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난 감독 임권택…100번째 작품 '천년학'
15일 한림읍 귀덕포구서 촬영…"제주는 슬픔과 감동"

15일 오전 한산하던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포구에 바쁜 발길들이 오고 갔다.

한국영화계의 두 노장인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감독이 이끄는 '천년학' 촬영팀은 영화에서 동호(조재현 분)가 제주에서 송화(오정해 분)의 소재와 이어도의 존재에 대해 묻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귀덕포구를 찾았다.

▲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 촬영모습.
1분도 채 되지 않는 장면의 '오케이'를 위해 촬영은 1시간을 훨씬 넘게 '레디 고'와 '컷'을 반복하며 계속 됐다.

   
 
 
임권택 감독은 "제주는 오래전부터 찍고 싶었던 곳이어서 제주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영상에 잘 담아내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며 "아직까지는 제주에서의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제주에서의 촬영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가족인 송화와 동호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속에 눈 먼 송화를 위해 동호가 송화의 고향인 제주 풍경을 말로 설명해주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며 "제주는 아름다운 땅이지만 그 속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면에서 제주의 1/100이라도 담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고 말했다.

▲ 임권택 감독.
이와 같은 제주의 유혹으로 제주에서의 촬영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는 임 감독.

당초 제주에서의 촬영분은 15~20분 분량으로 전체 영화의 10% 안팎의 분량이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제주 촬영분은 천년학 전체의 전개과정에서 안티클라이막스로 작용,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주4.3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송화.
그녀를 소리꾼 유봉이 데려다 키우며 송화에게 소리를 가르친다.
유봉은 의붓아들인 동호에게는 북을 가르치는데 송화와 동호는 성장하면서 서로간에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게 된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묶인 둘.
그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은 결국 소리로 승화된다.

임권택 감독은 "제주4.3은 시나리오과정에서부터 다루겠다는 의도가 있었지만 자료도 빈약하고 해서 심도있게 다루기는 힘들었다"며 "4.3을 겪으며 부모를 잃어 고아가 된 송화를 통해 희생자로써의 가족사를 잠깐 다룬 정도이다"라고 설명했다.

▲ 동호 역의 조재현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임권택 감독.
제주의 영상관련 산업비전에 대해서는 "제주야말로 영상산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무한한 곳"이라며 "영상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감독은 "지난해 제주를 방문했을 때 제주영상위원회를 방문했었다. 당시에는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 가보니 조금 나아졌다"며 "제주의 영상산업 발전은 영상위원회만 힘써서 되는 것이 아니고 도민들이 의식을 갖추고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촬영감독인 정일성 감독은 "제주는 우선 바람이 많지만 하늘의 색채도, 돌의 색채로 다른 곳과 다르다"며 "아마 임 감독이 아끼고 아껴준 촐영지가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지금까지 보아온 팽나무 가운데 가장 큰 팽나무를 제주에서 촬영하며 보게 됐다"며 "그 팽나무에서 아름다움도 느꼈지만 엉켜있는 모습이 꼭 인간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 정일성 촬영감독.
정 감독은 "제주는 이처럼 아름다움과 아픔, 감동이 동시에 느껴지는 땅"이라며 "이런 요소들이 드라마의 전개를 기폭시킬 수 있다"고 칭찬했다.

또 "악천후라고 치부될 수 있는 제주의 날씨도 앞으로 영상산업에서 드라마를 기폭시키는 상승효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천년학' 촬영팀은 지난 9일부터 지금까지 서귀포선착장, 성읍민속마을, 산방산, 한라산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해 왔고 오는 18일까지 구좌읍 송당리 소재 높은 오름 등에서의 촬영을 남겨놓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학'은 내년 2월께 완성, 4~5월께에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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