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번역 출간...영문판 발행도 추진

제주4·3연구소(이사장 고희범· 소장 이규배)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의 공동기획으로 지난 3월 '역사 다시 읽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로 펴낸 '제주 4·3'이 최근 일본어로 번역 출간됐다.

▲ 제주출신 재일동포와 일본에 4.3을 알리게 될 허영선 시인의 일본어판 '濟州 四·三'
지금까지 4·3의 학술서와 연구서 등의 결과물과 출판작업은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알기 쉽게 정리된 대중적인 책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제주4·3연구소의 의뢰로 허영선 시인(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이 쓴 '제주 4·3'은 발간 당시부터 관심을 끌었다.

'제주4·3'은 전국의 중·고교와 기관, 도서관 등에 배부돼 4·3의 전국화와 대중화에 기여한 첫 사례로 기록됐으며, 현대사의 비극인 4·3의 전개과정과 그 이후의 상처와 이 시대 인권의 의미를 훑어내고 있다.

특히 저널리트의 문체와 시인의 감수성이 어우러져 어른과 소년이 대화체로 풀어가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 『제주4·3』은 무거운 역사를 감동적이며 간결하게 기술하고 있다.

"시인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제주 4·3을 풀어내고 있어 읽기 쉽고 간결하게 역사를 정리해 냈다"는 호평을 얻은 바가 있는 이번 일본어판 발행으로 일본사회에 4.3을 알리를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일본어판 『濟州 四·三』은 정부 공식기구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시도한 일본어 번역사업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4·3 알리기의 전국화에 이어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그동안 해외번역 사업에서 국제사회에 한국 민주화운동사를 알리기 위하여 영문 번역서를 출간해 왔으나 일본어판 작업은 첫 시도이다.

▲ 한글판 첫장에 담긴 글머리
'제주4·3'은 지난 10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역할’ 국제심포지엄에서 연구자들과 재일동포 사회에 배포된 바가 있으며, 일본어판 『濟州 四·三』도 앞으로 일본 내의 관련 단체들에 보내질 예정이다.

제주4·3연구소는 이를 계기로 『제주4·3』의 영문 번역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 책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해외번역팀이 맡아 오이카와 히로예·오바라 츠나기씨가 번역을 했으며, 제주4·3연구소 이사이기도 한 제주출신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문경수 교수(국제관계학, 『濟州島現代史』저자)가 감수를 맡았다. 

제주4·3연구소는 앞으로 '濟州 四·三'을 일본의 각 지역과 국내외 관련단체, 연구소, 교육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책은 6000원(600엔).

▲ 허영선 시인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과 작가 허영선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는 험난했던 근현대사의 역사적 동력이었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국가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2001년 국회에서 통과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의해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설립비용과 사업예산을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 공공 특수법인체(행정자치부 등록)의 민간기구로서 민주화운동의 정신 계승과 민주발전 지원 및 기여 사업을 2002년부터 본격 수행하고 있다.

작가 허영선은 1980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으로서 제주도의 일간지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시집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뿌리의 노래』와 문화칼럼집 『섬, 기억의 바람』등이 있다.

<제주4·3 일어본어판 발간에 부쳐>

  수많은 오름을 간직한 한라산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온 사방이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오늘날 눈부시게 아름답고도 고요한 평화의 섬입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과 평화의 뒷면에는 깊은 역사의 아픔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8년 전, 일제로부터 해방 직후 새로운 국가건설의 과정에서 부당한 국가폭력에 대항하여 그리고 강요된 남북 분단에 반대하여 떨쳐 일어났던 제주도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대량 학살되는 비극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제주4·3의 비극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후 제주4·3은 잊혀졌습니다.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지만, 그것은 그 아픈 상처를 감춘 채 오랫동안 우리에겐 기억되지 않았던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예 망각될 것 같았던 제주4·3은 오랜 침묵 이후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1978년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이 발표되면서 그 어렴풋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그것은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더불어 2000년 '제주4·3특별법’을 통해 그 진실규명의 작업이 이루어지기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그것은 어둠의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고통으로 점철되었던 20세기의 과거 역사에서 벗어나 21세기 인권과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새삼 기억하고자 합니다. 제주4·3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제주4·3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자『제주4·3』(허영선, 2006)을 간행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업회는 제주4·3에 대한 기억을 국제적으로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책, 즉『제주4·3』의 일어판을 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국경을 넘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로서 제주4·3에 대한 독자들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대합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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