 20대 청년시절 제주에 정착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조수2리 불그못에서 옹기 짓는 것을 사십년 넘게 천직으로 지켜오며 온 청춘을 쏟아 부었습니다. 제주 옹기 특유의 방식인 유약을 일체 쓰지 않고 노랑굴과 검은굴에 불을 땔 때도 재래식으로 잿물조차 쓰지 않고 굽는 원조 방법을 변함없이 지켜가고 계십니다.

   
 
 
저는 이번 “제주하르방의 옹기사랑 展” 두 번째 전시를 준비하면서 옹기의 우수성과 소중함보다는 김청길님의 오랜 세월 흙을 사랑하며 살아온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은 예술적으로 세련되거나 정형화 되어있지 않지만 오히려 소박하고 투박한 모습이 제주옹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흙의 마음을 읽고 불의 성질을 헤아려 가식적으로 꾸미지 않으려는 선생님의 자연을 향한 마음이 작품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흙의 성분이 유독 드러나는 도자기, 불이 지나간 흔적이 있는 도자기들을 모아 전시를 마련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옹기를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방법은 성형에서부터 재임, 불때기 등 모든 과정 전체가 장인의 고집이 없이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일년에 두 세 차례는 오랜 시간 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못나고 찌그러진 그릇들을 가차없이 깬다고 합니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해 자식에게 회초리를 드는 마음으로 아픔을 견뎌야한다고 합니다. 

   
 
 
옹기는 참으로 신비한 빛깔을 지녔습니다. 계절 따라 변하고 온도에 따라 변하고, 사람마음에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앞마당에서 봄새싹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을 때는 초록빛을 내는 것 같고, 가을에 잎바랜 나무아래에서도 또한 그 계절에 너무 잘 어울리는 갈색빛의 모습으로 추억되어집니다.

이렇듯 옹기는 우리의 식생활에서 저장용기로서의 기능은 물론이고 발효용기, 생활용기로써 그 활용 범위가 매우 컸고 평범한 주위환경과 잘 어울려 제주인과 같이 살아왔습니다.

흙을 장난감 삼아 소꿉장난하던 예전의 ‘놀이’가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서 체험을 해야 하는 ‘교육’이 된 것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 옹기 지킴이의 혼이 담긴 열정으로 제주 전통 옹기가 우리의 생활속으로 다시 스며들길 기원해 봅니다.

   
 
 
'제주하르방의 옹기사랑전II'는 오는 10월13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문의=남부여성교육문화센터 710-6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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