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치난츄대회 취재기(5)] 평화체험 식수투어와 평화워크
'제주국제교류센터' 설립 등 '평화의 섬, 제주' 벤치마킹해야

제주의 소리는 지난 10월11일부터 15일까지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제4회 세계 ‘우치난츄’ 대회를 단독 취재했다. 지난 1990년부터 제1회 대회가 시작되어 올해로 4회째 열리는 이번 대회는 세계 21개국 3개 지역에 퍼져 있는 오키나와현계인(오키나와 출신 교민)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우치난츄(‘오키나와 사람들’이라는 오키나와 방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우치난츄 네트워크의 계승과 심화·확충을 목표로 5년마다 열리고 있는 이 대회와 관련된 내용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키나와는 세계우치난츄대회 기간 동안, ‘오키나와로부터 세계로’ 평화의 마음을 발신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정부에 의해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도가 ‘평화’와 관련된 변변한 행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앞서 살펴 본 ‘주니어스터디투어’에서도 ‘평화교육’이 4가지 교육주제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아래 살펴볼 ‘평화체험·식수(植樹)투어’와 ‘평화워크’가 그것이다.

# 平和體驗. 植樹 투어

   
 
 
평화체험·식수투어는 대회 개회 이틀 전인 지난 10월 10일 오전9시부터 6시까지 하루 동안 열리는 개막 사전행사 중의 하나다.

세계우치난츄대회에 참가하는 해외참가자들이 미·일 양군의 격렬한 전투의 자취를 답사 체험하고, 종전(終戰) 50주년 기념사업으로 건설된 ‘평화의 비(平和の礎)’를 참관하는 등,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죽은 사실을 재차 인식하게 함으로써 평화의 고귀함을 생각할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오키나와는 1872년 메이지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일본에 편입될 때까지 독자성이 강한 해양왕국으로 존재해 왔다. 이후, '철의 폭풍'이란 표현처럼 1945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계속된 광기의 전투로 오키나와는 잿더미가 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지역 인구의 1/3인 15만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당한다(태평양 전쟁 말기 미군이 만일 오끼나와로 상륙하지 않고 제주도로 상륙했다면 일본군은 필시 제주도민들을 볼모로 옥쇄 작전을 폈을 것이며, 그 결과는 수십만 명이 희생된 오끼나와처럼 그 참극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할 정도로, 제주와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인연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평화의 비'와 평화기념자료관(2006. 10).
이러한 비극을 되새기며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체험하기 위해, 사전에 모집된 120명 정도의 참가자들은 10일 오전 버스 3대에 분승하여 참가자들은, 오키나와 본섬 중남부의 전적지를 순례했다. 오후에는 이토만시 ‘평화창조의 숲  공원’에서, 전회(제3회) 대회에서 기념 식수한 나무를 손질하고 육수(育樹)를 실시하고, 세계평화에의 소원을 담아 이번 대회의 기념식수를 했다.

▲ 10일 오후 이토만시·평화창조의 숲공원(糸満市・平和創造の森公園)에서 평화의 소원을 담고 나비를 날리는 대회 참가자들. 사진출처=오키나와 타임즈 11일자.
식수에서는, 현의 아라카키 사치코(新垣幸子) 출납장(出納長)이 “세계의 분쟁, 대립이 하루라도 빨리 해결될 것을 바란다”라는 지사의 메시지를 대신 전했다.

그 후, ‘首里城下にチョウを翔ばそう會’가 기른 오오고마다라(オオゴマダラ:호랑나비의 종류) 150마리를 참가자 한사람한사람이 일제히 날려 보냈다. 맑게 개인 푸른 하늘에 “평화의 사자”인 나비가 춤추면서, 큰 환성이 일었다.

멕시코의 현계 3세인 나카무라 오로스코 하루코(仲村オロスコ春子)씨(31)는 이 행사에 참가 한 후 “세계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시키는 것의 중요함을 배울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고 지역언론은 전한다.

# 평화워크, ‘세계와 오키나와’ 展

‘평화워크’는 대회기간 중 오키나와 컨벤션센터 회의장(A2)와 기노완해변공원(宜野灣海浜公園) 다목적광장에서 열리는 전시회다. 

   
 
 
과거의 대전(大戰.오키나와전쟁)에서 막대한 피해를 받은 오키나와현에서 세계로 평화를 발신하기 위해 개최되는 이 전시회는 2005년에 개설 20주년을 맞이하는 ‘JICA오키나와국제센터(JICA:沖繩國際센터)’가 그간 수행해 온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줄이는 사업 및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 협력 사업 등을 소개하고, 오키나와인들의 이민의 역사도 소개하고 있다.

▲ 기노완시 해변공원 다목적 광장에 전시된 세계와 오키나와전.
그 행사개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기노완시 다목적광장에 전시되고 있는 코너.

첫째, ‘세계의 아동화전’이다. 세계의 어린이들이 그린 ‘평화’, ‘인간’ 등의 그림을 전시하는 코너다.

▲ 13일 기노완시 해변공원에 전시된 아동·학생들의 평화그림전.
   
 
 
둘째는 ‘국제협력의 현상’ 코너다. 세계의 현상에 관심을 가져 지구 시민으로서의 의식의 양성을 도모하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셋째는 ‘분쟁’. 과거·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분쟁의 실상을 소개해, 향후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소개하는 코너다.

넷째는 2002년부터 시작된 ‘오키나와 평화상’ 코너로, 오키나와 평화상 위원회가 창설한  ‘오키나와 평화상’에 관한 패널전으로, 그 의의와 수상 단체를 소개하고 있다. .

▲ 13일 기노완시 해변공원에서 펼쳐진 오키나와 평화상 전시 코너.
   
 
 
   
 
 
   
 
 
   
 
 
다섯째, ‘환경·의료·복지’ 코너로, 지구환경이나 고령화 문제에 대해 일본무역진흥회가 제품이나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여섯째, ‘워크샵’으로, 분쟁해결·평화 구축에 대해 전문 강사가 친밀한 소재를 사용해 알기 쉽게 해설하며,

일곱째는 ‘자원봉사(볼런티어) Q&A’ 코너로, JICA 해외 자원봉사제도의 설명과 자원봉사OB/OG에 의한 체험담 및 개별 상담을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계 사회에의 자원봉사 파견 사업’도 소개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의 이주자, 일본계의 사람들과 함께 지역사회의 발전에 협력하고 있는 이들의 세미나 등이 그것이다. 그 내용을 일일이 글로 소개하기 보단 사진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한편 오키나와컨벤션센터 회의장(A2)과 로비에서는 ‘오키나와 이민의 역사’전이 전시되고 있는데, 오키나와현의 이민의 역사를 다이제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 12일 컨벤션센터 회의장 A2에서 열린 오키나와 이민의 역사전. 이미지는 전쟁 전의 오키나와 풍경.
▲ 과거 일본 마을의 공동식수 및 빨래터(왼쪽, 우리나라의 그것과도 유사하다), 마을(系滿)의 풍경.
▲ 오키나와의 평화롭던 전쟁 전 풍경(왼쪽)과 오키나와의 농촌 장면(오른쪽). 제주의 농촌 장면과도 흡사하다.
▲ 이주민에게서의 도움(왼쪽)과 이민의 역사를 나타낸 자료들(오른쪽).
▲ 맨처음 시작된 하와이 이민 현황(왼쪽). 이민의 역사적 배경을 얘기하고 있다.
▲ 전시실 중앙에는 이민과 관련한 비디오 영상물을 방영하고 있다(왼쪽). 이민의 아버지로 얘기되는 當山久三씨 가족사진(오른쪽).
▲ 오키나와 이민자들이 승선했던 차이나호(왼쪽). 이민당시 쓰였던 자료들(오른쪽).
▲ 나라별 이민자 현황. 왼쪽부터 쿠바, 멕시코, 아르헨티나(왼쪽). 평화워크 전시장 입구에는 영어, 일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로 된 4종의 팜플릿이 비치되어 있다(오른쪽).
오키나와의 국제교류와 평화를 위한 글로벌한 활동을 생생하게 공유하기 위해 각 코너에 대한 설명 보다는 직접 이미지 사진을 많이 첨부하여 보았는데,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평화워크전을 관람하며 놀라웠던 것은, 오키나와가 오래 전부터 국제교류는 물론 지역차원의 해외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분쟁·환경·의료·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전개해 온 오키나와의 국제교류활동의 역사를 보면서, 또한 도시 곳곳에 세워져 있는 평화도시의 상징을 보면서, 구호만 요란한 국제자유도시제주, 평화의 섬 제주의 컨텐츠의 빈약함을 다시금 느낀다.

▲ 기노완시 해변공원에 있는 국제평화어린이서밋 기념 조형물.
▲ 기노완시 해변공원에 있는 평화기원탑(왼쪽). 나하시청 앞에 서있는 '핵병기폐절평화도시 선언(86년) 기념 아치(오른쪽).
# 20년이 넘은 JICA오키나와국제센터

특히 이번 행사를 주관한 자이카 오키나와국제센터(JICA沖繩國際센터)의 연륜이 20년이 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자이카 오키나와를 살펴보기에 앞서 자이카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순서다(한국에는 이와 비슷한 코이카(KOICA)가 있다).

일본은 1954년부터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협력을 시작했다. 1960년대로부터 1970년대에 일본은 원조의 양적인 확대와 함께, 정부 차원의 국제협력사업의 일원적인 실시기관의 설립필요성이 제기되어 1974년 ‘해외 기술협력 사업단’과 ‘해외이주 사업단’등이 통합되어 ‘국제협력사업단(JICA)’이 발족한다. 그 후 특수법인 개혁 등 정부의 행정개혁 방침에 따라, 2003년 10월 1일 ‘독립행정법인 국제협 기구(JICA)’가 공식 발족해, 정부개발원조(ODA:정부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실시하는 자금이나 기술의 협력,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실시기관으로 재편된다.

▲ 우라소에시에 있는 JICA오키나와국제센터 전경(홈페이지에서 인용).
오키나와현 우라소에시에 있는 JICA오키나와국제센터는 동경에 본부를 두고 있는 독립행정법인 국제협력기구(JICA:쟈이카)의, 전국 18개 지부 중 하나이다.
 
오키나와국제센터는, 개발도상국의 정부 관계자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분야의 연수, 오키나와로부터의 JICA자원봉사의 모집이나 파견에 관한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NGO활동에의 협력이나, 국제이해 교육·개발 교육의 지원 등, 현지에서 국제 교류 지원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그 사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오키나와에서 세계로
  - ‘해외 자원봉사’ 사업

2) 세계에서 오키나와로
  - 기술 연수원 수입
  - 청년 초빙
  - 유학생 세미나

3)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   
  - JICA 국제협력 출전(出前) 강좌/센터 방문학습
  - 만남 강좌
  - 국제 협력·교류 페스티벌
  - ‘세계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 프로그램
  - 풀뿌리 기술 협력 사업
  - 이벤트의 공동개최·후원
  - 국제협력 추진원 소개
  - 일교 일국 운동

4) 학교 관계자들을 위한 사업 
  - JICA 국제협력 출전강좌/센터 방문학습
  - 교사 해외연수
  - 개발교육 지도자 세미나
  - 국제협력 실체험 프로그램
  - 콘테스트
  - 국제 이해교육에 도움이 되는 책 발간
  - 일교 일국 운동

[ JICA오키나와국제센터의 사업 ]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이카 오키나와국제센터는 관리·연수동, 숙박동, 후생동, 체육시설 들을 갖추고, 1985년 4월 개설 이후, 약 148개국 나라와 지역으로부터, 5,600여명이 넘는 연수원을 받아들여 교육시켰다 한다.

국제자유도시와 평화의 섬을 부르짖는 제주도가 벤치마킹해야 할 내용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 기관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자이카의 오키나와지부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지역특색에 맞게 독자적 국제교류 활동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하겠다. 국비지원을 고려하든 독자적 예산 확보를 통해서라도 이를 벤치마킹한 ‘제주국제교류센터’등의 설립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떤가 하는 말이다.

제주가 특별자치도로서의 위상을 지니려면 ‘지역 차원에서 세계로’ 교류의 폭을 넓혀 나가는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오키나와에만 국제교류 관련단체가 80여개

또한 이번 취재과정을 통하여 또 한번 놀랐던 것은 오키나와에 국제 교류와 관련된 민간조직이 매우 많다는 것이었다.  

놀라지 마시라. 그 숫자는 80여개가 넘는다.

   
 
 

[ 오키나와의 국제교류단체, 대회 홈페이지에서 인용 ]

눈여겨 볼 것은 이러한 국제교류단체가 각 나라별로 또한 기초 자치단체별로도 조직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국조직의 하부 지방조직도 보이지만 대부분 오키나와 자생적인 국제교류단체들이다. 이것은 ‘내향적 국제화’에 초점을 맞추어 국제교류를 진행시켜 온 시책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반면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에 이런 자생적인 민간 조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의 정책 방향이 ‘외향적 국제화’에만 관심을 두어 왔기 때문이다.

국제화교육의 핵심은 우리 모두는 ‘지구시민’이라는 의식과 세계시민으로서의 ‘공생의식’을 시민과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국제화와 개방의식을 얘기하며 제주도민의 폐쇄성만 운운해온 정책당국자들이나 일부 식자층이 되씹어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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