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김태석 도의회 의장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촛불민심.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낸 국민의 힘을 일컫는 말이다. 그 당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원한 것은 바로 국민 주권의 실현이라고 본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연한 명제를 현실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실현시킨 것이 바로 촛불민심인 것이다. 그러한 촛불민심으로부터 출범한 정부가 바로 문재인 정부이며, 그 정부가 국민주권을 지역 차원에서 실현시켜 제도화하고자 한 노력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헌법 개정’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이다. 전자인 개헌 노력은 지방자치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방정부’로의 명칭 변경, 자치입법권 강화, 자치재정권 보장 등 지방자치를 진일보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개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하나의 노력인 후자는 현재 진행 중이다. ‘주민주권’을 새로운 지방자치의 이념으로 내세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주민조례발안제’, ‘주민소환․주민소송 청구요건 완화’, ‘기관구성형태 다양화’, ‘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민투표법, 주민소환법의 일부개정, 이양된 국가사무의 재정적 지원 내용까지 담은 지방일괄이양법까지 국회 제출이 기 완료됐다.

이러한 지방자치 강화 및 분권 노력은 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 입장에서 이러한 정부의 시도가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주의 입장에서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서 담고 있는 상당 부분은 제주에만 먼저 도입돼 운영되던 소위 ‘자치특례’들이다. 즉 제주에만 인정되던 특례들이 전국화되는 계기가 됨으로써 특례가 희석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분권의 선도지역’을 표방하고 있었기에 선도적으로 도입된 제도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장․단점 분석을 통해 ‘전국화’하도록 당초부터 기획됐던 것은 맞다. 그러나 선도지역으로써 제주가 겪어야 했던 제도 도입에 따른 찬반 논쟁, 도입에 따른 행․재정적 비용 감수, 시행착오 발생에 따른 책임소재 다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강구 등 소위 ‘테스트베드’인 제주가 감당하고 노력한 것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제주는 지방분권에 필요한 여러 제도와 정책들이 타 지자체로 확대 실시되기 전에,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보완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라 남는 것은 ‘자치특례 희석’이라는 성적표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자치특례의 구상과 그것을 법률로 제도화하는 노고를 올곧이 제주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 6단계 제도개선은 의회에서 동의안이 의결된 지 2년6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중앙정부는 ‘타 지자체와 형평성 훼손’을 근거로 제주특별자치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의 인색한 평가에 좌우되어야 하는가. 이제는 판을 바꿀 때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제주특별법 1조에 명시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제주가 진정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먼저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그 간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방자치 발전과 분권을 선도하는 제도의 완성을 위해 감당한 수고로움을 인정하고, 그 다음의 ‘지방분권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먼저 고민할 수 있도록 강조해야 한다. 그 것을 가능하도록 첫 발을 떼는 것이 제주도정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김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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