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장애인 문화예술제…장애인 자조모임 발표 무대

"조금 서툴지만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주체적인 참여로 오는 즐거움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어요!"

   
 
 
긴장으로 조금은 상기된 얼굴이지만 행복한 미소가 퍼진다.

2일 오후 제주시 파라다이스회관에서 열린 '제2회 장애인 문화예술제'.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는 중증장애인들이 문화와 예술에 주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조모임을 결성, 운영해 오고 있다.

이날 열린 장애인 문화예술제에서는 중증장애인들이 자조모임을 통해 1년 넘게 갈고 닦은 문예실력을 뽐냈다.

▲ 풍물패 대장 최상복씨.
처음 서는 무대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관객들도 무대에 오른 주인공들도 웃음 한번으로 또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풍물패 '큰울림'의 대장으로 북을 치고 있는 최상복씨(37·제주시 연동·뇌성마비1급장애)는 "매주 한번 모이는 자조모임이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감도 생기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워간다"며 "집에만 있을 때는 사람들과 어울려 말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사람들과의 대화도 즐겁고 풍물패 활동도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사람의 몸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그 가운데도 꼽는다면 머리를 꼽겠다"며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하찮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머리카락은 소중한 머리를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노래패 '머리카락'의 의미를 설명하는 노래패 리더 강문종씨(31·뇌병변장애).

인사말을 할 때는 긴장한 나머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노래를 부를 때 만은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 노래패 리더 강문종씨.

인생에는 두갈래 길이 있습니다.
평탄한 길을 걷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가시덩굴 투성이인 길을 것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가시덩굴을 헤치며 앞으로 걸어가다보니 어느새 상처가 나고 고통이 느껴집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습니다.
내가 가던 길의 앞쪽 가시덩굴을 헤치고 나오는 이가 있습니다.
나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위로를 해 줍니다.
삶이란 험난하지만 혼자가는 것이 아니기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인 듯 합니다.

▲ 노래패 머리카락.
완벽한 화음은 아니지만 서로의 노래를 빛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자신안에 있던 욕구를 노래로 표출하는 모습들. 노래를 부르기 위해 한껏 찡그려진 얼굴이지만 그 찡그림 위로 행복한 미소가 겹쳐지게 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이었을까.

중증장애인들의 공연을 보며 때로는 환호를 보내고, 때로는 숙연함을 느끼면서도 무대에서나 관람석에서나 주체적으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 지역공부방 어린이들의 찬조공연.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관철 관장은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적인 생활을 위해 전동휠체어, 활동도우미 등의 지원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집에 있는 것과 밖으로 나오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중증자애인들이 세상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고 싶었다"고 자조모임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고 관장은 "우리는 자조모임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세상 속에 섞여 살아가는 법들을 배운다"며 "서툴고 실수도 하지만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움과 활력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현재 장애인자립생활연대에는 노래패, 풍물패, 연극단, 미디어패 등 4개의 자조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