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에 미친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전.

지난 주 일요일에 이웃마을 저수지 둑 억새밭에 가 보리라 맘 먹었는데 태풍영향으로 너무 많은 비가 내려 감히 우산들고서 나설 염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죽으려는 나를 보고 남편이 측은했는지 야고를 잔뜩 찍어다 주긴 했지만 실체를 봐야만 했습니다.

급기야 다시 맞은 일요일 어제...

마당의 꽃무릇과 시계꽃 괭이밥을 선두로 하여 집을 나섰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려니 막내녀석이 타고 벌써 축구하러 뛰었고, 이도저도 없는 나는 그냥 걸었지요. 이웃마을을 향하여.

가면서 빨간콩 하얀콩(물론 꽃의 색입니다)도 만나고 으아리, 하늘타리, 계요등, 사위질빵...

길은 발이 알아서 찾아가고 있었고 눈은 옆만 살피며 걷고 있음이었습니다.

드디어 이웃마을에 도착.

할아버지 두 분이 저 멀리 보입니다.

그냥 탱글탱글 익은 댕댕이덩굴이며 으아리 정신없이 찍으며 가까이 갔더니 할아버지 한 분이 아는 채를 합니다.

"아지망은 저디서부터 보난 어디 야생화 작가라?(아주머니는 저기에서 보니 무슨 야생화 작가요?)"

"어쑤다~ 그냥 일어시 나왕으네 저수지나 가보카 허연마씀.(아닙니다! 그냥 일없이 나와서 저수지나 가볼까 해서요)"

"저수지에 어젠 못뵈려라마는 이상한 새 오라성게. 어디서 왕으네 촬영도 해 가서. 강 뵈려바. 오널도 실티사이.(저수지에 어제는 안보이던데 이상한 새가 왔던데. 어디서인지 와서 촬영도 하고 갔는데. 가서 한번 보시구려. 오늘도 혹시 있을지 모르니."

말은 끊이지 않았다.

날이 어둘새라 바삐 걸었다.

길가의 억새 하나하나를 들추노라니 금방이라도 야고나 나타날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장이 방망이질하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저수지에 도착하고 둑의 억새를 다 뒤졌지만 나타나지 않는 야고.

울고 싶었다.

야고 만나러 갔다오던 길에서 만난 탱글탱글 제 1호 계요등 열매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