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이을 12년간의 역작! …'행동하는 휴머니즘'

김시태 교수.(경향신문 제공)
대학교수이자 시인, 문학평론가인 제주출신 김시태씨가 4.3항쟁 소설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한양대 명예교수인 김시태씨(66)가 최근 장편소설 '연북정'(전 2권, 도서출판 선)을 12년만에 탈고를 마치고 출간했다.

김시태씨의 고향은 제주시 조천면 조천리. 소설 제목은 조천포구에 있는 정자인 '연북정'(戀北停).

연북정은 조선시대 제주도 화북포구와 더불어 제주도와 육지를 잇는 관문이 있는 조천포구에 있다. 연북정이란 뜻도 임금이 있는 북쪽을 그리워하며 4번 절을 올리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지만 김시태씨의 소설 '연북정'은 봉건시대를 그리워하는 소설이 아니라 제주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바로 '4.3항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북정'은 당시 조천에 있던 고등교육기관인 조천중학원을 배경으로 '4.3항쟁'에 뛰어든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당시 조천은 지식인 계층이 머물렀던 유배의 역사 때문에 내륙의 어느 지역 못지 않게 지성적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서울이나 일본 유학생 출신의 교사들, 나이와 출신이 각기 다른 학생들이 함께 혁명과 미래를 논하면서 자기 한몸을 희생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연북정의 주인공은 남로당 제주도당 위원장 딸인 '지인숙'과 해녀의 아들 '김현준'이다. 조천중학원에서 만난 이들은 양반과 천민이란 신분의 차이를 넘어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 사이.

   
 
 
하지만 시대 상황은 이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4·3 민중항쟁에 나란히 뛰어들었다가 지인숙은 행방불명되고 김현준은 형무소에 감으로써 비운의 파국을 맞이한다.

소설 '연북정'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인공인 지인숙은 조천의 명문인 조천 김씨 집안의 딸이다. 그 집안의 후손인 김교수는 4·3 항쟁으로 가세가 기운 뒤 고아로 살다시피하면서 공부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내 영혼의 길 찾기에 속한다"며 "내가 이 소설에서 제시하고 싶은 것은 4.3 그 자체가 아닌 어린 시절 내 기억속에 각인돼 있는 고향의 연북정과 만세동산,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의 꿈과 열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연북정'을 지난 1994년부터 쓰기 시작해 만 12년만인 올해 펴냈다. 4.3항쟁을 다룬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이 4.3의 아픔과 비극을 나타낸 반면, 연북정은 '행동하는 휴머니즘'을 다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8년 '현대문학'에서 평론으로 문단에 등단한 김씨는 1985년 현대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쳐다보는 돌'(1970)으로 시인등단했다. 시집으로 '우리들의 간이역' '우리 친구 나자로', 시선집 '시간의 저쪽', 평론집 '현대시와 전통' '문학의 삶과 성찰', 묵상집 '사막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오현고와 동국대를 졸업한 김시태씨는 한양대 국어교육과를 재직하다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김시태씨는 '연북정'으로 소설가로 데뷔하게 됐다. 연북정은 각권 1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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