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박물관, 2월까지 현용준옹의 '제주사람들의 삶과 신앙' 사진전
40년 넘게 무속을 연구한 그가 카메라는 커녕 필름조차 구하기 어렵던 시절, 제주의 60~70년대의 모습을 라면박스 6개 분량의 사진과 필름을 고이 두고 모실 정도의 방대한 양을 찍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믈다
팔순(傘壽)을 훌쩍 넘긴 현 옹의 기증 사진전이 제주돌문화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돌문화공원에 2천700여점의 사진을 기증한 인연으로 치러지는 이번 사진전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50여점.
두해전 현 옹이 역작으로 선보인 민속사진집 '영(靈)'에서 26점을 추리고, 기증받은 돌문화공원 총괄기획 백운철 옹이 흑백사진 24점을 새롭게 찾아내 보탰다.
현 옹이 한창 사진을 찍을 무렵인 1950~60년대의 제주는 카메라는 고사하고 흑백필름 한통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같은 어려움속에서 담아낸 당시의 제주의 생활상은 더없이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백운철 옹은 "카메라는 커녕 흑백필름 한 통 구하기가 어려운 시절에 사라져가는 제주사람들의 생활상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다는 것은 제주사진사에도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며 "사진작가들의 다작에 비하면 50점의 사진은 하찮은 양이 될지 모르지만 냉철한 안목으로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으로 이번 전시작품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4개월 간 열리는 전시 주제는 '제주사람들의 삶과 신앙'.
제주시 화북동의 '절간 공판'(1974), 서귀포시 중문동의 '마을시장'(1975), 거름용 해조류를 따내는 모습을 담은 '고지기 물에'(1977)등을 비롯 다양한 무속사진을 볼 수 있다.
연대미상인 구좌읍 김녕리의 '신과세제', 우도에서 벌어진 '요왕문 열리기'(1981), 조천읍 북촌리 앞바다의 '뱃물질'(1977) 등 당시 해신제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 '아기구덕과 아이들', '집줄놓기', '말축 퇴치굿' 등 구수하고 소박한 삶의 풍경들이 빚바랜 흑백필름 속에서 되살아 난다.
제주대 박물관 고광민 학예연구사는 "이삭 줍듯이 모은 선생님의 사진과 필름은 '제주도 원초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형상자료'가 됐다"고 평가했다.
▲ 전시 문의=710-6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