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제주영화제 본선 진출작…'임성옥 자살기' '연시'

영화는 꿈을 먹고 자란다. 영화는 보는 사람에겐 새로운 세계이자,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겐 꿈을 실현하는 도구다.

여기, 다양한 꿈의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오는 9월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5회 제주영화제’다.

제주지역 비영리 민간영상단체 (사)제주씨네아일랜드가 주최하고 제5회 제주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제 5회 제주영화제’에 상영될 본선작 30편을 미리 안내한다. 당장 보지 못하면 미칠 정도로 맛깔나는 매력이 넘실거리는 상상력의 공장으로….

# 당신에게 ‘자살’은 무엇인가
- 임성옥 자살기(Let Me Die) 류 훈 감독 / 상영시간 17분 / 2005년 제작 / 극영화
 : 상영섹션 ‘나에게 묻다’ 상영시간 22일 11시 23일 21시

‘자살’에 대해 절망감으로 묻다가, 불안감으로 묻다가 그리고 웃으면서 묻다가, 결국 무력함으로 묻는다.

‘자살’에 대한 다양한 생각, 색깔의 영화, <임성옥 자살기>를 보며 ‘자살’은 과연 “금기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 '임성옥 자살기'.
사회악으로 규정된 ‘자살’. 하지만 개인에겐 ‘필요악’으로 누구나 매사 한번쯤은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는 ‘자살’이란 존재.

‘임성옥’이란 한 여자가 벌이는 ‘자살기’는 ‘자살’이 “개인의 의지에 의한 선택일 수 있다”며 조심스런 가정을 내리지만 그에 대한 확답은 내리지 않는다.

사회 각 여론층, 언론이 ‘자살’을 막기위해 별별 분석을 내리고, 금기사항을 강조하지만 결국 그런 움직임이 ‘자살’을 홍보하고 늘리는 악순환을 영화는 꼬집는다.

▲ '임성옥 자살기'.
‘한강’은 어느덧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됐고, 그 괴물 속으로 투신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는 한 개인의 ‘자살’과정을 통해 ‘자살’의 끔찍함이 아닌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자살’과 인간의 악연을 연민의 눈길로 바라본다.

# 추천, 이 장면
* 임성옥과 옆집 남자가 벌이는 ‘자살’과 ‘만류’의 반복, 씁쓸한 웃음이 번진다
* ‘자살’만을 원하는 임성옥의 간절한 표정, 경악스러움이 아닌 연민으로 보인다.
* 마지막 장면, ‘임성옥’의 최후의 선택을 지켜봐라

# 내 안의 ‘장애’를 깨우다
 - 연시(Red-Ripe Persimmon) 구상범 감독 / 상영시간 7분 / 2006년 제작 / 극영화
 : 상영섹션 ‘찬란한 가족 Episode 1’ 상영시간 22일 16시, 24일 13시30분

지체 장애자 삼중이가 한 손에 검은 봉지를 들고 해 맑게 웃으며 화려한 도심거리를 지나 어디론가 뛰어간다.

# 참을 수 없는 매력

한 지체장애인이 검은 봉지를 들고 한없이 걷고 있다.

우린 그가 목적지가 있다는 것을 안다. 아쉽게도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진 나(다른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는 그 목적지보다 검은 봉지를 들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게 되는 우를 범한다.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봉지에 있는게 떨어지지 않을까’..

▲ '연시'.
그러면서 ‘장애’엔 짐짓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 좀 비켜주지’...

그렇게 걷기만 해서 끝날 것 같던 영화는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대전환을 맞는다.

▲ '연시'.
짧은 시간이지만 강한 충격효과를 불러온다.

되려 내 안에 있는 ‘장애’를 본다. 그는 사회와 소통을 뒤로한 채 독립적인 굳건한 행보를 보이며 당당하다.

무엇을 성취함으로써 당당함이 아닌 그의 뜻대로 행함으로써 당당해졌다.

나보다 더욱, 그들보다 더욱.

영화를 본 뒤 물속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신체 멀쩡하고 생각이 자유롭지만 물속에 있어 숨못쉬고 옴짝달싹 못하는 한 없이 미약한, 바다속에 한 점 같은 존재. 답답하다.

# 추천, 이 장면
* 한 지체장애인이 걷는 모습을 정면에서 롱테이크로 잡는 장면
* ‘연시’가 주는 의미
* 마지막 장면, ‘정상인’보다 더 끈질기고, 순수한 삶에 대한 자세, 의지가 빛난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제주영화제 홈페이지(http://www.jff.or.kr)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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