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추사적거지에서 만나는 '이재수'

▲ 2003년 11월 7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에서 열린 '화해와 기념' 신축년(1901)제주항쟁 102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김영훈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장과 허승조 신부가 화해 서명 후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신축제주항쟁 기념사업회
3년전 이맘때 쯤. 변방의 땅 제주에서 천주교인과 제주도민들간 충돌로 빚어진 1901년 신축 제주항쟁(일명 '이재수의 난')이 발생한지 100여년만에 교인과 도민들간의 공식 화해가 이뤄졌다.

당시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공동 김영훈.김창선)와 천주교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는  '화해와 기념'을 주제로 한 제주항쟁 102주년 기념학술대회가 열린 제주시 열린정보센터에서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을 채택.선포했다.

▲ 1901년 제주항쟁(일명 이재수의 난) 당시 사망자 317명의 명단이 담긴 '삼군평민교민물고성책'(三郡平民敎民物故成冊.1901년 7월).
이들은 "100년전 제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고 올바른 해결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며 "사건이 일어난지 102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해 화해 선언을 대내외에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날 천주교측은  먼저 "과거 교회가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동양 강점을 위한 치열한 각축의 시기에 선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주민중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과거의 잘못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민을 대표한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는 "봉건왕조의 압제와 외세의 침탈에 맞서 분연히 항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천주교인과 무고한 인명 살상의 비극을 초래한 데 대하여 사과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제주의 후손들로서 지난날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를 구하고자 한다"며 "향우 과거사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제주공동체의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자 적극 노력한다"고 천명했다.

이날 김영훈 1901년 제주항쟁 기념사업회장과 허승조 대리 신부는 채택한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에 공동으로 서명하고 역사적인 악수를 나눴다.

추사적거지에서 만나는 신축항쟁과 '이재수'

2006 신축제주항쟁(이재수 난) 105주년 기념 역사문화제가 16일 대정읍 일대 추사적거지에서 열린다.

▲ 1901년 제주항쟁 제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표지로 쓴 영화 '이재수의 난' 한 장면. 이재수(이정재 분)가 '대정창의(大靜倡義)' 깃발을 들고 달려가고 있다.

올해는 신축제주항쟁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읍오연합청년회와 놀이패 한라산이 주관한다.

 제주민중의 항쟁의식을 반추하며 그 정신의 재생을 통한 새로운 역사인식의 정립을 지향하기 위한 다양한 역사문화기행, 기념공연, 마당극공연 등을 마련된다

나아가 공동체 문화의식을 일깨우게 될 이날 역사문화기행은 오전 10시 1901년 신축항쟁의 발원지인 삼의사비(이재수 생가 터)를 시작으로 정난주(정마리아) 묘역, 대정향교, 산방연대, 백조일손묘, 알뜨르비행장, 송악산을 답사한다.

 기념공연은 오후 6시부터 이재수, 강우백, 오대현 세 장두를 기리는 난장을 펼친다. 길놀이를 시작으로 풍물공연이 진행되고 ‘이실재(在)직힐수(守)’ 마당극이 절정을 장식하며 항쟁 의미를 되새긴다.

 이와 함께 주 행사장인 추사적거지 주변에사는 국수 나눔마당을 마련, 점차 스러지는 따스한 온기와 이웃간 정을 나눈다.

신축제주항쟁(이재수난)기념사업회는 “제국주의 외세와 부패한 중앙정부에 맞서 피와 땀으로 이 땅을 지켜내고자 했던 제주민중의 항쟁역사를 느끼고 체험하며 그 정신을 되새기려 한다. 또 선조들의 주체적인 삶을 상기하며 올바른 공동체의식을 확립하려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당시 화해 선언 전문> 

'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

 1901년 변방의 섬 제주에서는 제주도민과 천주교인 사이에 커다란 갈등이 빚어졌다.

‘신축년항쟁’ ‘이재수란’ ‘신축교안’ 등으로 불리는 이 역사적 사건은 20세기 벽두에 한국 사회가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외래문화와 토착전통문화, 외세와 대한제국, 국가와 지방 사이의 충돌로 일어났다.

  지난 2001년 12월 1일 '1901년 제주항쟁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천주교 제주교구'는 ‘진실과 화해’라는 주제를 내걸고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는 100년 전의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 올바른 해결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던 것이다.

  당시 학술대회 자리에서 ‘화해를 위한 올바른 방향 모색’의 취지로 다양한 논의를 거친 끝에 기념사업회와 천주교 측 양자가 합의하여 제주도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약속을 근거로 대화를 지속시켜 왔다.

 이제 사건이 일어난 지 102주년이 되는 때를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화해와 기념의 미래 선언’을 채택하여 대외적으로 선포한다.

  우리는 100년 전 이 땅 제주에서 일어난 일을 제주 공동체 모두의 경험과 해결 과제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지나온 시기에 각자 다른 입장에서 평행선을 그려왔던 사건의 역사적 학문적 평가를 향후 과제로 남기면서, 서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관용의 정신을 소중히 여기고자 한다.

  천주교 측은 과거 교회가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동양 강점을 위한 치열한 각축의 시기에 선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주민중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과거의 잘못을 사과한다.

  제주도민을 대표한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는 봉건왕조의 압제와 외세의 침탈에 맞서 분연히 항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천주교인과 무고한 인명 살상의 비극을 초래한 데 대하여 사과한다.

  이에 우리는 제주의 후손들로서 지난날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서로 용서하며 화해를 구하고자 한다.

 우리는 향후 상호 존중의 기조 위에서 과거사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힐 것이며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제주 공동체의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자 적극 노력한다.

  우리는 향후 제주 공동체의 미래 발전을 위한 사업을 공동으로 구상하고 추진하며, 각자의 기념사업에 대해서는 서로의 독특한 문화적 가치관을 충분히 존중해 시행하도록 한다.

2003년 11월 7일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 (대표 김영훈ㆍ김창선)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 강우일)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