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읍 하가리 주민들 ‘돌담길’ 등록문화재 ‘반대’ 목소리
문화재청 17일 마을주민과 최종 의견조율 시도 '주목'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애월읍 하가리 ‘돌담길’을 놓고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면서 등록문화재 자체가 난항이 예상된다. 제주 고유의 돌담길을 보전하고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등록문화재의 긍정성이 매우 크긴 하지만 마을 골목길 절반에 이르는 10km가 등록문화재로 될 경우 주민들의 삶이 제한 돼 “살길이 막막하게 된다”는 현실론이 가로막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9일자로 애월읍 하가리를 비롯한 전국의 6개 마을 ‘돌담길’을 등록 문화재로 예고했다.

▲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애월읍 하가리 돌담길. 하지만 주민들은 삶의 질이 저하된다며 등록문화재를 반대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돌담길’은 애월읍 하가리 설촌당시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전된 마을안 돌담길 10km. 

문화재청은 대부분의 돌감길이 돌과 흙이 섞여 있는 토석담인데 반해 하가리 돌담길은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을 한 줄로 쌓은 밭담과 돌담이 공존하는 전형적인 제주도 농촌 마을을 볼 수 있다며 예고 사유를 밝혔다. 또 방문객들은 제주도 전통의 돼지를 키우는 옛 통시도 덤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제주에서는 1951년 지어진 현 제주시 청사와 서귀포시 중문동 천제연폭포 구역내에 있는 관개수로, 그리고 대정보건지소로 사용하고 있는 옛 대정면사무소, 그리고 모슬포 알뜨르비행장과 모슬봉 군사시설 등 모두 15곳에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돼 있다.

등록문화재와 지정문화재가 다른 점은 지정문화재는 국가가 ‘강제성’을 띄고 지정, 각종 이행행위가 엄격히 규제되는데 반해 등록문화재는 소유자 또는 지역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외관을 크게 변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조 또는 수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가리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아오고 있는 삶의 중요한 터전인 ‘돌담길’이 등록문화재로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150여호, 400여명의 주민 상당수가 등록문화재를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 주민들은 문화재가 자신들의 삶이 미치는 영향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가리에는 ‘제주 애월 말방아(연자매)’가 국가중요민속자료 32호로 지정돼 있으며, 5구의 초가도 제주도지정 민속자료 3-5, 3-8로 등록돼 있다.

하가리 윤태규 리장은 “말방아를 문화재로 지정한 이후 1년에 한 차례 짚이는 것만을 보조할 뿐 반경 300m이내는 모든 행위가 규제되고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면서 “초가집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한 채는 거의 쓰러져 있는데도 방치되고 있지만 아무런 보수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마을 주민들의 삶만 가로 막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인 경우 행위 규제의 수준이 다르지만 이미 지정문화재에서 ‘학습효과’를 본 주민들 입장에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인 셈이다.

여기에다 돌담길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문화재청은 물론, 이곳에 살지 않고 있는, 어쩌다 한번 들리는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하가리의 ‘돌담길’은 제주의 마을모습이 거의 원형 그대로 살아 있어 ‘보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보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재청이 지정하려는 돌담길 10km는 하가리 마을 골목골목길이 거의 해당된다. 마을 면적만으로 볼 때도 거의 반이 등록문화재 대상이다.

윤 리장의 이야기다. “밖에서는 어떻게 볼지 몰라도 이곳에서 평생 살아온,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들 입장에서는 막막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지금도 골목길이 비좁아 경운기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돌담을 허물어 골목길을 넓히자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그런데 돌담길을 등록문화재로 만들고 나면 우리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할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윤 리장은 “지금도 생활이 불편해 자꾸만 농촌을 떠나는 현실에서 또 다시 마을 대부분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한다면 앞으로 누가 이곳에서 살려고 하겠느냐”면서 “지정문화재도 좋고, 등록문화재 취지도 이해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먼저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등록문화재를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제주도가 이곳 주민 50여명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진 자리에서도 하가리 주민 대부분은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또 반대의견서를 제주시와 제주도를 거쳐 문화재청에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

하가리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제일 난처해 있는 곳은 문화재청이다. 등록문화제가 예전의 문화재 제도처럼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더라도 무조건 보존하자는 게 아니라 활용하면서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마을의 랜드마크로 만들자는데 있으나 이게 지정문화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주민들에 의해 완강히 거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강제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의견이 절대적이어서 하가리 돌담길을 등록문화재로 만드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애월읍 하가리를 방문해 등록문화재 여부를 놓고 주민들과 사랑방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제주의 빼어난 자연미를 간지하고 있는 돌담길을 문화자원으로 간직하고 육성시키려는 문화재청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변화시키려는 마을주민들이 어떤 합리적 견론을 도출해 낼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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