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중견언론인,방황하는 특별자치도에 '일갈'농어촌 '노총각'문제·문화브랜드 개발 등 주문

5일 제주언론인클럽이 김영훈 제주시장을 초청해 마련한 언론인클럽 포럼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우왕좌왕'하는 제주도와 행정시 체제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 쏟아졌다.

현직 언론인에서 물러나 이제는 '전직'이라는 직함이 항상 따라 붙는 전직 언론인들이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날 포럼은 현직에 있었을 때 느꼈던 '감'과 자연인으로 돌아가 행정을 보는 눈이 교차하면서 김영훈 시장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고광택 전 제주MBC 보도국장은 사라봉 공원 가로등이 꺼져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단순히 사라봉 가로등이 꺼진 게 아니라,제주특별자치도를 비추는 가로등이 꺼진 것은 아니냐"고 꼬집었다.

평상시 사라봉 공원을 자주 산책한다는 고 전 국장은 "얼마 전부터 사라봉공원 가로등이 5~6개가 꺼져 있었다. 고장 난 채 방치돼 있는 게 맞다. 평상시 같았으면 '가로등이 꺼졌구나'라며 지나쳤을 법 한데 이번에는 '가로등이 왜 꺼졌을까. 꺼진지 얼마나 됐을까. 꺼진 가로등이 제주시를 포함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민원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소리가 여기 저리서 들리는 상황이 바로 꺼져 있는 사라봉 공원이 마치 제주특별자치도를 보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광택 전 국장 "오죽했으면 행정시 폐지론 거론했겠느냐. 빨리 결정 내려야"

▲ 고광택 전 제주MBC 보도국장
고 전 국장은 급속한 인구팽창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제주시 생활환경, 교통체증과 주차난, 연간 몇 십억씩 투자하지만 살아날 기미조차 보지지 않은 재래시장 문제들을 열거하고는 "일을 하려면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하지만 행정개편 후 예산편성권과 자치권이 없어지고 의사결정도 제주도에서 선처해 주면 고마울 뿐인 제주시가 원활하고 확실하게 행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고 전 국장은 "행정의 지도자로서 권위를 갖고 부하를 통솔하고 지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려면 한 손에는 채찍을, 다른 한 손에는 당근을 가져야 하나 불행하게도 행정시장은 아무런 권한도 없다"고 밝힌 후 '오죽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면 행정시 존폐문제를 거론했겠느냐"면서 "김 시장은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하지만 지금 제주도는 하루 이틀, 한두 달, 아니 1년 2년을 기다릴 만큼 여유가 없다.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빨리 수정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며 행정시 존폐 문제를 공론화 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 전 국장은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행정시장을 러닝메이트화 했지만 아무런 실권도 없는 허수아비 행정시장을 만들려고 한다면 차라리 러닝메이트제를 폐지해 예전처럼 도지사가 자기와 코드 맞는 행정직 공무원을 임명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도지사 선거 득표 수단으로 러닝메이트를 했다가 불협화음이 생기거나 도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화는 제주시민, 제주도민만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 전 국장은 "김태환 지사가 취임 이후 '6개월만 지나면 모든 것이 안정되고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6개월이 다되는 시점에서 안정은커녕 논쟁거리만 양성하고, 도민사회에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면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를 너무 핑크빛, 장밋빛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도민들이 실망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제주도정과 행정시정이 정상화되기를 당부했다.

고홍철 대표 "노총각 문제로 농어촌 심각한 속앓이, 행정이 적극 나서야"

▲ 고홍철 제주의 소리 대표
고홍철 제주의 소리 대표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오히려 시·군체제 당시보다 오히려 소외되고 있는 농어촌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고 대표는 김영훈 시장의 시정목표 제1 과제가 '도시와 농촌이 잘사는 복지행정 구현'을 거론하면서 "행정시 체제를 폐지할 것이냐, 존치할 것이냐는 농어촌 읍면주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런 소득도 없는 소모적 논쟁"이라고 지적하고는 "얼떨결에 제주시민이, 서귀포시민이 된 읍면지역 주민들은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갈수록 심각한 농어촌 문제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경황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농어촌문제를 꺼내 들었다.

현재 농촌에서 터를 잡고 있는 고 대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예를 들었다. 300여호가 되는 적지 않은 마을이지만 60% 이상이 노인들이고, 나머지 100여호는 청년들이 살지만 그 중에 절반이상이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40대 농촌총각으로 현재 제주지역 농어촌은 심각한 '老·老(노인과 노총각)문제'에 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 대표는 "지금까지 상식과 통념으로라면 30대를 넘기면 노총각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40대 노총각이 마을마다 수두룩해 농어촌, 읍면지역이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방치하는 사이에 농어촌에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사회의 구성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을 꾸리는 게 애시당초 원천봉쇄 당한 지금의 현실을 행정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결혼을 하지 못하는 농어촌지역 노총각 문제를 제기했다.

고 대표는 "노총각 문제가 당사자들의 '사생활'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방치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죄악"이라고 강조하고는 "농어촌, 읍면지역을 통합해 도시와 농촌이 잘사는 복지행정을 떠안은 제주시가 농어촌 노총각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어 "일부에서는 국제결혼에 대해 '어떻게 언어와 생활문화가 다른 이방인들과 한지붕 한 가족을 이룰 수 있느냐'며 우리의 정서를 이야기 하지만 정서란 미명하에 속앓이를 하는 노총각들에게 결혼 문제는 원초적인 생존권의 문제"라면서 노총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김영훈 제주시장은 이에 대해 "가끔 길거리에 국제결혼 현수막을 보기는 했지만 노총각 문제는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서 "읍면을 통해 당장 현황을 조사하고 행정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농어촌의 잠재력을 어떻게 깨울 수 있는 지 발전전략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즉답했다.

김오순 전 부장 "제주시 문화정체성 흔들…문화브랜드 시급해 개발해야"
 

▲ 김오순 전 제주일보 문화부장
김오순 전 제주일보 문화부장은 한때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시가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문화적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 전 부장은 "행정구조개편 이전의 제주시는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문화도시'로 3년 연속 선정된 바 있지만 지금 제주시가 내세우는 문화도시 정책이 과연 그에 걸맞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는 "특별자치도 출범 전후, 올해 제주시 계획은 물론, 내년도 사업을 보더라도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에만 치중돼 있을 뿐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장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특별자치도 수도인 제주시의 미래발전을 어떻게 짤 것인가가 시급한 과제"라면서 "특별자치도가 제주문화의 독자성을 말한다면 국제자유도시는 문화의 세계성으로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가 제주시의 문화 인프라 강화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은 정부가 내녀부터 추진하려는 '민족문화 발굴, 문화정체성 재정립'사업을 예로 들면서 "과거 제주시는 제주의 역사, 문화, 행정의 중심지였으나 이젠ㄴ 관광개발정책으로 문화원형이 파괴됐고, 특히 문화유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면서 "제주시도 이제는 제주가 갖고 있는 문화 브랜드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부장은 "탐라국 이래 제주의 중심 기능을 담당해 왔던 제주시의 문화의 독자성과 특수성을 감안하면 제주시는 문화브랜드를 만들기에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다'면서 "제주의 정체성에 맞는 문화비전을 수립하고 거기에 걸맞은 추진전략을 하루 빨리 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훈 제주시장은 지난 10월 제주시에서 열린 '전국 문화의 달'행사에서 제주시청 광장을 문화공연장으로 활용하려다 무산된 것과 관련 "아예 제주시청 마당에 잔디를 깔아 공연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면서 "당시에 문화공연장을 제안했으나 논의과정에서 잘못 소리가 나 무산됐으나 앞으로 문화적 마인드를 갖고 문화브랜드를 개발하는데 한 치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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