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고재환·고명철 교수 부자의 '제주의 정체성 찾기'

▲ 고재환 제주교대 명예교수와 고명철 광운대 교수 부자가 제주문화의 원류를 찾으려는 <제주인의 혼불>을 함께 펴냈다.
대학에서 국어교육학을 가르치다 정년퇴임한 아버지와 현재 대학에서 후학들에게 국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아들이 제주인의 정신에 대해 한 권의 책을 냈다.

제주문화의 뿌리를 찾아 오늘에 되살리려는 도서출판 각에서 나온 '제주문화 원류찾기' 열 번째 책인 <제주인의 혼불>.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이라는 ‘혼불’의 의미 그대로, <제주인의 혼불>은 제주인의 정신의 바탕이 되는 제주어에 대한 고재환(제주교육대 명예교수)·고명철(광운대 교수) 부자(父子)의 남다른 애정의 결실이다. 아버지인 고재환 명예교수의 고희를 맡아 아들이 한데 책을 엮었다.

제주를 먼저 산 아버지 제주의 정체성과 언어유산을, 아들은 현대문학을 맡아 제주어의 껍질과 속살을 두루 살피고 있다.

고 전 교수는 우리의 언어유산인 속담을 중심으로 선인들의 삶과 그 내력을 다룬, 이미 여러 곳에 게재되었던 글을 모았다.

제주인의 ‘의식주’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통과의례는 어떻게 치러졌는지, '수분의식’은 도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제주도 '여인의 삶'은 어떻게 부각되고 있는지, 제주인들은 과연 바다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이야기 해 준다. 

▲ 도서출판 '각'에서 펴낸 <제주인의 혼불> 표지
또 제주의 언어는 현재 어떤 형태로 남아 있으며, '표기와 보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재일동포들의 '제주어 보존실태'는 어떤지를 밝히면서  제주어 보존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아들이 쓴 제 2부 '제주의 현대문학'은 제주도에 관련된 비평적 문제의식을 지닌 평론들을 한데 묶은 것이다.

그 주요 골격은 제주가 지닌 역사성과 창조성을 기반으로 한 제주의 현대문학의 지형도를 탐색하는 데 있다. 특히 4.3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로서 4.3문학의 갱신을 위한 지속적 관심과 국제자유도시화 추진에 따라 불거진 영어공용화론을 둘러싼 제주의 미래상에 대한 문학적 성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제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등장한다. 문무병의 <날랑 죽건 닥밭에 묻엉>, 고정국의 <서울은 가짜다>, 김광렬의 <풀잎들의 부리>, 김수열의 <바람의 목례>, 정군칠의 <수목한계선>, 김규린의 <나는 식물성이다> 등 제주의 현대시를 통해 제주풍경과 속살을 살핀다.

뒤틀린 역사를 부정하고 이념의 장벽을 넘어선 4.3문확,또 변방 넘어서기를 시도하는 제주의 비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라져가는 고래의 제주어에 담긴 제주인의 혼불, 그리고 그것을 오늘에 되살려 이어나가야 할 이 시대 제주인들의 삶을 형상화한 문학 속에 담긴 제주인의 혼불. 아버지와 아들의 조화로움처럼,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제주어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한데 어우러져 더욱 풍요롭게 앞을 비추는 혼불을 만날 수 있다.

공동 저자는 2일 낮12시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도서출판사 각 주최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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