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MBC PD수첩 방송 후 6일만 공식사과…“관리감독 부실책임 통감, 책임자 문책”

필리핀으로 수출됐다가 반송된 쓰레기의 출처가 제주도로 드러나 국제적으로 망신살을 뻗친 데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이 18일 제주도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원희룡 지사와 고희범 시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북부소각장으로 반입된 가연성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처리업체에 위탁했던 압축포장폐기물 중 일부가 필리핀으로 반출됐다가 반송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제주도가 자체 조사한 결과, 2016년 12월 계약된 1782톤의 압축포장폐기물이 필리핀 민다나오에, 2017년 계약된 9262톤 중 8637톤은 군산항 물류창고에, 625톤은 광양항 부두에 처리되지 않고 보관되어 있다.

다만, 2018년 계약돼 반출된 압축포장폐기물 2만2000여 톤은 시멘트 제조업체의 소성로 연료 등으로 소각 처리됐다.

18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적 망신을 산 '압축포장폐기물 해외반출'과 관련해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 ⓒ제주의소리
18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적 망신을 산 '압축포장폐기물 해외반출'과 관련해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 ⓒ제주의소리

원희룡 지사는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에 통감한다. 이유야 어쨌든 이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제주도민들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쓰레기 수출’ 논란은 지난 12일 MBC 피디수첩을 통해 필리핀에 수출된 쓰레기의 출처가 제주시로 밝혀지며 확산됐다.

14일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이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15일 제주도 환경보전국과 제주시 청정환경국을 상대로 특별업무보고를 받고, 제주도․제주시의 환경정책과 압축쓰레기 수출을 강하게 질타하는 한편 원희룡 지사-고희범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도민의 대표기관’인 도의회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대도민 공개 사과와 함께 감사위원회 감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관계자에 대한 문책까지 약속했다.

원 지사는 “1차적으로 자체 조사를 마쳤다. 그에 따라 오늘 도정책임자로서 도민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게 됐다”며 “앞으로 감사위 감사를 통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문책 범위와 관련해서는 “처리방침과 계약 과정에서의 실무 등을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최종적으로 확인책임이 행정에 있는 만큼 권한과 업무, 직책상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 지 정밀하게 조사해서 문책의 범위를 잡겠다”고 말했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원 지사는 “반출돼 문제가 된 폐기물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발생한 모든 생활폐기물의 100% 도내 처리 방침도 재확인했다.

원 지사는 “동복리 자원순환센터의 소각시설이 완비될 때까지는 당분간 국내 소각시설을 이용하겠지만, 도내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100% 자체 처리하는게 맞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정책을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청정제주의 이미지가 행정의 실수로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생활환경 정책의 수립과 실행,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거듭 도민들에게 사과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