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에게 생애 첫 책을 바칩니다

▲ 홍용석씨의 초보자용 부동산 투자 입문서인 '이런 부동산에 꿈을 묻어라' 책표지(시대의창출판사)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지난달에 저의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출간하였습니다. 책을 출판하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모 인터넷 신문에 부동산 글을 연재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시간이 남아서 한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하던 일을 잠시 쉬고 있던 터라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출판사로부터 연재 기사를 책으로 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내 글을 책으로 내자고?’ 꿈인지 생시인지 싶었습니다. 책을 출간해 보자는 제의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내면서 깊은 절망감에 빠져있던 저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회이고 전환점이었습니다. 작년 7월에  갑작스러운 실업을 당한 뒤 저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사는 게 재미가 없고, 삶의 희망이 없고, 때로는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높은 다리를 지나갈 때면 그 위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제가 실업자가 되었던 당시 저희 가정형편은 참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 둘째아이가 생후 7개월째 였습니다. 젖먹이를 포함해 아이가 둘인데 가장인 제가 실업자가 되었으니 집안형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는 아내도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지체장애 3급인 저는 어디가서 노동일을 할 형편도 못되었습니다. 지체장애 뿐만 아니라 체격이 워낙 왜소해서 힘쓰는 일은 전혀 하지 못합니다. 키가 160센티미터가 안되고, 몸무게도 40킬로그램이 간신히 넘습니다.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자 아내가 일거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9월경에 병원에 취직을 했고, 그 이후로는 아내가 생계를 꾸려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출판사로부터 출판제의를 받았습니다. 10월 초에 출판제의를 받았고, 10월 말에 서울로 올라가 출판계약을 했습니다. 계약조건은 대체로 출판사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저로서는 책을 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으니까요.

출판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책은 언제쯤 나옵니까?”
“내년(2007년) 1월 초쯤에 나올 겁니다. 물론 우리가 일하기 나름이지만...”

‘아! 내년 1월이면 내 책이 세상에 나오는구나!’부푼 가슴을 안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서울에서 제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방금 전에 싸인 했던 출판 계약서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몇 번을 보아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글자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읽어 보았습니다.

출판 계약서를 받아 든 아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살 길이 열렸네요.”

그 동안 제가 삶의 용기를 잃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다 잘될 거라며 늘 저를 격려하던 아내. 우울증에 시달리던 저를 걱정하며 어떤 잡지에서 구했다고 '우울증 자가 진단서'를 꺼내놓던 아내. 자가 진단 결과가 '심각하게 우울한 상태'로 나오자 병원 치료를 받아보자고 하던 아내. 그런 아내를 고맙고 대견스럽게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내도 저처럼 걱정과 근심에 빠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음날부터는 시간이 참 더디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개월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겨우 두 달을 참아내고 드디어 2007년 1월이 되었습니다. 새해 1월 1일부터는 출판사에서 전화가 오기를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어디를 가든 핸드폰을 꼭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보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 많이 해놨는데, 답답하고 초조했습니다.

혹시 출판계획이 취소된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답답하고 초조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핸드폰이 울리는 순간 ‘야! 이제야 책이 나왔구나!’ 싶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책은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전화의 용건은 두 번째 책 출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급히 두 번째 책 원고를 써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책은 2월 중순경에나 나올거라고 했습니다. 다시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했습니다다. 주변사람들에게 2월 중순에는 틀림없이 책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2월 중순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책은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거의 지치다시피했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와 아내는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오겠지...’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관심이 없어졌는지 언제 책 나오느냐고 묻지도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3월 19일. 드디어 제 생애 첫 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동안 기다리다 지쳐서 기쁜 마음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참 많이 기뻤습니다. 처가식구들과 같이 출판기념회식도 했습니다.

책은 순조롭게 잘 팔리고 있습니다. 1쇄가 거의 다 팔리고 이제 곧 2쇄를 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두 번째 책 계약을 하고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이제 곧 두 번째 책도 세상에 나올 것입니다. 지금은 출판사와 세 번째 책에 관한 의견조율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아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결혼한 후로 요즘이 가장 안정된 것 같아요.”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능력 없는 남편 만나서 그동안 고생만 하고 살았던 아내. 앞날을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늘 열심히 살아주었던 아내. 그런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내의 손을 잡아주며 “이젠 다 잘될 거야.”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저에게 이럴게 말하더군요.

“책 쓰는 일이라고 고비가 없지는 않을 거예요. 힘든 고비가 오더라도 잘 이겨내세요.”

▲ 홍용석
아내의 말처럼 책을 쓰다보면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어려움이 제 앞에 닥쳐오겠지요. 그 때마다 저는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그 어려움들을 이겨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지금까지 해왔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시는 아내의 마음에 걱정을 끼치지 않고 다시는 아내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 아내가 느끼는 이 행복을 끝까지 지켜줄 것입니다.

지금까지 힘든 시간들을 묵묵히 참고 살아온 아내에게 저의 첫 책을 바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내의 바램대로 ‘종합 재테크 책’을 써서 아내에게 선물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아내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강민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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