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 1인극 오영순에 꽃놀래 "삼승할망 이야기"

컴컴한 무대 위.
하얀 소복을 입은 할머니가 걸어나와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객들에게 대뜸 말한다.

"아이고, 무신일 이성 여기 이추룩들 와서?"
"삼신할망 공연한댄 허난 와수다"
"아이고 기라. 그럼 나가 삼신할망이 어떤 할망인지 고라 주커라"
"근디 옛말도 벗이 이서사 하는거라. 거난 소리도 고치 받아주고 허여"
"예~"
"아~아~에헤요~"
"아~아~에헤요~"

누구나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삼신할머니의 이름은 들어 봤을터.하지만 그 삼신할머니의 기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  오영순 씨
우리에게 삼신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은 소리꾼 오영순씨(52). 지난해 여름, 제주시 탑동광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삼승할망 이야기를 전했던 그녀가 이번엔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하나돼 "오영순에 꽃놀래 '삼승할망 이야기'라는 제주신화 1인극을 펼친다.

오영순씨는 그동안 전국 순회공연 및 민요공연 등으로 잘 알려진 소리꾼.그녀는 전 민요패 소리왓 대표, 제주민예총 부지회장, 제주도 전문위원직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전통문화 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렵게 얻은 용왕의 딸이 버릇이 점점 나빠져 화가난 용왕은 딸을 바다에 띄우게 된다. 아이는 바다를 떠돌다 인간세상의 삼신이 돼 임박사 집에 아기를 점지해주나 해산시키는 법을 몰라 산모가 죽을 지경에 이른다.

이에 임박사는 하늘에 간절히 기도하게 되고 맹진국 따님 애기가 삼신이 돼 내려오게 된다. 내려온 따님애기는 임박사 집 아기를 무사히 해산 시키고 용왕의 딸과의 꽃 가꾸기 내기에 이겨 삼승할망이 된다.

삼승할망 이야기는 제주무속신화 열두본풀이 가운데 하나인 삼승할망 본풀이를 1인극으로 각색한 것.

혼자 하는 연극인지라 주변의 도움 없이 연극을 진행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어느새 이마에 맺힌 땀. 감정을 잡고 1인 다역을 소화내던 오씨는 대뜸 관객들을 무대위로 불러낸다.

갑자기 무대위로 불려나간 관객들은 어찌할줄 몰라 허둥지둥 대거나 반대로 무대가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는 완벽한 역할 소화로 다른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 13일 간드락소극장에선 오영순씨의 '삼승할망 이야기' 1인극이 펼쳐졌다.
3년여 동안 이 공연을 준비했다는 오영순씨. 오씨는 "완성된 공연은 그냥 보기에는 쉽지만, 이 한 장면 한 장면을 혼자 구성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연극은 제주의 신화, 제주의 소리, 가락, 장단, 제주어 등 모두 제주 고유의 것들로 이루어졌다. 사라져가는 제주의 모습을 담은 역사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눈에 띄는건 대사 속 제주민요. 공연 중간 총 2곡의 제주민요가 나오는데 그중 똑딱불미 소리는 옛날 땜장이들이 풀무(불미)통을 지고 다니며 바람을 불어 넣을떄 "끄윽~끄윽 푸~푸~"하며 입으로 내는 소리로 공연 내내 오씨와 관객들이 주거니 받거니 해 흥을 돋궜다.

또 그녀는 제주어를 못알아 드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공연이 끝난 후 설명을 빼먹지 않는 친절함으로 1시간 내내 관객들과 같이 호흡한다.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옛날 어른들에게서 전해져 오는 올바른 자녀교육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는 오영순씨. 그녀의 이런 열정을 삼승할망도 보고 있지 않을까?

■ 공연안내

'삼승할망 이야기'
시간: 2007년1월15일~1월28일 오후 7시30분(월요일 제외)
장소: 간드락 소극장 (제주여고 버스정류장 근처)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원. 청소년·어린이 5천원(사랑티켓 구입시 일반·대학생 5천원,청소년·어린이 2천원) 문의=726-3031, 016-691-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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