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의회 오후 7시20분 의장 직권으로 산회 선포…"이번 만큼은…" 기대 끝내 외면

제주시의회가 또다시 볼썽사나운 '밥그릇 싸움'에 휘말렸다.

시민들은 지난 6대의회에서 추악한 '감투 싸움'으로 '사망선고'까지 받았던 제주시의회가 이번에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시의회는 그런 기대를 끝내 외면했다.

제주시의회 의원들은 29일 의장단 선출에서 두 편으로 갈리어 지리하게 맞서다 결국 강영철 의장이 오후 7시20분께 직권으로 산회를 선포함으로써 의장선출이 무산됐다. 혹시나 했던 시민들의 염원이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시의회는 2~3일 동안 '숨고르기'를 시도한 뒤 다시 임시회를 열어 의장단 선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쪽의 앙금이 풀리지 않는한 원만한 합의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초반부터 정회를 거듭하면서 파행을 보인 이날 의장단 선출은 재적의원 16명이 8대 8로 첨예하게 맞서면서 전혀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

'8 : 8' 완강한 대치국면에 협상여지 기대못해

1, 2차 투표에서 딱 절반인 8표를 얻은 김상무 의원 쪽과, 처음에는 신관홍 의원을 내세웠다가 2차 투표때 대안으로 '송태효 카드'를 꺼내든 나머지 8명 의원들이 환상적인(?) '황금분할' 구도를 형성하면서 협상의 여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현직 의장단도 둘로 나뉘어져 이상윤 부의장은 김 의원 편에 선 반면, 강영철 의장은 그 반대편에 섰다.

▲ 감표위원인 안창남(왼쪽) 김수남 의원이 2차 개표를 하고 있다.
양쪽은 2차에 걸친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오후 2시46분쯤 결선투표를 기약하면서 세 번째 정회에 들어갔으나 회의는 속개되지 않았다.

8대 8의 팽팽한 '대치국면' 속에서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당연히 승산은 송태효 의원쪽에 있었다. 결선투표에서 득표수가 같으면 연장자가 의장으로 선출되기 때문이다.

김상무 의원 지지 의원, 결선투표 승산 없자 회의장 출석 거부

김상무 의원 쪽이 이 점을 모를 리 없었다. 선뜻 결선투표에 응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끝까지 본회의장 출석을 거부한 이유였다.

특히 회의가 속개되기 위해선 재적의원(16명) 과반수인 9명 이상이 출석해야 하지만 자신들이 모두 빠질 경우 회의는 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쪽 의원들도 김상무 의원쪽이 회의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급할 것이 없었다.

상대편 의원들은 '느긋'...일부 의원 중재시도 무산

회의를 속개하기 위해선 상대방쪽 의원 1명을 설득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면 되지만, 자동산회 후 다음 회기서 결선투표가 이뤄지면 승리는 '따논 당상'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거니와 서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한때 김상무 의원 쪽에선 상대편이 '의원 빼가기'를 통해 기습선거를 시도하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면서 자리를 지켰으나 여러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도 했다.

속절없는 대치국면이 지속되자 일부 의원은 양쪽을 넘나들며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의장직에 도전한 당사자들은 물론 나머지 의원끼리도 전혀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끝내 파국을 맞았다.

3년전 6대의회 후반기 원구성때 빚어졌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된 셈이다.

달라진 점이라면, 당시는 강영철 의장쪽이 상대방의 기습선거를 막기 위해 밤늦게까지 의회를 지키면서 자장면까지 시켜먹던 진풍경이 벌어졌다면 이번에는 강영철 의장쪽이 느긋한 입장에 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도 자장면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 의장단 선출이 파행으로 치닫자 안창남 의원등이 의회 회의 규칙 등을 검토하면서 2차투표까지 하자가 없었는지 따져보고 있다.
사실상 열쇠 쥔 강 의장도 '운신의 폭' 적어 

어쩌면 이날 파행사태 해결의 열쇠는 사실상 강영철 의장이 쥐고 있었다.

양쪽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면 의장이 나서서 중재를 시도해야 하지만, 강 의장 역시 한쪽 편에 서 있었고, 최근 자신의 거취문제 때문에 '운신의 폭'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파국 속에서도 이날 의회 안팎의 관심은 1차 투표때 무더기로 나온 무표효의 해석에 쏠렸다.

의원별 '지지 성향 확인용'이란 설에서부터 특정인에 대한 일종의 '집단 항변'이라는 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억측이 나돌았으나 여전히 베일에 가려졌다.

한 의원은 "(무효처리된)5표가 해당 의원에 대한 반감인지, 아니면 그를 밀어준 강영철 의장에 대한 반감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또 다른 의원도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성한 억측을 뒤로하고 훗날을 기약했지만 논란거리는 남아있다.

▲ 강영철 의장이 오후 7시20분쯤 직권으로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다음 회기선 결선투표부터? 아니면 원점에서? ...논란 여지 남아

무엇보다 임시회를 다시 열 경우 곧바로 결선투표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1차투표부터 다시 해야 할 것인지가 명확치 않다.

선례 부족으로 국회 자문까지 구해가며 부산을 떨었던 의회 사무국은 결국 '회기 계속의 원칙'에 따라 결선투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지방자치법 제59조에 규정된 회기 계속의 원칙은 '지방의회에 제출된 의안은 회기중에 의결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다. 의원들의 임기는 앞으로도 2년이나 남아있다.

이럴 경우 당연히 승산은 김상무 의원 반대쪽에 있을 수밖에 없어, 김 의원쪽이 순순히 이런 해석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다시 수렁에 빠진 제주시의회가 이번 파행사태를 어떻게 돌파하지 현재로선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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