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버스 파업 되풀이 우려..."제주도 협상 주도, 준공영제 협약 손질해야"

원희룡 제주지사(왼쪽)와 서석주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버스 준공영제 이행 협약서'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제주의소리
2017년 5월 원희룡 제주지사(왼쪽)와 서석주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버스 준공영제 이행 협약서'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준공영제 실시 이후 전국 첫 버스 총파업이 예고됐으나, 다행히 파업 2시간을 앞두고 노정협상이 타결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일단 올해는 넘겼지만 버스파업이 매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가 2017년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준공영제'를 실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선 재정 지출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도와 버스노조는 파업 개시 시점을 2시간 앞둔 12일 밤 10시께 노정 협상을 통해 총액 임금 2.77% 인상에 합의했다.

노조측은 임금 10.9% 인상과 주 52시간 적용 사업장 확대에 대비한 근무시간 축소 또는 1일 2교대, 무사고 수당 5만원, 휴게실-화장실 설치 등 11개 사항을 요구했다.

그동안 버스노조와 사측은 11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이 '임금 인상 0%'를 제시하면서 교섭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운수종사자의 임금을 대부분 제주도가 보전하는 구조와 맞물려 사측은 제주도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제주도 역시 교섭이 결렬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이 들어갈 때까지 수수방관하다 13일 0시로 파업이 결정되자 뒤늦게 노사정 협상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교통 대란은 피했지만, 사실 이번 버스 파업은 도민 여론을 얻기가 어려웠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이뤄진 지난 2017년 8월26일 이전 시내버스 운전자는 연봉 3044만원, 시외버스 운전자는 3782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버스운전기사의 2018년도 임금은 1년차의 경우 4300만원에 달했다. 

2018년 제주도내 근로자 임금은 월평균 231만원 수준으로, 버스운전기사(313만원)가 80만원 가량 더 높았다.  

게다가 급여 대부분을 도민 혈세로 충당하는 구조여서 노조의 10.9% 인상 요구는 도민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 1년 6개월만에 총파업을 선언한 것 역시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다.

제주도가 늘어나는 자가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우선 정책을 위해 서울시 등 6개 광역시에서만 추진하는 준공영제를 도입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선 민간업체가 갖고 있던 노선권을 가져오고, 표준운송원가 제도를 도입하는 게 필수적이었다.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계층은 초중고교생과 자가용이 없는 서민, 그리고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다. 

하지만 정책이 옳다고 해서 도민 혈세를 마냥 버스 노사에 쏟아부을 수는 없는 법.  

그러잖아도 준공영제 시행으로 재정 지출이 매년 200억원 이상 증가하고 있다. 2017년 800억원, 2018년 1000억원, 올해는 130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2018년 준공영제 총예산소요액 1375억원 중 총 인건비는 856억원(62.3%), 운수종사자 인건비는 776억원(56.6%)이다.

준공영제를 2000년대 초반 도입한 서울시의 경우도 버스 총파업 문제로 2~3년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여년간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운송조합 측이 이를 빌미로 서울시에 버스 요금 인상을 요구해 관철해온 것이다.

앞으로 제주도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맞게될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제주도가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준공영제 이행 협약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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