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지역만들기 현장을 가다]①충남 홍성 문당마을
'생각하는 농민, 준비하는 마을' 승부수…6년전 100년 계획 세워

전국 곳곳에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가 바람을 타고 있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는 생소한 이야기도, 사실 거창한 이야기도 아니다. 좀 더 지속가능한 마을발전을 꾀하자며 '환경친화적인 개발논리'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준비한 곳은 여지없이 성공한 마을이 됐다. 문제는 지역주민의 헌신과 참여다. 제주의 소리는 2007년을 맞아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에 성공한 전국의 소문난 마을들을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이들 마을들은 모두 '헌신적인 지역리더'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어우러졌던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 편집자 주

▲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는 충남 홍성군 문당리.

'자연생태 우수마을 선정(2002년), 대한민국 녹색경영대상 최우수상(2002), 농업기반 대상(친환경부분.2002), 정보화마을 선정(행자부.2003년 ), 녹색농촌체험마을 선정(농림부.2003), 제2회 농촌마을 가꾸기 대상 수상(농림부.2003).'

   
 
 
도.농복합 마을로 재탄생한 충남 홍성의 문당리마을(http://mundang.invil.org)의 또 다른 이름이다.

홍성군에서 남쪽으로 8 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곳은 동남북쪽으로 산이 둘러쌓여 있고, 서쪽 평야지대로 삽교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깡촌' 마을이다.

1977년 벼농사를 유기농업으로 시작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친환경농업은 30여년이 지난 오늘 전국 제일의 환경농업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바꿔놓았다.

가구 80호에 230명의 주민이 고작. 전체 농경지 21ha에 걸쳐 오리농법의 쌀농사를 주작목으로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밭작물과 유기축산으로 살아간다.

지금은 정보화마을을 토대로 인터넷 공간에서 '녹색장터' 온라인마케팅을 통해 쌀을 비롯한 지역특산물을 내다팔고 있다.

▲ 농촌생활유물관 앞에 세워진 문당의 상징 '오리' 조형물이 보인다.

"오리를 보내주세요"...전국 타전 오리농법의 시작

"땅도 살리고 농업도 살리는 오리농법을 위해 오리를 사서 보내주세요".

 93년 벼농사부터 오리농법을 도입한 마을 토박이 주형로씨(48.현 문당환경농업마을 대표.영농조합 회장)는95년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도시민과 함께 짓는 오리농법'을 제안했다. 그에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농촌이 마지막 희망'이라면서 전국 각지 600명이 무려 1950만원의 돈을 보내줬다.

▲ 반갑게 맞은 문당의 리더인 주형로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 이장보다 급(?)이 높다.

"당시 그 때의 가치로 치면 억단위 모금이었어요. 저는 기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고민했지요. 처음엔 19명이 따라서 오리농법을 시작했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품질 인증도 받았어요. 처음엔 쌀 한가마니에 100만원에 팔기도 했지만 지금은 계약재배 방식으로 24만원에 내다팔 정도가 됩니다."

오리농법 확산을 위한 '오리를 보내주세요'로 시작한 오리넣기 행사는 매해 6월 6일 도시 소비자를 초청해 논에 오리를 넣는 방식의 환경농업을 일궈냈고, 12회째를 맞이한 지난해에는 무려 1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형이벤트로 훌쩍 커버렸다.

48년 전통의 풀무학교...'교육'이 원동력

"풀무학교 유기농을 77년부터 가르쳤는데, 매우 지쳐 있었어요. 25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언젠가 영농잡지에서 일본의 오리농법을 보고 가르친게 계기가 됐어요. 농업일군으로 시도했고, 일본과는 다른 오리농법으로 정착화시켰지요."

오리에 대한 토양오염 우려도 간간히 제기되는 등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주변 몇몇 마을은 오리농법에서 우렁이 농법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사실 오리가 먹는 것은 2개월밖에 안됩니다. 약간의 토양오염이 있을 수 있어요. 100% 완성을 하자는게 아니라 되도록 가깝게 가자는 것이죠. 그럼 다음 세대, 우리 아들이 할 수도 있는 것이구요".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이자 영농조합법인 주 회장의 말은 이어진다.

"필리핀이나 큐수지방은 우렁이 때문에 곤욕입니다. 번식속도가 빨라 순식간에 냇가에 수초가 없어져요. 일본은 새끼만 치고 죽지 않아 우렁이 살충제가 나올 정도예요. 필리핀은 우렁이를 잡아내는게 적정 유기농법이구요." 지역 특성마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 주민 스스로 만든 오리농법재배 '벼 전문' 정미소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법칙과 순환을 가르치자"

지금은 마을안에 100여평의 오리농법 벼 전문 정미소를 짓고 시간당 1.5~2.3톤 정도의 유기재배한 양질의 쌀을 공급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무엇보다 그는 풀무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어느 마을이나 비슷하게 겪었을 '지역이 학교요, 학교가 곧 지역'이라는 믿음과 노력을 꾸준히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준비덕에 IMF때 모든 사람들이 절망을 얘기할 때 문당마을은 희망을 봤다.

그리고 주민 모두 농촌에 희망이 있다고 여겼다. 어려웠던 IMF 이후에도 문당은 단 한농가도 떠나지 않았던게 이를 반증한다. 쌀 농사를 지으면서 1만원씩 떼면서 조금식 모아 12억원 자산이 됐고, 교육사업부 3명, 생산사업부 3명 등 6명의 상근 직원까지 두게됐다.

농가마다 수입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연 3000만원 정도. 비교적 큰 농사는 6~7000만원이 된다. 쌀 수확량을 모아서 배분하는데 농약을 제일 많이 한사람, 나이들고 수확량이 적은 사람 등으로 차등을 먹이곤 한다.

▲ 마을교육의 중심축 '환경농업교육관'

주민들의 참여의지...마을발전 100년 계획 이어져

이러한 주민의 참여의지는 결국 2000년에 '21세기 문당리발전 100년계획'을 수립으로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없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별 것 없어요. 문당리는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이 같이 잘사는 마을을 만들자, 오손도손 웃음짓는 문당리를 만들자, 자연과 함께하는 문당리를 만들자. 우리가 그들(자연)을 버리면, 그들이 우리를 버릴날이 언젠가 돌아온다. 평범한 진리였지요."

그해 5월 환경농업교육관을 지은 것도 학교교육을 통해서 농업과 자연의 신비, 먹거리의 소중함을 가르치자는 소망에서 시작됐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만큼은 제대로 가르치자."

전국 곳곳에서 '문당리를 배우자'며 찾는 농민단체와 환경단체의 견학이 잇따랐다. 특히 '기술을 감추지 말고 나누자'는 생각으로 정성껏 대하는 나눔의 철학은 결국 지난해 1만7000명의 방문객에서 올해 2만명을 넘어서게 만들었다.

▲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문당리를 찾았다.

손님맞이 바쁜 문당주민들..."결국 우리가 즐겁고 편안해야" 깨닫고 '찜질방'까지 지어

문당마을을 찾는 방문객은 1명당 식사 한끼 7천원, 숙박 7천원을 내야 한다. 1박 2일에 2끼를 먹으면 2만 1000원, 여기에 교육비와 강사비까지 포함하면 3만원 정도가 된다. 하지만 아직은 번 돈을 쓰는 '재투자' 사업이다.

"방앗간(정미소)에서 번 돈을 다시 교육에 투자하고, 시설에 투자하고, 투자의 연속이지요".

2004년에는 농민들이 쌀을 팔 때마다 일정액씩 적립한  돈과 정부지원금을 모아  1억3000만원을 들여 황토찜질방을 지었다. 몇년째 손님을 맞다 보니 무엇보다 주민들이 '즐거워야' 하고  '편안'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다

▲ '간판달기 운동'. 문당을 다녀간 전국 단체와 기업체들의 이름이 보인다.
특히 찜질방 내 형광등과 전구는 풍력발전기로 생산한 전기로 켠다. 이미 마을내 무공해로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발전용량 800㎾)가 있다.

하다보니 문당은 농촌마을가꾸기 대상(농림부), 우수정보화마을 수상(행정자치부) 등 상금만 무려 2억원을 받았다. 어차피 할 것 열심히 해서 상금타서 더 잘하자는 욕심도 생기더라는 것이다.

간판걸기 운동 효과...깔끔한 뒷모습 남겨

"간판걸기 운동을 했어요. 정부로 부터 지원받은 3억원은 '모두의 세금'이라는 뜻에서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는 취지였지요. 그랬더니 오는 팀마다 깨끗한 뒷정리와 주변 청소까지 하는 등 뒤모습이 남더라구요. 이처럼 효과가 큰 줄 몰랐어요."

최근 문당은 국어선생님 출신의 두 귀농가를 새 식구로 맞아들였다. 물론 단계별 계획에 따른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다음은 주민들의 문화와 미술교육을 위해 화가를 받을 예정이다. 이어 마을 건강을 지키는 한의사를 받는다는 계획이 이미 잡혀 있다.

 (어느날 50세 미만이 29명으로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은 문당청년회에 이웃 마을의 60세 넘은 분이 찾아와서는 청년회에 넣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해왔다. 자신네(다른) 마을은 60세까지만 청년회 활동을 할 수 있다며 계속 문당에서 청년활동을 하고 싶다는게 그 이유였다).

▲ 교육관과 유물관 앞에 세워진 장승.

또 다시 꾸는 '순환농업'의 꿈 ...'농촌밥상 공동체' 이뤄질까?

문당은 교육관 부지에 '하늘공경, 땅 사랑'이 새겨진 장승을 세웠다. '농자천하지대본'의 실천의지를 담았다.

그리고 트렉터가 끌 수 있도록 방문객 30명이 탈 수 있는 꽃마차 만들기가 한창이다. 92년부터 11년째 매년 10월 3일에 여는 '가을걷이 나눔의 잔치'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데 어울려 추수의 기쁨을 나누고, 먹거리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행사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문당마을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환농업이 그 것이다. 사람은 식물에게 주고, 식물은 사람에게 주고...면 단위 정도의 순환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순환농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나라 전체가 아름다운 농촌공동체로 바뀌도록 대화하고 경험을 나누는 일 역시 주 대표가 놓지 않는 꿈이다.

"문당리 같은 마을은 20억원이 있으면 1년 만에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은 아무도 만들수 없습니다. 그 과정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죠".

오는 방문객마다 나눠주는 자그만 마을 홍보 리플렛에 문당마을은 이렇게 써넣었다.

'현재의 농촌은 어렵지만 준비하는 미래는 밝습니다'.

충남 홍성군 문당마을은?

▲ 문당마을 로고.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는 자연과 생명, 사랑의 48년 전통이 있는 풀무학교와 연계되는 마을이다.

1980년대 말부터 친환경농업을 처음 시도한 한국농업의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문당리지역은 국내 최초로 환경농업과 오리농업을 시작해 인근 약 250만평에 친환경농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연간 2만여명의 도시민과 어린이를 유치하는 도.농복합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1977년 유기농업 벼농사 시작, 86년 마을 어린이집 운영, 92년 가을걷이 나뭄의 잔치 행사유치, 93년 벼농사 오리농법 도입, 94년엔 19농가 3만1900평에 걸쳐 '무농약 재배단체' 인증을 받았다.

95년 도농일심으로 함께 짓는 오리농사를 목표로 오리입식 행사 시작, 그 결과 98년 '유기재배 단체' 인증을 받고 99년 환경농업 시범마을 조성,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벼수매제도를 실시했다.

▲ 마을입구에서 반기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찾았다.
▲ 마을의 시설물을 알리는 안내판
▲ 2004년에 들어선 황토찜질방. 주민 한 명이 '불때기 당번'을 맡으면 나머지 주민들은 29일을 편안하게 즐긴다.
▲ 지역 출신인 김좌진과 한용운의 초상을 농촌생활유물관 벽에 걸어놨다.
▲ 지역 출신 성산문과 최영장군
▲ 교육관내에는 '문당발전 100년계획(1만원)'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자료가 비치돼 있다.
▲ 홍동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무상기증한 생활유물들.
   
 
 
▲ 생활유물
   
 
 
▲ 마을의 힘은 '마을의 역사을 알아야 나온다'는 취지에서 모든 고문서를 모았다.
▲ 마을 환경농업교육관 1층에 있는 친환경 식당
▲ 친환경 식단으로 짜여진 식당. 바라보기만 해도 먹음직 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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