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관 전시 '밀랍인형' 한류열풍에 밀려 고두심씨 조차 찬밥신세

내년 6월 문을 열 중문관광단지내 제주컨벤션센터 인근에 있는 제주밀레니엄관. 제주도는 밀레니엄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세계평화의 섬의 평화실천 사업 일환으로 평화를 테마로 한 전시·교육·관광기능을 담당하며 제주에 내재된 살아 숨쉬는 평화의 장소로, 평화의 섬의 역동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

총사업비 300억원이 투입되는 밀레니엄관은 현재 45%의 공정률을 보이면서 제주도는 이제 이 곳을 채울 전시관공사에 들어갔다.

전시실은 삼무정신과 수눌음 정신, 제주4.3, 몽골항쟁 등 제주인의 평화정신을 담은 제1전시실, 남북정상회담과 제주·북한 민간교류, 국제자유도시 등 제주의 평화실천 사업을 보여주게 될 제2전시실, 그리고 국내·외 정상과 민간인들의 밀랍인형이 전시될 제3전시실로 구성된다.

밀레니엄관의 핵심은 역시 제3전시실이다. 이 곳에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 미 클린턴 대통령 등 제주를 방문했던 외국정상들의 밀랍인형이 들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된다.

제3전시실에는 국내·외 정상관과 함께 일반인들이 선호하고 평화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민간스타들의 밀랍인형을 전시하는 민간정상관도 마련된다.

제주도는 지난 6월8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을 상대로 '밀레니엄관에서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인물'이라는 주제로 분야별 인물 선호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각 분야별로 1위와 2위를 차지한 대중스타 20명을 선정했다.

하지만 제주의 평화정신을 대내·외에 홍보하는 이 민간 정상관에 들어설 밀랍인형 중 제주출신 인사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단 한명도 없다.

국내 여자배우로는 김혜자와 전지현, 남자배우 최불암, 안성기, 외국 여자배우는 오드리 햅번과 마르린 먼로, 외국 남자배우는 탐 크루즈와 숀 코넬리, 국내 여자가수는 한류스타인 이효리와 보아 등이 손꼽혔다.

분야별

1위

2위

우리나라 영화·TV 여자배우 김혜자 전지현
우리나라 영화·TV 남자배우 최불암 안성기
외국 영화·TV 여자배우 오드리 햅번 마릴린 먼로
외국 영화·TV 남자배우 탐 크루즈 숀 코넬리
국내·외 여자가수 이효리 보아
국내·외 남자가수 조용필 신승훈
국내·외 문화예술인 임권택 조수미
우리나라 스포츠인 박세리 손기정
외국 스포츠인 거스 히딩크 마이클 조던
국내·외 경제인 빌 게이츠 정주영

제주도는 이들 20명을 대상으로 24일 제주밀레니엄관 전시추진소위를 개최해 밀랍인형 전시대상자안을 마련한 후 7월2일 평화의섬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대상자를 최종확정 할 방침이다.

민간정상관에 들어설 20명의 대중스타안이 공개되면서 과연 이들이 '제주평화의 섬' 의지를 세계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제주인의 평화정신을 강조하면서 제주인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고 있어 민간정상관을 구상하는 있는 제주도 당국의 기본 컨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내 여성계에서 10만원권 화폐 발행과 맞물려 강력한 화폐 모델로 거론되는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김만덕 할머니도 제외됐다.

김만덕 할머니는 아사직전의 제주백성을 1000명도 넘게 구한 제주의 평화정신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제주 의녀(義女)이나 제주도는 단순히 대중적 인기도에만 급급해 애당초 고려 대상에서부터 제외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다른 인물들은 밀랍인형을 만들 수 있는데 김만덕 할머니는 어떻게 밀랍인형을 만드느냐. 만든다고 해도 그게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되느냐"며 엉뚱한 말을 했다. 또 이 관계자는 "밀레니엄관 입장 수입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결국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제주도민의 의지를 함축하는 밀레니엄관이 '수익사업'으로 전락한 채 제주인의 평화정신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중스타를 선정한다고 하면서 국내 최고의 인기스타이자 제주를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제주출신 고두심씨마저 제외됐다.

결국 제주의 의녀 김만덕 할머니나 국내 최고의 인기 탤런트인 고두심씨가 '한류열풍'에 밀려 그의 고향에서조차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명은 관광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것에 불과하며 확정된 상태는 아니"라면서 "김만덕 할머니나 고두심씨를 선정하는 문제는 심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논의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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