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제주의소리에 바란다] 김종현 사회적기업 섬이다(閃異多) 대표이사 

김종현 섬이다 대표
김종현 섬이다 대표

제주 태생인 필자는 2004년 초에 제주로 재입도했다. 근무하고 있던 인터넷회사 Daum의 제주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Daum 직원 중 제일 먼저 제주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 때 마침 인터넷 언론 [제주의소리]가 탄생했다. 인터넷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인터넷 미디어의 변화는 항상 주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제주에서 벌어지는 지역 인터넷 미디어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실험을 항상 주의 깊게 바라보고 응원해 왔다. 어느덧, [제주의소리]가 이제 창간 15주년이 되었다. 나로서는 제주에 돌아온 지도 15년이 되었다. 15년 동안 옆에서 관심있게 바라보던 사람으로서, 온 마음을 다해 축하드린다. 

그 15년 동안 제주는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주올레의 열풍, 저가 항공사의 출연, 중국 관광객 증가와 중국인 투자 확대, 내국인 관광객과 제주 이주민의 증가, 전국 최고의 경제 성장률 등 제주는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과 발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놓고 보면, 제주의 미래가 밝지는 않다.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과 갑작스런 이주민 증가로 인해, 상하수도, 쓰레기, 도로, 경관 등 도시 인프라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하수도와 쓰레기 처리장 등 시설 증설 등은 지역 내 갈등을 계속 촉발할 것이다. ‘기·승·전·부동산’ 말이 있었을 정도로 부동산이 폭등하기도 했다. 지역 순환형 경제가 없는 관광 개발의 허구는 모습을 드러냈다. 예래휴양형 주거단지와 영리병원 문제 등은 대규모 개발의 방향 역시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2007년 시작된 강정 해군지지와 관련된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성산 제2공항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이주민과 선주민의 융합은 여전히 숙제이다. 이렇듯 수많은 문제와 갈등이, 어느 하나 해결되지 못한 채 숨막히게 쌓여만 가고 있다. 

변화와 갈등이 있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언론이고 미디어일 수밖에 없다.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전달하고, 다양한 입장들이 소통되고, 공동체를 위한 대안이 모색되는 공간이 언론이고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문제를 발견하고, 입장들이 소통되고, 갈등 해소와 문제 해결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다. 제주가 다양한 갈등과 문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일정 책임은 제주의 언론과 미디어에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15년간 제주 사회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문제와 갈등이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새롭게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늘어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다시 한 번 언론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다. 

언론이 어떻게 그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제주에 대한 애정, 제주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 진실을 추구하는 진정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집요함, 정보 전달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실험 정신, 더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개방성과 신뢰성, 새로운 혁신 사례와 사람을 발굴하고 전파하고자 노력 등 매우 다양한 부문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 중 제일 중요한 혁신에 대한 실험 정신과 집요한 문제 해결 의지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보를 잘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해 갈수록 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컴퓨터가 더 많은 정보와 다양한 기능을 처리하기 위해서, CPU와 메모리를 향상시키고, 더 빠른 네트워크를 연결해 간다. 그렇듯이 미디어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혁신과 실험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제주의소리]가 ‘인터넷’이란 기술을 쓰게 된 것도 단순히 기술적 트렌드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언론으로서의 책임 의식과 집요한 의지의 발로였다고 생각한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유통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고, 지면과 분량에 상관없는 심층 기사들을 쏟아내는 것이 제주의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15년 전 [제주의소리]가 창간할 때는 인터넷 산업과 미디어는 초창기였고, 미래의 형태가 불투명한 개척지였다. 15년 동안 인터넷 공간은 끊임없이 진화하였다. PC 기반에서 모바일 중심 환경이 되었고, 블로그, SNS 등 정보 생산과 유통 방식이 개인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IPTV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변화로 인하여, 동영상 중심의 크리에이터들의 시대가 되었다. [제주의소리]가 그런 변화 속에서 새로운 혁신과 시도를 선도했다고 생각한다. 시민 기자의 참여 공간을 만들고, 모바일 환경에 대응하며, 영상 분야에도 과감도 시도를 하였다. 그러나 과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제주의소리]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대목 중 하나이다. 

우선, 다양한 SNS와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대응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여전히 좋아요 등 SNS반응은 적고, 동영상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품에 비해 효과가 시청자가 적다고 하더라도, 미래 세대는 그곳에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산된 기사를 전파하고 전달하는 창구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다.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하고 적극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더 다양한 참여 공간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미래 세대의 새로운 참여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과거 시민 기자 형태의 참여 구조는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매우 제한적인 부분이 되었다. UCC 컨텐츠 유통도 그러하다. 특히 청년과 청소년 세대의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면서 그들이 활동한 공간들을 확대해 주어야 한다. 시사 문제를 넘어서서, 그들이 관심이 있어하는 주제, 그들이 생산하고자 하는 영역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주어야 할 것이다. 

주요 논객들의 참여 공간도 텍스트 중심과 [제주의소리] 내로 한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제주의소리]가 기획하고 시도하는 모든 곳이 [제주의소리] 플랫폼이다. 그것은 오프라인일 수도 있고, 유튜브 안일 수도 있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속일 수도 있다. 좀더 유쾌하고, 과감한 시도들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미디어 환경과 기술이 어떻게 변화하더라고,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본질에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과 문제 해결에 대한 집요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집요하고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집요한 근성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더 많은 정보를 다루고, 그 정보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은 몇배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문제 해결이란 근성없이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제주가 갖고 있는 문제 중 중요한 문제를 선정하고,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파고들어가, 문제 해결책까지 도달해야 한다. 몇편의 심층기사와 취재로는 도달할 수 없다. 더 많은 시간, 노력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연중 기획을 넘어서서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문제를 파고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사로, 토론회로, 실천 캠페인 등 다양한 접근은 필수이다. 이를 통해 정보와 입장들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대안이 마련되고, 실행되는 것까지 관여해야 한다. 기자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여 컨텐츠를 생산하고 입장을 전달할 공간들도 더 확대되어야 한다. 다양한 플랫폼을 연계하고, 정보들이 휘발성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아카이빙도 충실히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제주의 어떤 문제를 보려면, [제주의소리]를 보면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견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대안과 그 대안이 실행되는 것까지 정보들이 잘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찬반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갈등은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으로 발전해야 비로소 효용이 있다. 그러나 갈등을 그대로 중계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갈등을 부각하고, 소비시키기 보다는 갈등에서 대안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 미래지향적이고 대안적 생각들을 연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정 해군기지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해군기지 찬반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정 문제 속에서 발현되었던, 고향에 대한 애향심과 평화에 대한 의지를 어떻게 더 잘 구현해 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찬성 측에서도 반대 측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언론 입장에서도 선명한 주장과 선정적인 장면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 가장 쉽고, 훨씬 주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환영받지 못하는 길일지라도, 문제 해결로 나아가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제주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다양한 혁신의 싹을 주목하고 전달해야 한다. 찬란한 미래도 현재에서는 항상 작고 초라한 법이다. 그 현재의 혁신과 미래의 싹을 발굴하고, 주목하고, 성장시키는 것 역시 제주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니 현재의 거창함에 현혹되지 말고, 더 현장으로 들어가, 미래의 새싹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주의소리] 초기에는 혁신성과 집요함이 충만했다고 생각한다. 늘 새로움을 갈망했고, 무모한 도전을 즐겼다. 그것이 지금의 [제주의소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가 미래의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미래다. 시대의 변화만큼 더 집요하고 혁신적인 [제주의소리]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제주의소리]가 더 집요하고, 더 혁신적일수록, 제주의 미래는 더 나아지고, 제주민의 삶은 더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종현 사회적기업 섬이다(閃異多) 대표이사

설레는 제주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섬이다의 대표이사. 제주다움과 로컬푸드를 결합한 로컬브랜드들인 우유부단, 닐모리동동, 관덕정분식을 운영 중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인터넷 회사 Daum의 제주이전을 2009년부터 2016년가지 NXC 등 넥슨 그룹의 제주이전을 담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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