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제주의소리에 바란다] 최낙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제주에서 ‘인터넷 저널리즘’ 시대를 연 [제주의소리]가 창간 15주년을 맞았다.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 평화의 섬, 무비자 입국, 제주이주 열풍, 중국인 관광객, 외국인투자, 난개발, 세계자연유산, 제주올레, 강정해군기지, 영어교육도시, 첨단과학단지, 해군기지, 제2공항, 오라관광단지, 헬스케어타운 등 그야말로 제주는 숨 가쁜 실험장의 세계였다. 화두(話頭)의 난무였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하나 허투루 다룰 수 없는 무겁고 벅찬 의제들이었음에 틀림없다. 이 기간 동안 [제주의소리]는 성장했고, 그 열매는 크고 달았다 할 수 있다. 독자 접속과 영향력 면에서 명실상부하게 제주언론을 대표하는 한 축이 되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간 15주년을 맞는 [제주의소리]가 지금의 영광을 이후에도 계속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인터넷 저널리즘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적응 지체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성찰과 대안모색이 절실한 때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교과서적 표현이긴 하지만, 언론을 가리켜 ‘제4부’라 칭한다. 입법, 행정, 사법과 동등하게 때로는 맞서는 언론의 자연법적 권한을 가리킨다. 언론에게 이러한 힘이 주어져야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이다. ‘언론의 자유’가 불가침의 권리로 인정받는 이유이다. 

그러함에도 현실에서는 언론이 입법, 행정, 사법 등 국가권력기구와 같은 편이 되거나 야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3부는 그 존재 자체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언론은 종종 ‘어려움’을 빌미로 이들을 감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친해지기에 바쁘다. 전통적 저널리즘을 비판하던 ‘권금언유착’ 용어들이 인터넷 저널리즘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통용되고 있다.  

언론의 힘은 국가나 지방 권력기구에 대한 비판정신에서 출발한다. 이를 상실하면 언론으로서의 생명력도 끝난다. 그게 제4부로서 언론의 숙명이다. ‘무언가 무디어졌다’라는 항간의 볼멘소리들이 틀리다 맞다 이전에 [제주의소리]는 과연 제4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이는 창간정신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가 뉴미디어인가, 올드미디어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져보아야 한다. 15년 전 [제주의소리]는 제주에서 막 태어난 뉴미디어였다. 지방권력과의 거리두기와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 저널리즘 가치를 잘 살려낸 것에서 오늘의 [제주의소리]가 되었지만, 인터넷이라는 신속성과 비용 효율성도 한 몫 했다. [제주의소리]가 제주에서 주류 언론이 되기까지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맘껏 누린 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던 2019년 지금 [제주의소리]는 SNS 등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들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올드미디어는 기사단위당 생산비가 경쟁 매체보다 비교적 높은 속성을 갖고 있다. 종이신문이 인터넷신문보다 취약한 이유는 기사 당 생산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신문의 위상도 새로운 미디어들에 비해 기사단위 당 생산단가가 높은 올드미디어 위치로 내몰리고 있다. 뉴미디어보다는 올드미디어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사설’이 없는 [제주의소리]가 진정한 의미의 저널리즘 매체인가 하는 질문에도 답해 보아야 한다. 미디어가 저널리즘 매체로서의 격을 갖추었는가 하는 기준으로 사설이나 논평이 있느냐 없느냐를 삼기도 한다. 사설과 논평이 없다보니, 자칫 단순 정보 중개업과 뚜렷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대다수 인터넷 언론들은 제공되는, 아니면 그에 준하는 자료들을 내보내는 ‘전달 저널리즘’에 익숙해져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스스로 기사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제공해준 기사를 전달한다는 이야기이다. 

냉정하게 언론을 평가하는 방법 중에 기사 꼭지 당 생산비용을 추계해보면 대개의 경우는 그 수준이 결정된다고 한다. 언론에 대한 냉혹한 평가의 바탕에는 꼭지 당 생산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진데 근본 원인이 있다. 단독취재나 심층취재 등을 하다보면 비용 문제에 시달린다. 보도자료나 기존 보도 재가공 즉, 비용을 최소화하는 베껴쓰기형 기사들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이는 인터넷언론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도내 인터넷 언론사 간의 기사 유사도가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는 것도 사설과 논평이 없다보니 논조의 차이보다는 기사 수와 양 확보에 치중하게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전달 저널리즘에서 정통 저널리즘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제주의소리]가 도내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의 하나가 될 수 있느냐의 관건은 사설을 운영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면 [제주의소리]도 언젠가는 제주에 있던 많은 인터넷신문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다.  

이 글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제주의소리]에 대한 '쓴소리'를 해달라는 청탁으로 쓰게 됐다. 때문에 앞의 글에서는 고언과 충고가 많았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 [제주의소리] 창간 1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행히 [제주의소리] 기자들은 자기 점검과 성찰에 익숙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인지 이들에게서 아직은 특권집단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려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나쁜 권력과 금력에는 대항할 것이고, 시민들의 편에 설 것이고, 어느 경우에도 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앞선다. 창간 20주년을 향해 가는 [제주의소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지역언론의 새로운 좌표를 세워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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