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박물관, 2월까지 현용준옹의 '제주사람들의 삶과 신앙' 사진전

▲ 1970년 1월 애월읍 광령리. 포제에서 쓸 돼지를 잡고 있다.
일생을 제주 무속과 신화 연구에 바쳐온 민속학자 현용준옹(81.제주시 용담동)이 사진가라면 의아하게 생각할 이들이 많다.

40년 넘게 무속을 연구한 그가 카메라는 커녕 필름조차 구하기 어렵던 시절, 제주의 60~70년대의 모습을 라면박스 6개 분량의 사진과 필름을 고이 두고 모실 정도의 방대한 양을 찍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믈다

▲ 제주돌문화공원에 사진 2700점을 기증한 민속학자 현용준옹.
팔순(傘壽)을 훌쩍 넘긴 현 옹의 기증 사진전이 제주돌문화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돌문화공원에 2천700여점의 사진을 기증한 인연으로 치러지는 이번 사진전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50여점.

두해전 현 옹이 역작으로 선보인 민속사진집 '영(靈)'에서 26점을 추리고, 기증받은 돌문화공원 총괄기획 백운철 옹이 흑백사진 24점을 새롭게 찾아내 보탰다.

현 옹이 한창 사진을 찍을 무렵인 1950~60년대의 제주는 카메라는 고사하고 흑백필름 한통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같은 어려움속에서 담아낸 당시의 제주의 생활상은 더없이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백운철 옹은 "카메라는 커녕 흑백필름 한 통 구하기가 어려운 시절에 사라져가는 제주사람들의 생활상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다는 것은 제주사진사에도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며 "사진작가들의 다작에 비하면 50점의 사진은 하찮은 양이 될지 모르지만 냉철한 안목으로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으로 이번 전시작품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이라고 평했다.

▲ 할망송낙. 불도맞이'때에 산육신인 '삼승할망'의 위패 대신으로 제상 위에 세개를 세워놓는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4개월 간 열리는 전시 주제는 '제주사람들의 삶과 신앙'.

제주시 화북동의 '절간 공판'(1974), 서귀포시 중문동의 '마을시장'(1975), 거름용 해조류를 따내는 모습을 담은 '고지기 물에'(1977)등을 비롯 다양한 무속사진을 볼 수 있다.

연대미상인 구좌읍 김녕리의 '신과세제', 우도에서 벌어진 '요왕문 열리기'(1981), 조천읍 북촌리 앞바다의 '뱃물질'(1977) 등 당시 해신제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 '아기구덕과 아이들', '집줄놓기', '말축 퇴치굿' 등 구수하고 소박한 삶의 풍경들이 빚바랜 흑백필름 속에서 되살아 난다.

제주대 박물관 고광민 학예연구사는 "이삭 줍듯이 모은 선생님의 사진과 필름은 '제주도 원초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형상자료'가 됐다"고 평가했다.

▲ 전시 문의=710-6631.

▲ 1983년 음력 2월 제주시 건입동. 물질 나갔던 해녀들이 용왕제를 지내고 있다. 뒷에 페인트로 쓴 '주예수를 믿으라'가 눈에 띈다.
▲ 제7회 한라문화제(1968.10.11). 민속행사 중 걸궁되에 따르는 가장인물로 익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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